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壬辰)년 신년산행(하봉에서)
-일시: 2012. 1. 6
-산행코스: 광점동~부도탑~청이당~하봉옛길~하봉~국골사거리~청이당~광점동
-누구와: 윤씨아저씨
임진년 새해 들어 삼백예순다섯 개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 벌써 5개를 써 버렸네요.
아직도 삼백예순 개가 남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시간의 소중함을 더 이상 말하면 무엇 하겠습니까?
새해 첫날 다짐처럼
기쁨이 되는 곳에,
보람이 되는 곳에,
아름다운 곳에 써야겠다는 마음은 아직도 有 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한동안 지리산을 잊고 살았다.
12월 미어터지는 가정과 회사일로 좀처럼 시간을 비울 수 없었던 행복한 시간
송년산행도 못하고 결국 새해 들어 신년산행으로 급조되었다.
오늘 산행은 사진을 떠나 순수한 지리산 눈 산행을 하기 위해 동부쪽 하봉으로 정했다.
모처럼 빡센산행으로 입에 단내가 나도록 함께할 산 친구는 윤씨아저씨로 예견되어 있었다.
광점동의 아침은 잿빛 하늘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이른 아침에 피어 오르는 낮은 굴뚝의 연기는 내 고향 그리움을 파 묻고 간다
이방인의 출입으로 잘못 착각한 뒷마당 검둥이는 금방이라도 달려들듯하고
삶의 시작을 알리는 마천 겔로퍼 콜택시는 청보라 매운 연기를 내 뿜는다.
어느새 얼음터 안가까지 휑하니 뚫려버린 모습에 <지국공>의 행태에 한숨이 나오고
지난 여름 태풍으로 쏟아져 내린 계곡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기만 하다
4번을 건너야 들 머리에 닿는다는데 잘못하다가 길 잃어버리는 산객(山客)이겠다.
천방지축으로 내 팽개친 처참한 풍경 속에 가슴만 쓸어 담고
오솔길의 아기자기한 맛, 옛추억 더듬을 때 지금도 건너기는 4번이구나.
부도탑을 지나 개울 건너기전 스패츠와 아이젠으로 재 무장하다.
청이당까지는 산행 하는데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하봉 옛길을 들어 설 때부터 죽음의 러쎌을 각오 하다.
무릎까지 차고 오는 눈과의 사투는 그만이라 하더라도 칼바람과 대적하는 게 우선이었다.
무엇보다 손 시림과 배고픔이 동시에 찾아 왔을 때 적당한 장소를 찾아
요기를 한 시간이 11시30분 처음으로 카메라를 꺼내 든다.
마암에서 일단 휴식 겸 점심을 하기로 하면서 안정을 취하다.
배를 채우고 두 개의 장갑으로 재무장을 하니 한결 여유로웠다.
뒤를 따르는 나도 힘든데 앞에서 러쎌을 하는 윤씨는 오죽할까
시간 상황 봐 가면서 하봉을 찍기로 하는데 앞 길이 더디기만 하다.
결국 그곳까지 못할 것 같아 영랑대에서 시야가 꽉 막힌 조망을 살핀다.
20여분 동안 조망 즐기기를 하지만 여간 신통치 않아 이내 내림 길을 재촉한다.
내림 길은 의외로 빨라지기 시작하네
단숨에 미끄럼 타듯이 내려오니 어느새 청이당이다
독바위 찍고 또 다른 곳으로 내려서는 시간이 어중간해서 올랐던 그 길로 다시 내려선다
어느새 얼음터 독가(獨家)에 닿았고 새로 난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서
춤추는 서북능선 석양빛에 넋을 놓는다.
오늘 분명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는지 또 다시 물어본다
새로 시작된 임진년 올해는 우리 모두 거울 하나 준비합시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까지 비춰줄 수 있는 거울
앞으로 남은 삼백예순날을 위해 우리는 날마다 거울을 닦아 내야 합니다.
그래서 삶이란
부담스럽거나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즐기고, 소중히 다루어야 할
보배로운 것이라는 것을 내면의 거울을 통해 비춰 봅시다.
이곳을 찾아주신 불친 여러분
지난해 이루지 못 했던 꿈들을 잊어버리고 2012년 임진년에는
꼭 이룰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비록 어려운 한 해가 될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겪은 고행(苦行)의 산길을 기억 하시고
산운(山運)이 넘치도록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삶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 1. 6
청산 전치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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