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아쉬움만 남기고(천왕봉)……
-일시: 2012. 09. 01~02
-어디: 지리산 천왕봉
-누구랑: 우암님 외 다수
천왕봉 주변에는 마치 공사중단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물 저장탱크와 작업 진행형인 대형 마대. 삽. 곡쾡이 지게등 등
그리고 식생보호를 위한답시고 산오이풀 군락지에 대나무 못이 대신하고 있었다
탐방 객들의 접근을 막을 수도 있지만
땅 속 공기의 원활한 이동과 일정한 습도 유지한다는 이치랍니다.
[상황]
취미생활이 같다는 이유로 어찌하여 산사진 작가들 무려 20여명이 모였다.
가을을 예고한 지리산에는 벌써 산오이와 구절초가 만발이다.
더군다나 엊그제 태풍이 몰고 간 터라 좋아질 거라는 일기를 두고 그렇게 모였다.
때로는 하루 전에 때로는 하루를 더 묵겠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천왕봉에서 해지는 반야와 떠오르는 일출을 동시에 담겠다는 일거양득의 효과……
하루 전에 출발한 선발대는 태풍 덴빈의 영향으로 산문이 막혀버렸고
하루 종일 시간을 소비하여 어렵게 천왕에 도착한 선발대가 나를 반긴다
이쪽 저쪽 기웃거리지만 천왕봉 시간은 마치 학생 떠난 방학 때처럼 황량하다
시간은 흘러 6시 가까워질 때 불청객이 나타났다.
[천왕의 국공들과 장터목으로 향하는 아군 ㅋㅋ]
“지금, 뭐 하시는 거여요.” 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 잠시 힘들어서 쉬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니란 걸 왜 우린들 모르겠는가
“일몰시간이 지났으니 빨리 내려 가세요”
한참 실랑이를 벌이면서 법계사쪽도 아닌 장터목으로 내려가란다.
한 명의 감시하에 “워~이 워~이”
천왕봉 사람들을 내미는 모습이 마치 양치는 소년처럼 보였다.
대 인구의 이동으로 장터목은 초 만원이었다.
절대 텐트를 쳐서는 안 된다는 국공의 지시아래 어쩔 수 없이 마당 한 켠에
침낭과 침낭카버로 나의 안식처를 마련하고 저녁만찬을 갖는다
팔도진미의 먹거리와 구수한 입담으로 저녁을 맞고 있는데 비가 내린다.
침구류 모두를 들고 우선 식당으로 자리를 이동하고
기회를 엿보다가 결국 산장 안으로 입성한 시간이 저녁 10시 30분 ㅎㅎ
콧소리 비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어렵게 눈을 붙인가 싶더니……
새벽3시에 일어나 밖의 세상을 바라보다.
희망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걸고 무거운 박짐을 메고 천왕에 오르다.
결국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장비들이 내 어깨만 짓누르고 왔다리 갔다리
일출을 보겠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천왕봉 사람들
어찌하오리까.
빵빵 한 우리네 욕심부터 버려야겠습니다.
해는 이미 올랐건만 어둠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천왕을 비켜선 사람들 모두는 흩어져 없어지고 초라한 모습으로 다가서지만
아쉬움과 범벅이 된 반응은 허기진 배고픔으로 돌아온다.
박짐 풀어 제치고 배고픔을 달래보면서 어디로 내려갈까 망설이다
이내 힘없는 발걸음을 내 딛는다
2012. 09. 02
청산 전 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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