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더니
숨죽였던 육신의 꽃이 花神(화신)으로 물들어
상고대라는 서리꽃으로 천왕에 꽃을 뿌렸다.
엊그제만 하여도 푸르름의 자태를 뽐내는 주목에도
다가오는 5월이면 연분홍의 미려한 색깔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철쭉에도
몸 갈라져 외로이 서 있는 바위에도
한 송이 희디 흰 서리꽃이 우리의 아픔을 감싸주듯
상고대란 이름으로 우리의 가슴으로 와 닿는다.
짧은 인생의 상고대가 그러하듯
엉겨 붙은 채로 골아 떨어질 것들인데도
무엇이 좋아라 애처로움을 멀리하고
이렇게 떨고 있는 순간을 찍고 있는가?
서쪽 능선 끄트머리에
외로이 서 있는 반야의 허망한 외로움이
정녕 시들어가는 천왕의 상고대를 시기하듯
부르르 떨고 있는 자신의 몸을 추스르고 있구나.
금방이라도 깨질듯한 모습에서
그 존재의 의미를 더하려고......
2007. 03.12.
지리산 천왕봉에서.
흐르는 곡은 김윤아에 야상곡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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