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반야의 초록편지★
-일시: 2012. 7. 7 ~8
-산행코스: 반선~함박골~묘향대~반야봉~삼도봉~반선
-함께한 사람: 일락님부부
잘못된 선택이었나
어제 지리산에 어느 정도 비가 왔을 거라는 예감에 이끼계곡을 선택합니다.
박 짐 메고 반야를 오른다는 것과 이끼폭을 선택한다는 것은 일석이조를 노린 것입니다
9시 조금 못되어 산행은 시작되었는데 부지런한 진사 분들을 병풍소에서 만납니다.
더불어 “기대를 하지 마시라”라는 메시지를 남기네요
이끼폭포에 도착까지는 계속 흐리기를 바랬건만 갑자기 날씨가 좋아집니다.
실망의 메시지를 받아서일까?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생각과는 너무도 딴판인 이끼폭포의 수량에 깜짝 놀랬다.
11시가 넘어 벌써 이끼폭 사람들은 붐비기 시작하고 한 순간 난장판이 됩니다.
“지리99” 에코님 일행을 보내고 조용히 타이릅니다.
“제발, 사진 찍는 거 좋은데 이끼는 밟지 말라” 고 한 소리 거들며 자리를 떠납니다.
언제나 이곳을 오르면 생각나는 지난 초행 때 자신을 떠 올립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앞만 바라보며 무지스럽게 산행했을 때 모습. 이제 10여전 일입니다.
그 때만 해도 지리산 모두가 신비스러웠고 이끼폭포를 보고 얼마나 탄성을 질렀던가
지금 그 길이 이렇게 잘 발달되어 있네요.
고행의 연속이 이어지고 이끼폭포를 떠나 거의 3시간 만에 묘향대에 안착하다.
호림스님과 몇 마디 대화를 하면서 물값으로 과일과 빵을 부처님께 시주를 합니다
★반야에서 쓰는 편지★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쓸데없는 마음의 욕심만 키웠습니다.
반야의 초록에서 일몰과 일출을 담아내
당신께 전하고픈 마음이 정녕 허무한 꿈이었나요?
(중략)
미쳐 담지 못한 제 초록의 마음만은 잊지 마세요.
언젠가 초록과 함께 어울리는 반야 성찬의 아름다움을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운해의 바다에 띄워 초록 바람소리와 함께 당신께 전하리오.
이상은 작년 이맘때 반야에서 부치는 초록편지 내용입니다.
작년에 못다한 반야 성찬의 아름다움을 올해는 당신께 바칠 각오로 왔건만……
날씨 탓인지 중봉과 반야봉에 사람들이 없네요.
혹시 몰라 중봉 보다는 반야쪽으로 붙어 우리 집 2채를 올렸건만
어찌 작년과 그렇게 똑 같을 수가 있을까?
이른 저녁을 먹고 일락님 부부가 마실을 나갑니다.
언제나 함께한 두 분이겠지만 반야산상에서 데이트를 훼방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 분의 대화는 길어지더니 이내 텐트 안에서도 둘이서 주고 받은 말씀
“청산님은 이 고량주 참 맛을 알랑가 몰러”
그냥 못들은 척 하였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났습니다.
하늘엔 별들이 초롱거립니다만 반야 운해는 여지없이 내 볼을 타고 습한 공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이른 새벽을 맞이한 이런 새벽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아침이 오기 전에 다녀가는 새벽은 상쾌함과 고요에 휩싸인 세상이 맑게 보여 좋고
어렴풋하게 터오는 여명 빛 속에 아직 기울지 않은 새벽 달빛과 함께
끝없이 목을 타고 출렁이는 운해는 또 다른 어떤 그리움의 대상이 됩니다.
이처럼 산상에서 맞이한 새벽은 얼마나 경이로운지 모릅니다.
생각이 투명해지고 잔잔한 마음에서 터 오는 마음의 평화는 세상 어느 곳을 부러워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여명이 터 오고 있지만 거친 운해는 지리산 전체를 삼킬 듯 합니다.
저 멀리 천왕과 중봉만이 운해 바다 위의 삼각점을 형성 합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라는 말인 듯
오늘 중봉과 천왕봉에 있는 사람들 대박 나겠다며 한마디씩 거듭니다.
카메라 앵글을 갖다 대기가 무섭게 몰아치는 습한 공기는
필터에 성애를 만들어 내더니 이내 비네팅으로 뿌연 사진을 만들어 냅니다.
이 이상 반야 아침은 없다며 이른 아침상을 펴 놓고 하산을 재촉합니다.
좋은 길로 가자며 뱀사골 널따란 길을 선택하기로 해 놓고 먼저 내려간 일락님을
삼도봉에서도 화개재에서도 아무리 불러도 찾아도 대답이 없네요.
뱀사골에서 올라온 산행 팀을 만나 물어보니 답이 나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 하는 말 “좋은 길로 가자 해서 노루목으로 빠져서 왔다” 는 사실 ㅋㅋ
오랜만에 카메라 장비랍시고 몸만 따라간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합니다.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2012. 7. 8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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