노고단과 대간 옛길 산행
2011. 12. 10
시암재~성삼재~노고단~무넹기~대간옛길~시암재
나 홀로
눈이 올 거라 예상을 하고 산행준비를 하게 됐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출사에 가까운 산행이다.
날씨 상황을 봐야 하기에 갑자기 번개출사를 때렸지만 모두 선약이 있단다.
홀로 감행 하기로 하면서 성삼재까지 차가 올라 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암재에서 올라야 한다는 것을 염두 한 산행이라 생각하고 출발하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카메라 장비만 준비한 상태에서 출발하다.
가면서도 만복대를 갈 것인가 노고단을 갈 것인가를 몇 번 생각하면서……
시암재에서 어두운 조망을 뚫고 날씨를 살피는데 짙은 구름에 가려 앞을 볼 수 없고
일단 날씨가 좋지 않다면 노고단 들러 만복대까지 산행 하기로 맘 먹으면서도
좀처럼 차 안에서 미동을 하지 않은 채 잠시 칼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린다.
허나~ 잠시 후 성삼재를 향해 조심스럽게 운전대를 돌리는데
‘아~ 이거 아니다 싶다’
어떻게 올라 갈 수는 있더라도 혹 하산 시 눈이라도 내린다면 진퇴양단의 낭패는 뻔한 일
다시 시암재 부근 적당한 곳에 파킹을 주선한다.
북풍에서 몰아치는 칼바람을 맞으며 성삼재를 향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온다.
촌음을 아껴 써야 할 시간에 볼 일을 보면서 시간을 뺏겨야 하는 아쉬움
이왕 이렇게 될 바에 차라리 느긋하게 올라서자며 조심스럽게 미끄러운 빙판길을 오른다.
날씨가 추어서인지 토요일인데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없다.
춥다라고 느껴지는 것 보다 이제 더워 한 꺼풀의 옷을 벗어야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속도를 더 내 보면서 어둠을 뚫는데 정진하다.
적막하기까지 한 노고단 산장, 평소라면 보여 할 사람들 한 사람도 없다.
곧바로 노고단 고갯길을 향해 오르는데 여명 빛이 보이기 시작하다.
마지막 이 10여분을 앞두고 여명을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몸을 재촉하지만……
반야를 옆에 두고 여명은 밝아오기 시작하다.
아~ 좀더 일찍 아니 시암재 차 안에서 주저함이 없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오다.
곧바로 카메라 꺼내 들고 노고단을 향해 오르면서 여명 빛을 즐기는데
벌써 올라간 진사님들 내려오기 시작하고……
노고단 정상에 올랐을 때 이미 여명은 사라지고 아침 빛은 구름 속에 가려져 있다.
혹시 몰라 잠시 기다리다 나오는 그 타이밍을 놓칠세라 몇 컷을 해 보기를 반복하다
이제 기다랄 수 밖에 없다.
늦게 도착한 자신을 책망하듯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기로 하고 식어빠진 군고구마로 아침을 대신한다.
왕시루봉 능선으로 빛 갈림이 번뜩인다.
우측의 형제봉 능선으로도 능선을 넘어 구례벌판으로 광영이 비추더니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하다.
구름과 칼바람 사이로 들어오는 빛 잔치를 놓칠세라 망나니처럼 눈 밭을 휘 젖고 다니지만
무정한 칼바람과 짙은 먹구름은 노고단 정상을 비켜주지 않았다……
이렇게 2시간의 기다림 속에 손도 얼고 발가락이 저려오고 몸도 시려
자신의 인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어 내림 짓을 재촉하다.
눈까지 내리고 시야는 분간을 알 수 없는 미끄러운 노고단 데크에서 여지없이 미끄러지고 만다.
오히려 눈이 내리니 이런 데크가 더욱더 위험하다는……
갑자기 시암재 주차해 놓은 차가 걱정이다
만복대 다녀오는 것을 포기하기로 한 대신에 시암재 가는 옛길인 대간 길을 택하다.
지금이야 성삼재로 대로가 나 있어 그 길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대간 길은 그런대로 형태는 유지 해 가고 있구나.
맘 같아서는 종석대와 우번암을 들르고 싶었지만 이제 배도 고파올 것이고
실로 오랜만에 이 길을 걸어본다.
눈 길이라 길은 분명치 않지만 그래도 능선을 고수하며 때로는 감으로 흔적을 놓치지 않고
10시 조금 못 되어 정확하게 시암재 화장실 뒤로 내려오는데 성공이다 ㅎㅎ
시암재 아래도 제법 눈이 내렸지만 거의 1단과 2단 기어를 이용하여 눈 없는 고도를 밟는데 성공
아쉬운 산행과 출사였다.
좀 더 여유 있게 왔더라면 혹 있었을 여명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속에
또 다른 내일을 바라본다……
2011. 12. 10
청산 전치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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