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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역사

은하수가 사라진 밤하늘(2004-12-09)

by 청산전치옥 2008. 1. 10.

은하수가 사라진 밤하늘(2004-12-09)

 

<지리산 벽소령 대피소에 전기 공급이 시작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사무소는 최근 해발 1410m의 벽소령대피소에서

점등식을 가졌다. 지리산사무소는 지난 9월부터 사업비 13억원을 들여 군사작전도로

지하를 통해 전력공급을 추진했다. 벽소령 대피소에 전기가 공급됨으로써

반달가슴곰 등 동·식물복원과 환경감시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고.

발전기 사용시 연 5천만원 예산이 400만원으로 절감된다. (경남신문)>

 

그동안 북쪽 삼정에서 포크레인이 군사작전도로를 파헤치고 나무를 베어내는 등

무수한 상처를 남긴채 벽소령 대피소에 전기가 들어왔다.

산자락에 남겨진 상처야 세월이 흐르면 또 그렇게 치유될 것이다.

13억원을 들여 년간 46백만원이 절감된다니 단순하게 계산해도 30년 세월이면

본전은 뽑을 수 있겠다. 그 외에 '환경감시 등 효율적인 업무 수행'으로 인하여

파급될 부수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엄청난 경제성을 가져다 준 사업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나에게만 공허한 광고성 기사로 들리는 것일까?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홍보하는 여타의 경제성을 감안한다면 조만간 모든 대피소를 향해

전봇대가 줄을 설 것이고, 더 나아가 주능선 전체에 휴전선을 밝히는 불빛처럼

무수한 가로등이 들어서지는 않을까? 그렇게되면 주능선 일대의 '야간산행금지'

사라지게 되어 산행에 목말라하는 선진대한국민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자조적이다.

 

안타깝지만 1990년 대 중반 이후 지리산의 밤하늘에서 은하수가 사라졌다.

그믐밤을 전후하여 봄날 개구리 알처럼 탐스럽고 찬연하게 빛나는 은하수 물결은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첩첩산중 산골 마을의 밤하늘도 예전의 뭉게구름 같은

입체적인 별자리 대신 평면도에 점점이 찍어 놓은 듯한 왜소한 별무리가 대신하게 되었다.

산자락 깊숙이 들어선 마을 곳곳에 시골길을 밝히는 방범등이 어둠을 몰아내고,

또한 가까운 도시의 더욱 휘황찬란해진 불빛이 밤하늘에서 광범위한 산란작용을 일으켜

별빛을 반사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

 

지리의 주능선이나 지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무수한 불빛은 밤하늘의 별무리보다 화려하다.

북 사면만 하더라도 가까이 남원과 운봉, 인월, 반선, 달궁, 와운, 마천, 삼정, 백무,

추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로등의 위력은 충분히 은하수를 잠재우고도 남는다.

이제 예전의 밤하늘을 보려면 관광상품을 쫓아 도시와 단절된 먼 사막을 찾아나서 야할 것 같다.

 

연구자료가 없고 계량화해내기 어려워서 그렇지,

밤하늘을 밝히는 인류문명의 이기는 생태계에도 많은 악영향을 주었음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가로등이 밤을 새우는 서울 양재천에서 체험한 경우만 보더라도 풀벌레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인간처럼 계획된 시간이 없는 그들에게서 밝은 불빛에 의해 생체시계를 빼앗아버렸기 때문이다.

과장일지는 모르지만 인류의 불빛은 지리산 곳곳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물론 방범등과 밝아진 밤거리로 인해 인간이 안전해지고 편리해진 데에는 이의를 제기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는 국립공원 주변만이라도 도시 전체의 불빛 밝기를 제한하여

지나친 빛에 의한 생태계의 교란을 막는데 노력한다고 한다.

특히 국립공원의 혜택을 직접 받는 곳이라면, 오늘 하루만 살고 말지 않으려면,

밤하늘 마저 중요한 자원으로 보호하고 보전할 필요가 있겠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수익성과 편리성이라는 가치에만 무게중심을 두지 말고,

대피소의 불빛을 최소화하고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관리해야만 한다.

앞으로는 산을 파헤쳐 전선을 깔기보다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자체

발전기를 적절히 조율하여 전기를 만들어 냄이 어떠할는지.

 

<혹시나 하는 걱정이 앞서 모처에 보낸 글의 일부입니다.>

 

(^_^) 지다람 / 윤 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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