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님 무등산에 상고대가 피었습니다.
상고대와 눈꽃 구경 오세요 하는 뽐뿌질을 받습니다.
어이. 토목 무등산에 상고대와 눈꽃이 피었데......
어제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驚蟄(경칩)이다.
눈뜨는 개구리를 시샘하듯 지금 무등산에는 춘설이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요 며칠 전부터 어느 해 보다 더 일찍 찾아온 봄으로 인하여
섬진강변에 이른 매화가 피었고
우리 집 뜰 앞에는 하얀 목련이 빼꼼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장불재 오름길에서 모처럼 하늘이 열렸습니다.
입석대 오름길에서 낙타봉을 바라보며
입석대 가는길에서
이렇게 봄은 어느 순간에 찾아 온가 싶더니만
이제 막 트고 있는 잎 눈들이 춘설의 장난에 화들짝 놀란다.
그래서 그렇게 삼월은 단번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모양이구나.
때로는 따뜻한 햇살로 유혹을 하고 때로는 영하의 찬바람을 몰고 오더니
이제는 일부 지방에서는 춘설까지 몰아치는 모양이다.
부지런한 아가씨의 성급함에 스커트의 길이가 짧아져 좋아라 하더니만
갑자기 몰아치는 추위에 피어 있는 매화도 맥을 못 추게 만드는구나.
입석대 어름길에서 안양산과 낙타봉 그리고 백마능선을 바라보며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설렘과 기대 속에서 무등산을 찾았을 때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우리의 예상과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었으니 얼마나 반가운가?
만약에 무등산에 상고대가 피어 있지 않다면 별꽃 일행들께서 책임지라는
전언을 남겼지만, 아마도 간밤에 마음깨나 애달았을까?
시내에서 바라 본 무등산의 모습은 찬란함으로 다가 왔다.
중머리재 오름길에서 함께한 토목님을
우리가 다 겪어서 아는 일이지만 뭐든지 절실하게 바라는 마음은
그 절실함을 하기 위해 움직이고 몸은 그 마음을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
물론 절실하게 바란다고 해서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것이든 절실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한 일이다.
언젠가 제 산행기에서 말했듯이
'지리산은 그리움이다' 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던 기억을 되 새겨본다.
그래서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그리움이 아닌가 싶다
정치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권력이겠고
이익을 남긴다는 것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수단이 되듯이
산을 좋아하는 우리들은 그리움으로 오늘도 산을 찾는지 모른다.
오랫만에 들려보는 증심사 경내와 단청을 한 컷 했습니다.
오랜만에 증심사 경내를 들러보기로 하였다.
시간적인 여유와 마음의 한가함을 빌어 비록 불자는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은연중에 찾아 드는 시련을 겪을 때 나도 모르게 찾았던 사찰.
며칠 전에 冬安居(동안거)가 끝나서 일까 경내는 부지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꽃샘추위가 물러나면 이곳 경내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를 기대 해 본다.
사사로운 감정과 원한을 비켜가듯이 나의 가슴에도 따뜻한 훈풍이 불어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경내를 나선다.
중머리재에서
간간히 내리는 눈을 맞으며 춘삼월의 무등산을 오른다.
일전에 다녀 온 새인봉을 비켜가면서 오늘은 또 다른 길을 택했다.
멀리 무등산 중봉의 모습이 순식간에 보였다가 사라지고
또 다시 나타나는 장불재 위로 뒤덮는 눈꽃과 상고대가 어우러진
모습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백운암터를 지나 빨라진 발걸음인데도 재촉하며 오른 게 중머리재다.
잠시 중머리재에서 무등의 여인이 준비한 간식으로 요기를 한다.
장불재 오름길과 장불재에서 미끄럼타는 *녀님(닉을 밝히기를 꺼려함)
용추삼거리를 지나서부터는 상고대와 눈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절정을
이루기 시작한다. 마침 눈꽃터널을 지나는 모습 같기도 하고 용궁 속의
미로를 찾는 기분이기도 하다.
나뭇잎들이 다 떨어진 자리에 달라붙은 눈들이 하늘을 향하여 하얗게 손짓하고 있다.
영락없이 사슴 뿔처럼 통통하게 하늘을 향한 가지들이 주변에 머물고 간
진한습도를 받아 상고대로 이뤄진 모습들이 녹을 줄 모르고 서 있다.
이윽고 장불재에 닿는다.
바람은 세차게 불어오지만 표시석 옆 얼음웅덩이에
미끄럼을 타면서 좋아라 하는 모습이 어린 동심의 세계를 들여다 본 것 같았다.
4~50을 넘은 사람들도 이렇게 동심의 세계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을 가져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끄럼을 지친다.
아무리 쳐다봐도 이 기막힌 광경은 왜 이리 질리지 않는가!
입석대와 서석대를 빼놓고서 무등산을 이야기 할 수 없듯이
이제는 우리가 봐야 할 기막힌 절경이 다가 옴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앞선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열린 하늘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찌 이 모든 충족을 시킬 수 있는가 하는 위안을 삼으며 입석대를 향한다.
능선은 완전하게 하얀 눈꽃과 상고대의 어울림으로 변하고 있었다.
무수한 무등의 가을을 날렸던 억새는 이제는 하늘거리며 또 다른
하얀 억새꽃으로 변색되어 우리를 맞는다. 마침 하얀 도금을 해 놓은것처럼.......
오늘을 함께한 사람들(우:토목/별꽃/*녀님)
상고대로 휩싸인 입석대의 군상
드디어 바위기둥이 웅장하게 서 있는 입석대에 닿는다.
돌기둥을 반듯하게 깎고 갈아 층층이 쌓아 올린 형상이 마치 석수장이가
먹줄을 튕겨 다듬어서 포개놓은 듯한 신비감을 연출하고 있다.
'주상절리의 아름다움이 이것이구나' 하는 감탄사를 내 뱉으며 자연의
오묘한 진리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입석대 너머 상고대 사이로 보이는 낙타봉과 안양산
상고대와 눈꽃으로 어우러진 서석대
중봉 아래에서 올라오는 먹구름들이 마치 시위하는 양 무리 지어 서석대로 덤벼든다.
서석대의 암봉을 한 바퀴 휘감아 돌더니 어느새 바람의
숨결을 곱게도 새겨 놓는구나.
천왕봉에도 먹구름이 가려 보이지 않았고
멀리 광주시가지의 모습도 순간적으로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면서
서석대 아래에서 먹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려 본다.
옆 사진작가이신 그 분은 아침부터 이곳에서 작품을 남기기 위해
기다림의 예술을 펼치고 있는데 20여분을 기다리지 못할까.
역시 덕이 부족해서인지 나에게는 좀처럼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아
마냥 추위에 떨 수도 없어 접기로 하고 서석대를 내련 선다.
서석대를 향하는 길목에서
상고대 사이로 보이는 서석대의 모습
나뭇잎에 달라붙은 상고대들은 얼음과자처럼 붙어 있었다.
주변 온도가 영하의 기온에서 유지되다 보니 상고대의 흔적은 그대로였고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두툼한 얼음과자가 형성되고 있었다.
어제도 이곳에서 상고대의 모습을 봤다던 무등산의 여인들은 마냥 즐겁단다
시간의 아쉬움을 멀리하고 중봉길을 향해 내려 선다.
중봉을 가는 길은 허허벌판을 연상시키지만 그래도 찬바람을 이겨 낼만하였다.
잔가지에 붙어 있는 상고대와 눈꽃이 이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중봉 바위 남향을 향해 잠시 쉬면서 가져온 막걸리 성찬을 즐긴다.
무등은 두 팔 벌려 그날의 아픔을 이렇게 감싸고 있다
동화사 터에서 중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무등의 능선 중에서 가장 멋있는 길인 것 같다.
군부대에서 복원한 하얀 억새밭과
아직 주변이 잔가지로 형성돼있어 사방을 조망 할 수 있으며
여인의 곡선처럼 부드럽게 늘어진 무등의 잔등을 볼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다.
잠시 후 동화사터를 지나 이제는 고도를 갑자기 낮추는 토끼등을 향해 간다.
너널겅을 지나서부터는 상고대의 흔적을 볼 수 없으며
등로 상태는 대체적으로 양호 했으나 질퍽거리는 수준이었다.
너덜겅에서
산행 내내 배고프고 춥다고 앙탈부리는 *녀님을 위해서라도 늦은 점심상을 차리기로 하였다.
따끈따끈한 국밥 한 그릇 올려놓고 맥주잔을 기울이는
사이 산행에 동참하지 못한 서북능선이 단숨에 달려왔다.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다음 기회에 같이 하기로 하고
함께한 우리 모두에게 무사산행의 하산주를 건배하며 산행을 마친다.
우리를 뽐뿌질로 불러주신 무등의 여인과 함께한 토목님 수고 하셨습니다.
오늘을 함께한 무등산의 두 여인
<에필로그>
오늘도 상고대와 어우러진 춘설의 눈꽃잔치에서
무등산을 천국으로 만드는 자연의 조화와 예술에 감탄사를 날렸다.
늘 생각하는 마음인데
위대한 자연을 보고 느끼며 오묘함의 진리 속에서
측량 할 수 없는 우리네 인간의 마음이 어찌 천지조화의 뜻을 알리오마는
지금 여기에서 보는 天理(천리)의 찬란한 모습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 하겠는가?
지금도 무등산에 피어 있는 상고대의 비경이 머리 속에서 현란하게
떠 오른 오르가슴을 느끼며 이만 산행기를 마칩니다.
2007.03.08
청 산 전 치 옥 씀.
http://blog.daum.net/jeon8204
*본인의 실수로 인하여 사진에 비네팅이 되어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