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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임진년 신년산행(하봉)

by 청산전치옥 2012. 1. 7.

 

임진(壬辰)년 신년산행(하봉에서)

 

 

-일시: 2012. 1. 6

-산행코스: 광점동~부도탑~청이당~하봉옛길~하봉~국골사거리~청이당~광점동

-누구와: 윤씨아저씨

 

 

임진년 새해 들어 삼백예순다섯 개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 벌써 5개를 써 버렸네요.

아직도 삼백예순 개가 남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시간의 소중함을 더 이상 말하면 무엇 하겠습니까?

 

새해 첫날 다짐처럼

기쁨이 되는 곳에,

보람이 되는 곳에,

아름다운 곳에 써야겠다는 마음은 아직도 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한동안 지리산을 잊고 살았다.

12월 미어터지는 가정과 회사일로 좀처럼 시간을 비울 수 없었던 행복한 시간

송년산행도 못하고 결국 새해 들어 신년산행으로 급조되었다.

오늘 산행은 사진을 떠나 순수한 지리산 눈 산행을 하기 위해 동부쪽 하봉으로 정했다.

모처럼 빡센산행으로 입에 단내가 나도록 함께할 산 친구는 윤씨아저씨로 예견되어 있었다.

 

광점동의 아침은 잿빛 하늘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이른 아침에 피어 오르는 낮은 굴뚝의 연기는 내 고향 그리움을 파 묻고 간다

이방인의 출입으로 잘못 착각한 뒷마당 검둥이는 금방이라도 달려들듯하고

삶의 시작을 알리는 마천 겔로퍼 콜택시는 청보라 매운 연기를 내 뿜는다.

 

 

어느새 얼음터 안가까지 휑하니 뚫려버린 모습에 <지국공>의 행태에 한숨이 나오고

지난 여름 태풍으로 쏟아져 내린 계곡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기만 하다

4번을 건너야 들 머리에 닿는다는데 잘못하다가 길 잃어버리는 산객(山客)이겠다.

천방지축으로 내 팽개친 처참한 풍경 속에 가슴만 쓸어 담고

오솔길의 아기자기한 맛, 옛추억 더듬을 때 지금도 건너기는 4번이구나.

 

 

부도탑을 지나 개울 건너기전 스패츠와 아이젠으로 재 무장하다.

청이당까지는 산행 하는데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하봉 옛길을 들어 설 때부터 죽음의 러쎌을 각오 하다.

무릎까지 차고 오는 눈과의 사투는 그만이라 하더라도 칼바람과 대적하는 게 우선이었다.

무엇보다 손 시림과 배고픔이 동시에 찾아 왔을 때 적당한 장소를 찾아

요기를 한 시간이 1130분 처음으로 카메라를 꺼내 든다.

마암에서 일단 휴식 겸 점심을 하기로 하면서 안정을 취하다.

 

배를 채우고 두 개의 장갑으로 재무장을 하니 한결 여유로웠다.

뒤를 따르는 나도 힘든데 앞에서 러쎌을 하는 윤씨는 오죽할까

시간 상황 봐 가면서 하봉을 찍기로 하는데 앞 길이 더디기만 하다.

결국 그곳까지 못할 것 같아 영랑대에서 시야가 꽉 막힌 조망을 살핀다.

20여분 동안 조망 즐기기를 하지만 여간 신통치 않아 이내 내림 길을 재촉한다.

 

 

내림 길은 의외로 빨라지기 시작하네

단숨에 미끄럼 타듯이 내려오니 어느새 청이당이다

독바위 찍고 또 다른 곳으로 내려서는 시간이 어중간해서 올랐던 그 길로 다시 내려선다

어느새 얼음터 독가(獨家)에 닿았고 새로 난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서

춤추는 서북능선 석양빛에 넋을 놓는다.

오늘 분명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는지 또 다시 물어본다

 

새로 시작된 임진년 올해는 우리 모두 거울 하나 준비합시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까지 비춰줄 수 있는 거울

앞으로 남은 삼백예순날을 위해 우리는 날마다 거울을 닦아 내야 합니다.

그래서 삶이란

부담스럽거나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즐기고, 소중히 다루어야 할

보배로운 것이라는 것을 내면의 거울을 통해 비춰 봅시다.

 

이곳을 찾아주신 불친 여러분

지난해 이루지 못 했던 꿈들을 잊어버리고 2012년 임진년에는

꼭 이룰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비록 어려운 한 해가 될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겪은 고행(苦行)의 산길을 기억 하시고

산운(山運) 넘치도록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삶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 1. 6

청산 전치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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