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2. 5. 13 -어디를: 성삼재~ 노고단~ 임걸령~ 문수대~ 성삼재 -누구랑: 홀로
얼마나 기다렸던가 한 동안 산행과 사진을 멀리하면서 굶주린 포유동물처럼 비록 날씨는 좋지 않더라도 무작정 지리자락을 거닐고 싶었다. 그리고 여명은 터 올 거라는 희망을 안고 노고단 새벽여명을 맞으러 간다.
비좁은 내 가슴 한 켠 어딘가 기필코, 지리산 여명은 터 올 거라는 희망
이른 새벽 아카시아향 내 뿜는 섬진을 건너면서 희망의 부푼 꿈은 서서히 무너지는 것 같은 예감 노고단 철탑에 드리운 짙은 운해와 검은 구름 띠를 보면서 방향전환하여 어디로 갈까 몇 번을 망설이다가 이내 다시 희망의 끈을 부여잡는다.
올해 윤달이 들어 봄이 아장아장 느리게 온가 싶더니 갑자기 불어준 이상고온의 봄 기온으로 한꺼번에 꽃이 피니 바쁘기만 하다. 온통 꽃 물결을 이루어 눈부시게 하던 현란한 봄 5월을 남은 열 한 달을 모두 주어도 바꾸지 않는다는 계절이건만......
밝아오는 여명(黎明)은 비록 멀어져 갔지만 그래도 노고단 정상에 홀로 섰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선 반야봉과 천왕을 바라본다. 가슴 뿌듯하다. 숨죽이며 인증 샷 몇 컷을 날리고 한참을 기다린다. 누구 와 줄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5월의 희망 노고단의 희망을 기대 하면서......
비록 후쭐꾸리한 진달래를 바라보면서 그래도 이 정도며 어때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노고단 옛길로 나선다. 엊그제만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진달래가 벌써 파장의 신호를 알렸다. 대신 5월의 연록은 더욱더 짙게 능선으로 퍼져 드리웠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피아골 삼거리까지 와 버렸다. '아~ 시간은 돈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발걸음 재촉하면서 왔던 길 다시 돌려 그 자리에 머문다. '갈까, 말까' 잠시 멈춰서더니 이내 발걸음 재촉하면서 문수대로 향하고 있었다.
지난날 그렇게 헤맸던 이 길이 이렇게 잘 발달되어 있다니 반가워 해야 할까 아니면 걱정스러워 해야 할까. 빗장은 옛날처럼 그렇게 단단히 쳐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니 들어갈 수 없지 않은가. 스님은 오 간데 없지만 마음의 양심으로 과일 몇 개를 보시로 내 놓는다
세상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물질이라고 하지만 어디 물질로 모든 것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느끼는 만족이야말로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 동안 미워했던 사람도 산에 오르면 용서가 되었듯이 나 또한 그렇게 용서를 받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산을 찾은 이유인지 나도 모른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보람이며 행복입니다.
2012. 5. 12 청산의 바람흔적은 노고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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