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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일반산행기

산하의 만남과 신불산 산행.

by 청산전치옥 2007. 10. 16.

 

-언제: 2007.10.14

-누구와: 한국의 산하 가족과

-어디를: 신불산

 

 

 

누가 인생을 만남의 연속이라 했던가?

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오늘 또 다른 만남의 의미를 갖는 하루였습니다.

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몸으로 확인할 수 있는 타인들과의 만남.

살아 숨쉬는 정신이 얼마나 견고한가를 뒤돌아보게 하는 만남의 축제인 산하의 모임.

우리는 무엇을 갖고 이 자리에 왔는가?

비록 갖은 것은 없지만 마음만은 풍성한 가을 수확을 갖고 왔노라고……

 

 

 

 

청산님. 신불산에서 봅시다

그러게요. 뵐 수 있을까요 하고 코스모스님과 몇 번의 문자와 대화를 하였지만

확실한 답변을 줄 수 없었습니다. 잘나지 못한 자신이 바쁘다는 핑계로.

우선 먼저 산행기에 앞서 오늘 만남을 주선 해 주신 산하의 가족과 운영진도 계시겠지만

여러 선후배를 뵐 수 있도록 주선 해 주신 코스모스님과 근철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면서 산행기를 올립니다. 

 

 

 

 

산을 좋아한 뒤부터 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특별한 산행을 할 때면 항상 어김없이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있었지요.

간밤에 끝없이 이어지는 장성(長城)을 쌓고 허물어지는 모래성을 짖다가

설렘과 기대를 안고 산하 가족의 만남의 장소 신불산에 왔습니다.

사랑하는 선 후배를 포옹하며 잡았던 손을 놓을 수 없어 흐르는 시간이 무심하기만 합니다.

우리 산꾼들이 모여서 할 이야기가 무엇이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오늘만은 그 동안 이루지 못한 잔정과 그리움에 애달퍼 합니다.

 

 

 

 

솔직한 심정이지만 오늘 산에 오르지 못하면 내일 또 산에 오르면 되지

하면서 술을 나누지 못하지만 가을바람에 실려온 그리움의 정을 얼마든지 줄 수는 있지요.

취미가 같다는 이유로 얼마든지 줄 수 있는 산정(山頂)의 정

그래도 선 후배님들의 넓으신 삶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지만

미량의 잔정(殘精)채울 수 있는 조그마한 가슴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기다림과 그리움이 쌓이면 풀어낼 자신도 없으면서……

 

 

 

  

이윽고 서울 팀이 합류하자 잠시 해후상봉(邂逅相逢)을 갖은 후 산행은 이어집니다.

간월산장을 원점으로 한 A코스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은 코스를 택했습니다.

그만큼 산하 가족의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어 했는지 모르지요.

수량이 많으면 홍류폭포의 웅장함이 보일 텐데 오늘따라 간교함이 엿보인다.

이곳부터 숨 찬 오르막의 급경사를 이룬다.

고도 200에서 올려 친 신불산의 비탈은 가히 만만한 산이 아님을 느낀다.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며 때로는 사진을 찍어주고 하는 사이 칼바위에 닿는다.

 

 

 

 

신불공룡능선인 이곳 칼바위에 점심상을 차렸다.

이근철 사모님께서 준비 해 주신 산상의 만찬에서 흐르는 운무에 운치를 더하고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촌음을 아끼리라.

앞도 없고 뒤도 없이 발 밑만 보고 오르는 묵은 지 같은 젊은 처자는

무엇이 무서워 저리 떨고 있는지

잿빛 하늘 운무 쌓인 갈색으로 더칠 된 신불능선에서

남과 북을 선명하게 그려놓은 운무는 우리의 그리움처럼 갑자기 밀려왔다 사라지고

만남을 시기하는 훼방꾼마냥 이별 아닌 이별을 부추기고 있구나.

 

 

 

 

  

때로는 운무 속을 때로는 갈색의 단풍 속을 거닐다가

억새가 춤을 추는 영남 알프스 주 능선에 닿았다.

수 없이 이어지는 이곳 평원 길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가을에 불어오는 갈색 바람을 맞으면서

영남알프스 주 능선에 모인 산하의 사연과,

억새 줄기마다 맺혀있는 아름다운 미소와 행복한 시공 속에

하늘에는 뜬구름이 걸려있고

이따금씩 펼쳐지는 운무 쇼는 자연의 신비스러움이 이런 것이구나 하게하고

웅장하게 누워있는 태백의 정기를 받아 우리 산하의 만남이 이곳에 있습니다.

 

 

 

 

  

가을에 불어오는 바람의 색깔은 분명 갈색일 텐데

이곳 신불산 자락에서 만나는 가을 색은 은회색과 어우러진 갈색이지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은빛물결의 억새가 마치 나를 손짓해 부르는 것 같습니다.

불어오는 서늘한 실바람과 시리도록 눈부신 햇살을 받아 구름보다

부드럽고 가냘픈 은빛 솜털을 살며시 피워 올리는 억새,

행여 바람 끝이 스치면 서걱거리는 모습이 쓸쓸한 가을 기분을 자아내지만

서럽도록 정겨운 억새풀에서 어떤 그리움이 가슴으로 다가 옵니다.

내년에는 꼭 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곳을 찾으리라고……

 

 

 

 

가지 말라고 허리춤을 붙잡은 억새의 바람꽃을 뒤로 하고 간월재를 향하여 걸었습니다.

갑자기 어두워진 간월재의 이국적이 풍경에 한참을 귀 멀고 눈멀었지요.

분명 우리의 산하도 우리 만남을 시기하는 듯 하였지만

오히려 진한 운무 속을 거니는데 어떤 낭만으로 다가왔지요.

이어서 계속된 임도를 따라 내려 오면서 서서히 오늘 산행을 마친가 싶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눕니다.

마시지 못하는 술이어서 여러 선 후배님께 권하지 못함을 이해 해 주시고

그러나 그러한 잔정까지 아끼는 사람은 절대 아니란 걸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인연이었던 지간에 회원님 여러분들을 내 생애에서

만났다는 것을 늘 자랑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오늘 만나는 분들이 내 생애의 마지막 좋은 분들이라

여기면서 만남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은 상대와 축배의 잔을 나누는 즐거움도 있지만,

이런 산행의 과정에서 즐거움을 배가 시킬 수 있는 만남.

미력한 힘이지만 이번 산하의 산행에 동참하면서

좋은 추억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의 만남이었습니다.

그것은 짧지만 기쁨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작은 행복이고요.

끈끈한 정을 불러일으키게 했던 가을을 닮은 사람들 중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

 

 

 

나의 올 한해는 분명 결실의 기쁨을 맛보는 수확기라고 자부하고 싶고

건강한 의지로 살아가는 날까지 오늘 만남의 인연을 끝까지 가꾸고 싶습니다.

오늘 만남을 통해서 산하의 가족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고

모든 사람을 보듬을 수 있는 속 깊은 언어와,

폭 넓은 삶의 지혜를 맛보았으니, 어찌 이 보다 아름다운 만남이 있겠습니까?

세상의 무엇 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를 꿈꾸며……

이만 산행기를 마칩니다.

감사 합니다.

 

2007. 10.16.

청 산 전 치 옥 씀.

 



Chanson Pour Milan---Ernestine(Ha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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