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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기

동악산의 꿈

by 청산전치옥 2007. 10. 25.

 

동악산의 꿈

 

2007. 10. 21 동악산에서 나 홀로

 

(아주 잘 생긴 놈으로 골라서)

 

 

(오늘 산행코스)

 

 

동악산 도림사의 이른 아침.

여름 한철 동악산 숲의 주인처럼 시끄럽게 군림하던 매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7년 애벌레의 산고를 겪고 세상에 태어나

7일간 우리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고 떠나갔던 매미들.

짧은 생애지만 우리에게 최선을 다하여 즐거움을 주고 후회 없이 떠나는 삶이었지.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이들의 삶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세상에 자신들이 주인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어찌 그들뿐이었겠는가.

'지상에 살아 있는 것은 모두가 왔다가는 나그네일 뿐이다'

라고 이곳 도림사의 설법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백 년도 못 살면서 천 년을 살 것처럼 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중생들

만년, 수억 년을 처한 대로 말없이 지키는 자연 앞에 괜스레 마음이 숙연해질 뿐이다.

 

 

 

 

섬진강의 물안개와 동악산의 단풍.

 

 

'청산님은 왜 지리산을 그렇게 집착 하신지요' 라고 몇 번의 질문을 받습니다.

지리산만 집착하는 게 아닌데도 나도 모르게 또 지리산을 찾는다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리산의 집착 증후군으로 보인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 며칠간은 또 우연찮게 지리산 아닌 다른 산을 찾은 것 같구나.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는 신불산과 조계산 그리고 동악산까지 다녀왔구나.

내가 맨 처음 산행을 시작 할 무렵 전남명산을 둘러보겠다는 의욕으로 가득 찼었지

그때 이곳 동악산을 가 봐야겠다고 한 것이 오늘에서야 가 보게 되었으니……

 

 

 문덕고리봉과 지리의 능선을 바라보며

 

 

동악산의 계곡은 그다지 깊지 않은 계곡인데도 암반이 펼쳐지는 시원스런 품세가

마치 심산계곡에 들어있는 청류동계곡이라 부를 만하구나.

더군다나 여름이면 수 많은 사람들을 불러 올 만한 곳이기도 한데 여태까지

와 보지 않았으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이 정녕 나를 두고 하는 소리 같다

아침 안개가 섬진강을 가득 메우더니 이곳 동악산 자락에도 비켜 설 줄을 모르고 있다.

 

 

 동악산의 청류계곡

 

 

산길이 완만한 길이라고는 하지만 산길은 역시 산길이었다.

오르락 거리며 때로는 계곡을 건너는 길이기에 지치면 쉬어가곤 하면서 올랐다.

이렇게 산길은 우리네 인생 역전 같은 길이 아닌가 싶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는 산행도 그렇고

내려올 때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것도 우리 인생의 삶의 여정(旅程)과도 같다.

정상에서 맛 보는 환희야말로 우리 인생에 있어서 고생 뒤의 보람이 아니겠는가?

 

 

 

 신선바위에서 바라 본 섬진강과 가야 할 형제봉을 바라보며

 

잠시 후에 신선이 놀고 갔다는 신선바위에 닿는다.

섬진강으로 퍼져있는 짙은 안개는 좀처럼 거치지 않고 불현듯 선녀가 나타날 것 같았다.

꿈 속에서 만난 선녀와 나는 이곳 신선바위에서 한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언제 나타날지 모를 선녀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정상을 향하여 발 놀림을 합니다.

고도를 올릴수록 나뭇잎은 갈색으로 변색되고 있었다.

 

 

 

 문덕고리봉과반야봉을 바라보며

 

이윽고 저 멀리 바라보이는 반야봉과 가까이는 문덕고리봉이 분명히 나의 시야에 들어 온다.

얼마나 반가운 만남인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행운인가 싶기도 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이 가슴속으로 밀려들어온다.

푸른 하늘과 매치된 주변 풍경이 시리도록 아름답고 현란하여 자꾸만 발길이 멎었다.

정산의 아름다움을 멀리하며 형제봉을 향하여 발길을 돌린다.

 

 

 

 동악산 정상과 산그리메(반야가 보인지요)

 

 

서쪽으로 펼쳐진 무등산의 산그리메를 바라보고

때로는 섬진강의 아름다운 안개 속을 헤매며 능선을 따라 갑니다.

이윽고 송림 숲을 따라 가면서 우회하는 길을 나선다.

잠시 후 배너미재에 닿았고 또 다른 감흥을 느낄 때 아~ 이렇게 포근한 길이 있었구나

하면서 색다른 이국적인 가을 풍경을 거닐고 있었다.

 

 

 

 

 

부처바위에서 내가 걸어 온 길을 한참 조망하며 형제봉으로 오른다.

잠시 후 형제봉에서 내려서는 길에서 암릉길에 들어선다.

앞에는 한폭의 동양화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천인단애의 벼랑과 암릉에 걸린 노송이 산수화의 화폭을 그려놓으면서 숨막히는

절경을 펼치는가 하면 이곳에서 청류동 계곡으로 뻗어 내린 기암의 능선은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이라 할만하다.

잠시 이곳에서 도시락을 펴 보이며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곡성의 섬진들판

 

 

 유순한 길과 부처바위에서 조망을......

 

이곳은 배넘이재와 형제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나는 원효대사가 도를 닦았다는 길상암터로 내려가기로 한다.

꾀나 넓어 보인 길상암터는 그때의 모습을 찾아 보기에는 역부족하였으며

간간히 흘러 내리는 약수 물은 그때의 그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지……

30여분을 내려서니 이윽고 내가 올라갔던 처음의 길과 마주친다.

그 누구의 말처럼 72세 노인도 이곳을 오를 수 있다는 산을 이제야 올라와 보니

전남의 산중에서도 진산을 이제야 와 본 것에 대한 후회와 안심이 혼재하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동악산의 공룡능선을 바라보며

 

‘그래, 이제 도림사에 들러 어지러운 마음을 추수리자’ 며 경내를 들어 선다.

 

어느 날 갑자기 거울 속에서 찾아 낸 나의 모습

중년을 넘겨버린 허무한 세월이었던가?

그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신 있게 살아 온 나의 삶이 정녕 허무한 세월이 아니었지

중년을 넘겨버린 나의 삶을 위축시키는 것은 세월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젠 ‘산’을 찾고 그 여유로움에서 나를 찾는지 모른다.

지금도 수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이미 늦었다고 후회하는 삶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나는 그런 여유의 삶을 살고 싶다.

 

 

 

 

2007. 10.25.

 

청 산 전 치 옥 씀.

 

 http://blog.daum.net/jeon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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