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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노고단(老姑壇) 소고(小考)

by 청산전치옥 2012. 8. 2.

 

노고단(老姑壇) 소고(小考)

  

 

 

 

변함없는 아침처럼 오늘도 노고단 새벽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폭염이 우리를 짜증나게 하지만

노고단 이른 새벽은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변함없는 아침처럼

세상 어디를 가던 사랑하는 사람처럼

늘 사랑이 우리 곁에 있었으며 합니다.

 

이천십이 년 팔월 초하루

청산의 바람흔적은 노고단에서……

 

 

 

 

-일시: 2012. 08. 01

-어디를: 노고단~임걸령~성삼재

-누구랑: 아들

 

 

 

 

 

~~ 별빛이 엄청 밝다

성삼재에 도착하자마자 아들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입니다.

어찌, 여차 저차 해서 모처럼 지리산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사진도 찍을 겸 해서 또 요즘 날씨도 덥고 해서 아무래도 일찍 나서는데 좋을 것 같네요

차에 타자마자 졸더니 성삼재 다 와서 깨웠습니다.

아무리 군에 다녀 왔다지만 아비 눈에 보이는 자식은 아직도 어릴 수 밖에……

 

 

 

 

 

 

 

능선을 따라 아침 햇살과 함께 아기자기 피어있는 꽃들 사이로

여지없이 매몰차게 거센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벼랑 끝에서,

바위틈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원추리가 어찌 될까 염려스럽다.

한참 동안 숨을 죽이며 바람이 멈춰서기를 기다리지만

행여 앵글에 담지 못하는 아쉬움일까?

아니면 꺾여 고개 숙여 버릴까 하는 안타까움일까? 발길을 돌릴 수가 없네요

 

 

 

 

 

잠시 후 나의 기도 탓일까?

애잔한 꽃들 앞에서 바람은 여린 줄기를 비켜가는 너그러움을 보여주고 있네요

계절의 기온 탓일는지 모르겠지만 해마다 갈수록 개체수가 줄어드는 원추리

수 많은 잡목과 잡초들이 우거져 빼어난 자태를 보여주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자기 딴에는 지리산이라는 곳에서 느낌이 달라서일까.

매일 바라보는 일출이지만 이곳에서 느끼는 해 오름은 또 다른 시각으로 보였겠지.

~ 기똥차다라는 반복의 감탄사를 내 뱉는다.

이러다 날마다 지리산 가자라고 하면 어떡하지……

그럴 일 절대 없어요라고 힘줘서 말하면서 누군가에게 계속 카톡을 보냅니다.

 

 

 

 

 

그냥 내려가기도 뭐해서 노고단 옛길을 따라 내림길에 나섭니다.

반야봉까지 다녀오자

~ 됐어요. 오늘은 준비가 안돼서 다음에 갈게요

그럼 임걸령까지라도 다녀 오자며 어렵사리 허락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부자지간에 허락한 시간에 모처럼 우리네 살아가는 인생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지금의 20대는 자기 꿈을 쫓을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세대라지요.

생각=말이 되어 신중하게 시간을 두고 말하지 않는

빠른 피드백으로 정보를 주고 받은 20대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던 게지요.

할 수만 있다면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몇 박을 묵어가며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나 혼자만의 욕심일는지 모르겠습니다.

 

 

 

 

 

 

 

간단히 아침을 라면으로 해결하고 왔던 길 되돌아 나오면서

짧지만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면서 노고단 소고(小考)를 마칩니다.

 

 

2012. 08. 01

청산 전치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