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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기

가을 조계산에 아내와 발 맞추기

by 청산전치옥 2007.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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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조계산에 아내와 발 맞추기

 

 <장군봉에서 바라 본 서쪽의 산그리메>

 

-산에 간 날: 2007.10.13

-어디를: 선암사의 조계산.

-누구와: 짝꿍과 둘이서.

 

 <상사댐 조망이 마치 왕시루봉에서 바라 본 섬진강 모습처럼>

 

서울 파견 생활을 마치고 이제 좀 한가하게 여유를 부려볼 주말이다.

지금 생각 해 보니 오히려 서울생활이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본다.

다음주부터는 토 일요일 없이 격주로 쉬어야만 한다.

내일은 또 산하의 모임이 신불산에서 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아내와 함께 해야 할 의무감에 어디라도 다녀 올 요량이다.

그렇다고 맨날 이제 지리산에 가기도 그렇고

더군다나 지리산 서부능선 어디에 지금쯤 적당하게 단풍이 어우러진 곳도 없을 테고

몇 사람들이 지리산에 가자고 뽐뿌질이지만 오늘은 내가 가야 할 길을 가야겠다.

 

 

 

언제나 아내와 함께 하다 보면 늦은 산행 길이 되고 만다.

3 아들을 보내고 뒤 정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9 넘긴다.

마음 속으로는 벌써 선암사 아니면 백운산을 점지 해 두고 있었다.

한참을 가다 보니 이미 백운산 가는 길을 비켜서고 있는 것 보니 조계산이구나.

좋은 길을 마다하고 오히려 국도를 택했다.

남은 게 시간이려니 한 것도 있지만

풍성한 이 가을에 감과 대추 그리고 오곡이 익어가는 정감 어린 시골길을 가고 싶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선암사 입구 마을 어귀에 닿는다.

 

 

 <상사댐 주변 마을 어귀에서......>

 

갑자기 내 고향 생각이 가슴을 져 민다.

지난 시절 내 고향은 호박넝쿨 순이 돌담에 얹어 놓은 나뭇가지 위를 기고,

애호박을 누가 따먹어도 눈감아 주던 그런 시절이었지.

가을날 담장에 올라앉은 달덩이 같은 박 위에 고추잠자리가 맴돌고,

키 큰 코스모스가 담 너머로 수줍은 얼굴을 내밀며 웃을 때,

방금 버무린 겉절이 김치를 맛보라고 넘겨주던 정이 넘나들었던 내 고향이 생각난다.

 

 

 

 <산행중에 만난 야생화들>

 

철없던 자신은 대나무 밭 단감나무에 올라 주인 몰래 따다가

내려오면서 대나무 껄텅에 넘어져 엉덩이를 몇 바늘 꿰 멨던 일과

여름방학 때 서울에서 내려와 수박서리 하다가 저녁 내내 쫓고 쫓기며

그 이튿날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던 일

복숭아 밭에서 할아버지에게 그때 당시 동전50환짜리를 50원으로 우기면서

거금 50원어치 복숭아를 샀던 기억들과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

커다란 돌덩이를 던짐과 동시에 넘어지는 바람에 내 발등을 찍어 혼절했던 일들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 온다…….

 

 

 

 <선암사 입구 계곡의 가을은 서서히 여물고 있었다>

 

올해부터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없어졌거늘

아직도 이곳 선암사는 도립공원이면서 사찰 입장료를 꼭박 꼬박 받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올 때마다 입장료를 내고 있지만 언제 어느 때와도 달라진

선암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아쉬움은 덜었다. 

길 양편에 서 있는 나무들은 아직 가을을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새들은 하늘 높은 곳에서 노래를 하고.

나무그늘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수를 놓은 듯 금빛 무늬를 만들고,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야생 차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향기로운 바람은 달콤하기만 하다.

 

 

 

 <지난 6월에 개막한 야생차 문화체험관에서>

 

잠시 후 우측 야트막한 곳에 최근에 개관한 듯한 전통야생차 문화체험관에 들렀다.

선암사내 하늘과 물소리 바람소리 어우러진 아늑한 체험관에서

향기 가득한 차를 직접 만들고 시음하며 산사.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하여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함께

재충전의 기회와 풍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장소 라고 선전하는

문구와는 달리 주말인데도 인적을 찾을 수 없고 서비스 하는 녹차 몇 방울을 마시고 나왔다.

지자체에서 상당한 돈을 투자하여 개관했을 듯 한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승선교의 가을 사람들>

 

몇 걸음 옮겨보니 선녀들이 물장구를 치며 노닐었다던 계곡위로 놓인 승선교가 눈길을 끈다.

아름드리 바위덩이로 쌓아 올리다가 아치형으로 올려 위까지 연결한,

그 옛날의 공법이 오늘의 과학기술을 비웃는 듯 정교하다지만 세월의 흐름 탓으로

돌리기에는 아쉬운 흔적이 후손들의 손을 더해 새로운 모습으로 인공이 가해졌으니

그 옛날 동양화의 모습은 퇴색으로 변색되는 모습이 아쉬움을 더한다.

 

 

 

 

 <강선루와 선암사 경내. 마침 대웅전 재건축으로 주변이 어지러웠다>

 

승선교를 지나니 이윽고 강선루 사이를 지나니 천년 고찰의 선암사에 닿는다.

선암사는 한국적인 절의 옛모습을 가장 잘 보존한 천 년의 사찰.

유일하게 태고종의 산실이기도 하고

여기에는 보유 문화제로, 국가지정 문화제와 지방 문화제 등이 있는 곳이기도 한

선암사를 더 이상 어떻게 설명하리오.

잠시 선암사 경내를 둘러보는데 대웅전의 재건축으로 인하여 주변이 어지러워

그냥 오늘의 산행 목적지인 조계산 정상을 향해 나간다.

 

 

 

 <비로암 가는 길과 비로암에서>

 

오늘 산행코스는 비로암-작은 굴목재-조계산-절터-대각암-선암사로 하는 원점회귀형 산행이다.

워낙 산을 좋아하는(?) 집사람이다 보니 그렇게 근거리 산행을 할 수 밖에 없으리라.

벌써 몇 발자국 고도를 올리자 마자 숨이 차다며 3살 어린애처럼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하여

잠시 쉬면서 이른 점심상을 흐르는 계곡 옆에 점심상을 차렸다.

한참을 쉬다가 고도 600m을 오르니 우측 조망 터에 비로암이 살포시 열려있었다.

선암사에 수 없이 와 봤지만 오늘 비로소 비로암에 들르기로 하였다.

마침 스님께서 반가이 맞아주심에 한참을 담소를 나누면서 법명까지 얻어가며 내년에

꼭 한번 다시 찾겠다고 약속을 드리며 비로암을 나선다.

 

  

<비로암의 맥문동과 배바위에서 조망> 

 

비로암의 조망을 즐기다가 다시 왔던 길을 내려 오름 길을 재촉하는데

'이제 그만 왔던 길로 내려가지' 하면서 아내가 그만 가기를 재촉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꼬들키며 쉬었다가 서서히 장군봉을 오른다.

대각암 근처까지 함께했던 그 산 객들과 어린 꼬맹이들까지 벌써 장군봉을 찍고 내려오고 있건만......

 

 

 

이윽고 또 배바위에서 한참을 쉬다가 어렵게 장군봉에 올랐다.

장군봉의 조망은 가히 환상적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이곳 조계산을 왔지만 오늘 같은 조망을 보기 힘든 산행이었는데

힘들어 아내와 함께한 산행이어서인지 조망이 트인 조계산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상사댐의 흐르는 모습이 지리산 왕시루봉에서 섬진강을 본 느낌을 갖았으며.

저 서쪽 하늘 아래로 보이는 무등산이 금방이라도 내게로 다가 올 것만 같았다.

동쪽으로 펼쳐지는 산그리메가 어디에 무슨 산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계산의 정상의 조망은 가히 환상적이다.

 

 

 

 

 

 

이제 또 다시 왔던 길을 버리고 절터를 향하여 내림 길을 내려섰다.

의외로 내림길은 한결 가벼운 느낌인지 아무 불평 없이 잘도 따라 내려왔다.

한참을 내려 오면서 곰곰이 생각 해 봤다.

앞으로 아내와 함께 취미생활 하기에는 너무도 멀기만 한 것 같은데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3시간이면 끝나야 할 조계산 이 코스를 무려 5시간 넘게 하는 산행이었으니까

내가 비정상인지 아니면 아내가 정상인지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상사댐 주변 드라이브를 할 겸 돌아 나오면서

혹시 산행이 빨라지면 순천만에 들러서 해넘이를 볼 심산이었건만 벌써 해는 저물고 있으니

비록 오늘 어려운 힘든 산행을 하였지만 아내와 함께 한 산행으로 만족 하면서 산행기를 마친다.

지금까지 수 많은 조계산 산행을 했지만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산행기가 없어

대충 몇 자 적어 보면서 산행기로 흔적을 남깁니다.

 

  

 

2007.10.21.

청 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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