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무엇이던가(지리산 중봉)
-일시: 2012. 10. 03~ 04
-어디: 중산리~ 법계사~ 천왕봉~ 제석봉~ 중봉~ 장터목~ 중산리
-누구: 홀로
비록 반기는 사람 없어도 그리움의 지리산이기에 늦은 출발을 합니다.
중산리에 도착했을 때 만원사례로 차량을 가로 막고 비켜줄 수 없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고 확 트인 시계(視界)를 보면서
‘아~ 가을인갑다’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배도 고프지 않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부지런히 고도를 올린다.
벌써 1시가 지나 2시를 가리키지만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쉼 없이 오른다.
개선문을 남겨두고 펼쳐지는 가을 단풍을 보고 배낭 깊숙한 곳에서 카메라를 꺼낸다
언제나 그랬듯이 홀로 하는 산행에서는 행동식으로 해결하는 식습관이다.
오늘도 예외 없이 고구마와 도시락 2개 소고기국과 약간의 과일이 2일간 식량 전부이다
비쩍 말라버린 천왕샘을 쥐어 짜듯 간신히 수병을 채운다.
오늘은 어디에서 유(有)할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 중봉으로 가기로 하였다.
어느덧 시간도 있고 해서 얼마간의 주 능선을 걷기로 하다
밋밋한 천왕봉은 패스하고 곧바로 발걸음을 장터목 쪽으로 돌립니다.
석양빛과 이따금씩 떠도는 흰구름의 조화 속에 고운 단풍은 더욱더 붉게 물듭니다
한동안 셔터 놀음을 하고 나서 재빨리 발걸음을 중봉으로 돌립니다.
“청산님 아니세요”
반갑게 맞아주는 산악사진가님 두 분(마작가/박작가) 중봉 들 머리에서 나를 반긴다.
행여 혼자일까 하였는데 그래도 함께하는 두 분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벌써 오늘이 중봉에서만 3일을 묵고 모레 내려가겠다는 말에 그만 손을 들어버렸다
박작가님은 작년 10월2일 날 이곳에서 만난 분인데 오늘 또……
그렇게 좋았던 낮 풍경은 해질녘부터 조짐이 이상하더니 이내 석양빛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언제나 중봉에 오면 후회는 하지 않았던 지난날들이기에 내일은 희망을 걸어 본다
어둠과 동시에 갑자기 하늘빛이 어두워지고 간간히 운해의 흔적이 능선을 타더니
8시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이내 하늘이 다시 열리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엊그제 추석 보름달이 구상나무 가지에 걸 터 앉았습니다.
창연한 달빛이 너무도 고와 잠을 이룰 수 없네요.
텐트를 준비 하지 않고 박 장비를 하였던 게 오히려 탁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머리만 내 밀고 침낭 사이로 달빛을 향해 노래를 합니다.
나약한 천성의 사내가 어둠 속의 별들과 달빛 속에서 지난날의 추억을 오버랩 시키면서
내 뱉는 말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참은 잤는가 싶었는데 자정(子正)을 가리키고 있었다.
침낭에서 몸을 빼내어 조용히 나와 홀로 사색의 밤을 갖는다.
유난히도 천왕봉의 위용이 부드러움으로 다가오고 저 멀리 반야가 손에 잡힐 듯 하다.
고요한 밤이란 게 이런 밤을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닌가 생각 해 본다.
흑과 백의 조화가 이렇게 아름다움으로 승화 시킬 수 있다는 자연의 섭리에 감탄합니다
새벽4시 반에 일어나 별 궤적을 담겠다고 천왕봉을 향해 갑니다.
오늘따라 천왕봉 주변에 별 흔적을 찾을 수 없네요
천왕봉과 주변 고사목을 주제로 하여 20~30분 장 노출로 셔터 놀음은 이어지더니
이내 산청분지와 윗새재의 아침 운해가 평화를 깨웁니다.
계곡 사이를 오가는 옅은 운해의 기운은 잠시 사라지고
사념(思念)에 끈을 달아 연을 날리듯
사랑하는 이에게 황홀하고 고요한 중봉의 아침을 띄웁니다.
사랑하는 마음이야
어디 변하겠습니까
변함없는 아침처럼
오늘도 해는 떠오르건만
그래도 성이 차지 않은지
아침 내내 지리산 중봉을 서성이다
끝내 멈추지 않은 의문
‘나는 너에게 무엇이던가……’
2012. 10. 04
청산의 바람흔적은 중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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