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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청산, 써래봉 능선을 넘다.

by 청산전치옥 2012. 10. 23.

청산, 써래봉 능선을 넘다.

 

-일시: 2012. 10. 09

-어디를: 윗새재~무재치기폭포~치밭~써래봉~중봉~영랑대~청이당~윗새재

-누구랑: 나 홀로

 

똑 같은 장소에서 빛의 흐름에 따라......

 

하루 휴가를 냈다.

되는대로 그 시간에 일어나면 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산행 취소라

느긋한 마음에 잠자리 들었지만 내 생각과 몸은 너무도 딱 맞아 떨어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내 생각하는바 대로 몸은 움직여 줬으니까……

정확히 1시 반에 일어났으니 2시간을 잤는가 싶다.

무제치기의 가을(구도는 보지말고 단풍만 보세요)

 

간밤에 마눌님이 준비해준 간단한 도시락만 챙기고 윗새재를 향해 달렸다.

2시간 거쳐 330분 윗새재에 닿았다.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는데, 한숨 잘까 싶었지만 아 싸한 새벽공기가 좋아

마빡에 불 밝히고 써래봉 무재치기를 향해 오른다.

사실 무제치기 폭포 단풍을 그리며 이렇게 새벽산행을 준비했던 것이다.

 

정확히 5시 조금 못되어 무제치기폭포를 와 버렸다.

무엇을 할까

주변 고목 하나 붙잡고 별 궤적 촬영을 하면서 시간 때우기를 하기로 했다.

한기가 느껴오면서 준비하지 못한 방한복 생각이 나다.

일출이 밝아 오면서 무제치기 폭포 주변의 단풍이 시야에 들어 왔지만

내 생각하는 아침 빛과 단풍은 색깔은 아니었다.

 

2시간 넘게 일출놀이를 하다가 치밭을 향해 오름 길을 재촉한다.

써래봉 줄기 가닥을 잡고 고도를 오르면서 적당한 안부에 올라 조망 즐기기를 반복한다

~ 아쉽기만 하다.

진즉 올라와 이곳 조망 터에 떠오르는 일출과 운해를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몇 번의 써래봉을 쉽게 넘나든다.

 

이윽고 써래봉 조망 터에 걸터앉아

남 사면으로 펼쳐진 산그리매를 배경 삼아 아침 겸 점심상을 펼친다

산 아래 덕산마을에 아침 운해가 아직도 걷히지 않고 머물고 있다.

또 다시 산상의 오르가슴으로 무아지경의 기분에 머문다

세상 이 보다 더 좋은 낙원이 따로 있을까!

~뿔싸, 몇 번의 셔터놀음을 하다가 그만 날진병 1.5리터 물 모두를 쏟아버렸다.

 

써래봉의 굽이를 넘고 넘어 때로는 목마름의 갈증은 달짝지근한 사과즙으로 해결하면서

중봉에 닿았을 때 이미 시간은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지

하기야 누구는 영랑대에서 중봉 오름 길을 3일 걸쳐 올랐다는데 이에 비하면 나는……

누군가 그랬다지요

지리산에 가면 얼마나 빨리 내려 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잠시 중봉에 머물고 목마름이 번져와 하봉 샘터로 곧바로 발길을 돌렸다.

어렵게 목구멍을 축이고 이제 서서히 오늘 해 넘기기 전에 오래도록 머물기로 하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 하봉과 영랑재에서 오늘을 유하고 싶지만

저 멀리 반야의 그리움이 가슴으로 밀려 오는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내려서기로 한다.

 

조개골의 가을

아무도 찾지 않은 그 길을 향해 내려선다.

벌써 가을은 청이당까지 내려 와 버렸다.

파장으로 치 닿는 지리산에도 가을이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으며 얼마나 좋을까?

지리산에 묻어나는 가을 향기와 함께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감싸며

내려오는 내 가슴에 가을 남자의 향기가 솟구쳐 넘실댄다.

비록,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가을 남자의 향기일지라도……

 

2012. 10. 9

청산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