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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천왕봉일몰과 중봉일출

by 청산전치옥 2012. 6. 16.

 

천왕봉일몰과 중봉일출

 

 

-일시: 2012. 6. 9 ~10

-어디를: 천왕봉. 중봉. 그리고 써래봉

-함께한 사람: 지다람. 토목. 그리고 나

 

 

빈 독이 바닥을 보이는 것처럼

마음을 비워야 자신을 만날 수 있다 하였거늘

항상 이기심으로 가득 찬 우리네 마음

"비운 만큼 더 채워진다"는 진리를 모르고 살고 있네요

 

2012. 6. 9 해지는 천왕봉에서......

 

 

모처럼 토목 지다람과 주말 산행을 함께할 수 있는 천금 같은 시간이다.

며칠 전부터 하루에도 몇 번이고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리지만……

토요일 아침 집을 나서면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아 비 예보를 뒤로하고

오늘은 오로지 산행에만 집중하기로 합니다.

형님, 그러면 무거운 카메라 놔두고 가시지요

그렇다고 그냥 놔두고는 못 가지……’ ㅎㅎㅎ

 

 

사실, 출발 할 때까지도 산행코스를 묻지도 알아보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그들과 한 두 번 산행한 것도 아닐뿐더러 애초부터 산행에만 관심이 있었기에

그런데, “형님, 오늘은 상봉 주변입니다라고

말을 뱉을 때 직감적으로 나를 배려한 산행이구나 하고 느낌이 닿습니다.

 

 

중산리에서 이른 점심으로 비빕밥에 동동주 한잔을 걸치고 순두류행 버스를 탄다

날씨는 정말 산행하기에 최고의 날씨다.

짙은 운무가 왔다 갔다 햇빛 한 점 볼 수 없지만 대신 서늘한 날씨라는 것

처음부터 카메라는 배낭 속에서 잠자고 마음부터 편한 산행은 이렇게 시작 됩니다.

 

 

정말 모처럼 박 산행을 그것도 함께한 산 친구들과 여유를 부리면서 고도를 올리지만

박 짐은 역시 박 짐입니다.

이제 그만둘 때도 됐는데……’ 하는 말이 무섭게

형님, 그럼 그 박 장비 저 주세요ㅎㅎㅎ

법계사 경내를 온통 포크레인으로 깔아 뭉개면서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주변이 정말 요란스럽습니다

 

 

박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여유를 부릴 시간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주말이라 누군가 분명 그곳을 선점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되지만

요행으로 또 다른 산 친구들과 조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 기대감으로 상봉 오름길 천왕샘 마른 샘물 팍팍 긁어 모아 수낭에 담습니다.

 

 

적당한 곳 우측 아래 짐 풀고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데

아니나 다를까 6시부터 거짓말같이 천왕의 운무쑈가 시작됩니다.

아무도 없는 천왕봉 해넘이를 우리가 독차지 하면서 만끽 해 봅니다.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에 천왕봉 상석을 붙잡고 입맞춤과 기념 샷을 날린다

마음을 비워야 자신을 볼 수 있다 하였는데 정말 마음을 비우니 뜻하지 않게 천왕신이……

 

 

석양빛을 반야에 넘기고 집에 들어오니 벌써 저녁 8시가 되어 갑니다.

하 절기의 낮 길이가 장난이 아닙니다.

내일 아침 일출을 보려면 늦어도 4 20분에 일어나야 한다는

새벽잠 많은 산 친구 누군지 모르지만 버텨내기란 여간 힘들지 않겠구나 ㅎㅎ

저녁 별빛을 보니 아침 예감이 벌써 다가온다며 꿈 속의 내일을 펼쳐봅니다.

그래 산악날씨란 또 모르는 일이다. 오늘 천왕의 해넘이로 만족을 하자며……

 

 

하고 싶은 말이 가슴으로 넘쳐날 때

나는 언제나 이곳 중봉에 서 있습니다.

지리산 중봉 아침 빛이 그리운 건

침묵의 그리움 때문인지 모릅니다.

 

2012. 6. 10 “청산의 바람흔적은 중봉에서...

 

 

저 사람 천왕봉 일출을 안보고 어디로 가지

천왕을 버리고 홀로 중봉을 향해 가는 나에게 누군가 한마디 건넵니다.

벌써 천왕봉 주변에는 벌떼같이 많은 사람들로 붐벼 있습니다.

요즘 같은 이른 시간에도 천왕의 일출을 보겠다는 저들의 의지가 대단하네요

~ 오늘은 어떤 빛으로 아침을 열어줄까 하는 생각이지만

~ 보니 초친 기분입니다.

열려야 할 아침은 좀처럼 열리지 않더니 이내 시간을 초과하면서 제 모습을 보여줍니다

 

 

중봉 하늘아래에서 홀로 빛 놀이를 마칠 즈음에 아침상 차려놨다고 전화가 울립니다.

미안스럽기도 하여 넌지시 건네는 말 한숨씩 더 자지 벌써 일어났어……”

깨끗이 주변을 정리하고 그 집을 나서는 시간이 오전 8

천왕봉을 또 가자며 3번째 천왕봉을 올라보고 다녀온 중봉을 다시 찾으면서

 

 

오늘은 어디로 갈까

어디는 어디여 중산리에서 출발했으니 중산리로 가야지ㅎㅎㅎ

모처럼 써래봉 오르내림 길을 반복하더니 이내 그 길로 우리는 들어섭니다.

잠시 후 이른 점심상을 펴 놓고 한동안 여유를 즐기다 이른 하산 길을 재촉하면서

모처럼 박 산행의 의미를 되새기며 하루를 정리 합니다.

 

 

항상 나에게 산행은 여유를 접해보는 시간이라 말하고 싶다.

뜻하지 않은 환경과 조건의 연속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는 여유

그리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이곳 산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홀로 산행이라면 혼자만의 여유가 필요할 것이고

여럿이라면 상대를 배려해 줘야 하는 배려심의 산행을 한 수 배우면서 산행을 마칩니다.

함께 해주신 토목님. 지다람님 수고하셨습니다.

 

 

2012. 6. 10

청산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