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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의바람흔적] 산에서 길을 묻다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일반산행기

無等山이 보내 준 순백의 초청장

by 청산전치옥 2007. 2. 2.
 無等山이 보내 준 순백의 초청장   
07-01-29
*장불재에서 바라 본 서석대(좌)와 입석대(우)*

 
*서석대 내림길의 순백의 상고대*
주차장-새인봉-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동화사터-늦재-토끼봉-주차장


 

 
*상고대가 활착된 서석대와 중봉능선 그리고 시내가 보인다*
 
 
<서석대를 바라보며>
 
 
지친 삶 속에서도 피곤을 잊은 채
 
그토록 굶주림과 배고픔으로 서러움을 잉태하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이른 새벽 너흰 열매를 토실하게 만들었구나.
 
 
그러나,
 
짧은 인생을 마치듯 떨어지는 바람서리꽃들이
 
엉겨 붙은 채로 골아 떨어지는 서러움이여.
 
정녕 너희는 떠오르는 태양을 원망하지 말지어다.
 
 
꿈꾸다가 사라질듯한
 
저 농익은 겨울열매를 바라보고 숨죽이며 말하노라
 
그리고 기도 하노라.
 
이 소중한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고……
 
-서석대에서-

 
 
 
*아직도 녹지 않은 북사면의 눈길*
 
 
일요일 덕유산과 지리산으로 간 산 친구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형님. 눈 허벌라게 쏟아집니다
 
그래, 좋겠다. 나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키련다
 
겨울 산행의 최대 이벤트는 단연 '눈 산행'이다.
 
최근 2~3일전에 내리는 눈을 마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산 꾼인 우리들이 눈이 오는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겠는가 마는
 
설렘과 환희 그리고 흥분 속에서 눈 쌓인 능선을 한없이 걸으면서
 
동심의 세계로 빠지고 싶었다.

 
 
*입석대 오름길*
 
 
*아무리 쳐다봐도 기막힌 상고대와 청명한 하늘*


 
오늘은 모처럼 지리산이 아닌 무등산을 걷기로 하였다.
 
눈이 오면 가장 생각나는 산이 덕유산과 지리산 그 다음이 무등산이 아닌가 싶다.
 
지난 시절 광주에서 생활 한 적은 있었지만 무등산은 가 본 기억이라고는
 
증심사 일원과 기껏해야 산장 쪽이 전부인 나는 산을 좋아한 뒤로부터
 
여름에 백마능선을 타고 오르는 것 이외는 무등산이 이번이 3번째이다.
 
산 이름이 말해주듯 높이를 헤아릴 수 없고 견줄만한 상대가 없는 산이지만
 
언제나 광주시민과 함께 哀歡(애환)를 같이한 산이 무등산이다.

 
 
 
*백마능선과 방송중계탑*
 
 
아침 일찍 나오는 바람에 어디 적당한 곳에서 아침을 먹어야 한다.
 
주차장 주변에서 서성이다가 기사식당에서 단돈 2000원짜리 백반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 나는 여유 있는 산행을 하기로 하고 새인봉으로
 
향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마침 월요일이라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여유 있게 오르되 볼 것을 다 보고 오르겠다는 산행이다.
 
그런데 아직도 피어있는 상고대가 게으른 나에게 어서 오라 능선에서
 
손짓하고 있구나
 
괜히 마음이 바빠지면서
 
혹시 다 시들어 버리면 어떡할까
 
하는 마음이 조급 해 지기 시작 한다.

 
 
 
*운선봉 전망대에서*

  
주차장 한 켠에 산행준비를 단단히 하고 우측으로 난 등로를 따라 오른다.
 
낮은 고도인 탓도 있겠지만 하루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산이다 보니
 
새인봉을 향한 땅바닥은 찬 돌과 같이 딱딱하게 얼어 있었다.
 
고도를 차츰차츰 올리니 산허리로 감았던 도시의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 온다.
 
그리고 이내 무등산의 윤곽이 어렴풋이 형성이 되면서 어느 암자에서
 
들려오는 불경소리가 나의 귀를 간지럽게 한다.
 
이제 제법 녹지 않은 눈들이 노송 사이로 그대로 주저 않아 있고
 
새인봉 못 미쳐 운선봉 전망대에 올라서서 잠시 나 홀로 조망을 즐긴다.

 
 
 
 
*새인봉과 함께한 두 분의 산녀*

  
암반으로 형성된 등로를 따라 잠시 고도를 높이니 저 만치 아래로 보이는
 
암봉이 단번에 새인봉임을 직감한다.
 
정상이 임금님의 옥새처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印峰(새인봉)이다.
 
행여 놓칠세라 주변의 풍광을 열심히 찍고 또 찍어댔다.
 
언제부터 그곳에 앉아있는 연인들의 모습이 마침 신선의 모습처럼 보였으며
 
차마 방해가 될까 봐 쉽게 그 자리를 침범하지 못하고 간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적당한 장소를 찾는 중에
 
아니, 청산님 아니세요하면서
 
반갑게 맞아주는 두 여성 산 꾼과 반갑게 악수를 하고 만다.
 
잠시 후 끝없는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장불재에서 바라 본 서석대와 입석대/그리고 백마능선의 낙타봉*
 
 
달콤한 커피 향을 맡으면서 산 아래에 펼쳐진 조망을 즐긴다.
 
전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전망대에 서서 파란 하늘과 가야 할 능선을 바라보았다.
 
햇볕이 눈에 반사되어 중머리재부터는 은색의 향연을 연출한다.
 
차가운 바람이 약사암 쪽에서 계곡을 타고 볼에 입맞춤한다.
 
차가운 기운이라기 보다는 겨울 바람답지 않게 습기를 머금은 듯한
 
은은한 겨울바람이라고 할 듯싶다.
 
겨울 날씨치고는 너무도 포근한 날씨다.

 
 
 
 
*중머리재에서: 무등은 두 팔 벌려 허다한 능선을 다 품고 있다*

 
무등산을 매일 오르며 지리산을 자주 찾는다는 두 여성 산꾼에게
 
가이드 역할을 부여하기로 하고 뒤를 따라 나섰다.
 
웹 상에 올라온 내 산행기를 계속 봐 왔으면서도 답 글은 달지 않았다는
 
두 분은 언제부터 나와 함께 산행을 하고 싶었다 한다.
 
그런데 오늘 우연찮게 이뤄진 산행이야말로 특별산행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간밤에 무등산이 내게 건 내준 순백의 하얀 초청장이
 
두 여인을 만나라는 암시인 듯 하기도 하다.
 
눈길을 스틱도 없이 산행하는 모습이 범상치 않았으며
 
지리산 이야기와 태극종주 이야기를 하는 사이 벌써 중머리재에 닿는다.

 
 

*장불재 오르는 길*
 
 
스님머리에 비유돼 명명된 중머리재는 문자 그대로 밋밋한 고개이다.
 
시원한 물 한 모금 입에 넣고 건네주는 캔 맥주를 받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저는 술을 먹지 못합니다라는 변명을 늘어 놓습니다.
 
여태까지 배우지 못한 술인지 몰라도 나 역시 답답하기도 하다만……
 
이제부터는 아직 시들지 않은 상고대의 터널을 지나 간다.
 
낮은 고도인지라 여물다가 시들기 직전이지만 고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알차게 여물어진 겨울 열매를 머리에 이고 오르니 이곳이 장불재로다.

 
 
 

*입석대의 원경과 근경*

 
<입석대에서>
 
잎이 진 겨울무등산에도 꽃을 피웠다.
 
밤새 저리도 칼 바람을 맞으며 잉태하는 바람서리꽃
 
행여 누가 볼세라 누가 건드릴까 봐 높은 고도를 찾아 피어 오르는 바람꽃
 
그들은 차디찬 빙설 냉기의 아픔을 참고 우리를 위해 아픔을 이렇게
 
토해냈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 온다.
 
자연이 빚어 낸 아름다운 柱狀節理(주상절리)가 이렇게 오묘한 형상이
 
후손들에게 볼 것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감탄과 경이를 표 한다.

 
 

*천왕봉 원경: 현재군사 보호지역으로 접근금지구역임*
 
 
입석대와 서석대를 지나는 사이는 함부로 걸어서는 아니 될 곳이다.
 
그 만큼 우리에게 보여 줄 것이 많은 곳이 이곳이 아닌가 싶다.
 
함께한 **님께서 주변 상황 설명이 장황 합니다.
 
백마능선 낙타봉에서 나타난 낙타는 오 간데 없지만 완만하게 형성된
 
능선의 부드러움이야말로 마침 소백산을 연상하기도 하고 굳이 지리산을
 
갖다 대라면 세석평원을 연상하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더 이상 올라가야 할 정상은 없다.
 
아직도 철조망으로 굳게 잠긴 3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천왕. 지왕. 인왕봉을
 
응시 하면서 언제쯤 저곳을 오를까 하는 희망으로 샷터를 눌러댄다.

 
 

 *서석대 가는 길에서 만난 젊은 청년과 알알이 열려있는 겨울 열매 상고대*
 
 
잠시 후 젊은 청년들과 조우를 한다.
 
妻家가 지리산 당동이라는 청년은 이러한 상고대의 모습이 생전 처음이라며
 
마침 꿈 속을 거니는 기분이란다. 아마 그들은 이러한 모습을 두고
 
꿈 인가, 생시 인가라고 표현을 해줘야 할지……
 
온 산의 나뭇가지가 무리로 피어난 바람서리꽃이 햇빛에 반사되어 비치는
 
아름다움은 더 이상 어떻게 표현을 하란 말인가?
 
또 다시 자신이 정녕 시인이 되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한다.
 

 *입석대와 함께 무등산 최고의 돌병풍인 서석대의 모습*
 
 

 *서석대에서 바라 본 중봉능선*
 
 
<서석대에서>
 
차갑도록 예리하고 깨끗한 그 순결한 상고대가 북 사면인 이곳 서석대에서는
 
더 활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직벽으로 세워진 서석대와 어우러진 모습은 무등산이 아니고서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기막힌 광경인 것이다.
 
햇살을 머금고 거기서 쏟아내는 반짝임은 보고 환상이라고 해야 할까?
 
불어대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니 상고대와 햇살이 드디어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서 멋진 춤을 연출하기도 한다.
 
마치 중봉으로 향하는 우리들을 배웅이라도 하듯이……
 
철 없는 나는 마냥 떨고 있는 저 바람서리꽃을 향해 삿터를 눌러 대면서
 
그만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나 혼자가 아닌 산행이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서석대의 조망을 아쉬워하면서 중봉을 향하여 내려선다.

 

*무등산 서석대의 원경과 생태복원지역의 억새군락지*
 
 
북 사면 이라서 아직 녹지 않은 눈길에 미끄럼 치면서 중봉에 닿았다.
 
지난 98년 이전까지는 군부대였음을 보여주는 군부대 이전 안내판
 
서 있고 우측으로는 방송국 중계탑이 있어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은 억새군락지로
 
생태복원이 되고 있음이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 한다.
 
억새능선을 따라 동화사 능선길로 접어들기 전 잠시 쉬기로 한다.
 
홀로하는 산행이라 점심도 준비하지 못한 나에게 산행 중 내내 간간히
 
먹거리를 제공 해 주신 두 분께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배고픔도
 
모르고 산행 할 수 있었다.
 
고도를 낮추면서도 전혀 녹지 않은 눈길을 몇 번의 넘어지는 과정에서
 
오후 3가 되어서 무사히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중봉에서 바라 본 천왕봉과 서석대의 원경/동화사터 가는 길에서*
 
 
<에필로그>
 
藝鄕(예향)의 도시 광주
 
순백으로 어우러진 부드러운 무등의 능선이 코발트 색으로 투영된다.
 
그 무등의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넘어와 온 세상을 비추는 것 같다.
 
무등산은 누구에게나 가슴을 넉넉히 열어 두 팔 벌리고 있다.
 
80 5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선량한 시민에게 총칼을 겨눈 그들조차도
 
품 안에 넣고 감싸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어느 누구도 무등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는다.
 
순백으로 물들어진 무등산을 언제 다시 한번 가 보기로 하면서
 
이만 산행기를 줄이면서 끝까지 함께 해 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함께 하신 두 분 수고 하셨습니다
 

 *함께 해 주신 두 여성 산꾼: 수고 하셨습니다*
 
 
2007. 02.01.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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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jeon8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