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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해지고 해뜨는 지리산 중봉에서

by 청산전치옥 2010. 9. 24.

해지고 해 뜨는 지리산 중봉에서

 

 

 

*행복*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인정과 마음 씀씀이로

행복은 전파를 타고 내려 옵니다.

 

행복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늘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작은 것, 사소한 것에서 오는 행복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는 산행이라며 산행기를 올립니다.

 

 

 

-일시: 2010. 9. 18~19

-산행코스: 순두류-중봉골-좌골-천왕굴-중봉-천왕봉-순두류

-누구와: 원시인. 포산자. 사라. 도치바구. 각시바구. 코아. 서북

 

 

 

비박 가자!

말이 비 박이지 엄연히 따지자면 텐트치고 자는 야영이지요

텐트 하나 구입해 놓고 여태까지 상량식을 하지 않는다는 원시인님의 말에 공감

이틀 전 평일 토모기가 비박인원 11명을 싹쓸이 해 불고 나머지 인원 다 해봐야 8명이다.

앞에서 싹쓸이 해주므로 오히려 좋다는 원시인 아우

무거움과 시간을 단축 해볼 거라고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순두류행 버스에 오른다.

“성심껏 보시 해주시라’ 는 멘트가 이어지자 보시는 1000원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우리

그러자 “큰 배낭은 안됩니다” 라는 기사님 말씀에 “그럼, 2배로 드리지요” 에 오케이

‘세상만사 돈으로 안 되는 것 없구나’

 

 

 

오랜만에 비박장비를 지고 오르려니 힘이 배가 든다. 에고 이거 언제 오르려나

등산은 무게와의 싸움이란 얘기가 있듯이 일단 2인에 텐트 하나씩 분배를 해서 오르건만

해먹는 재미에 집착하다 보니 좀처럼 짐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

출렁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 흐릿한 산길로 접어든다.

이곳이 바로 천왕골과 중봉골(마야계곡)이 만나는 합수점이 된다.

이제부터 오름 길을 시작된다.

 

 

 

 

1시간의 오름 짓이 시작되다가 용추폭포 못 가 적당한 곳에서 쉼을 갖는다.

벌써부터 막걸리와 맥주가 판을 치더니 어느새 준비를 했는지 음료수를 내 놓다

술 못 먹는 나를 위해 배려 해 준 님들께 고마움을……

오늘 시간은 여유가 있어 쉬엄 쉬엄 오르기로 한다.

다만, 오를 때 천왕굴 쪽으로 빠지는 염려가 있으니 조심하자 해 놓고.

고도 1400 근처 적당한 계곡에서 점심상을 펼치고 한참을 노닐었다.

 

 

 

“배가 불러오니 오르기가 버겁다” 라는 소리를 하면서 고도를 올린다.

선두 서브기 뒤를 따라 일행은 그 뒤를 쫓는다.

고도 1600 근처에 들어설 때 ‘아차, 싶었다……’

지난번 천왕굴로 산행한 마루님의 시그널을 발견해 버렸다.

아마 고도 1500근처에서 우측골을 놓치고 무심히 들어온 모양이었다.

다시 내려가 그곳부터 시작하자는 제의는 가당치도 않았다.

3~4번 왔던 길을 놓친 원시인님도 어이가 없다는 듯 쓴 웃음을 지어보지만 ㅋㅋ

 

 

 

“어차피 가 보지 않았으니 천왕굴 쪽으로 올라 갑시다” 라면 알바가 시작됨.

잦은 잡목과 한판 시름은 물론이거니와

박배낭에 걸려 때로는 낮은 포복과 우회로 여유 많던 시간은 흘러 가기만 한다.

그 와중에 먹을 것 준비 하겠다고 널려진 곰취를 뜯으면서 ㅎㅎ

고도 100여 미터를 올리는데 1시간 이상을 소비해 버렸다.

변덕스러운 게 高山의 기후라 했던가?

북사면에 걸쳐있던 구름덩이가 서서히 자리를 움직이는가 했더니 하늘빛이 달라진다.

 

 

 

이곳까지 왔으니 천왕봉 찍고 오자는 나의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만다.

원시인과 함께 둘이서 천왕봉 찍고 오자며 50여 미터를 올랐을까

‘에이~ 어차피 내일 다시 올 건데……’ 다시 백~~

중봄샘 근처에서 한참을 노닥거리다가 중봉으로 향한다.

 

 

 

 

벼랑 끝에 시들지 않은 산오이풀에 한참 눈길을 준다.

행여 꺾여 고개 숙여 버리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그 바위틈에서 버티는 생명력

차라리, 바람이 저 여린 줄기를 비켜 가는 너그러움이 있다면 나는 그 바람에게

마지막 남은 내 열정을 보내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걸쳐있던 구름덩어리는 바람에 못 이겨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인연*

난데없는 산자락에서 고향 후배쯤 되는 또 하나의 인연을 만났다.

인연은 예고도 없고 소리도 없이 찾아오는 것,

수원에서 홀로 오신 산님 특별한 닉은 없지만 지리산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데요.

그 만한 열정이면 어디지리99” 를 모르겠습니까. ㅎㅎ 눈팅족

오늘 대륙폭포골로 올랐으니 내일은 칠선으로 내려가 다시 마폭포골로 올라오시겠단다

또 지리산이 맺어준 인연이 되어 저녁 내내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은 그렇게 언제 어디서 어떤 관계로 맺어질지 모르는 실 타래 같은 인연관계

우리네 삶은 결국 인연 따라 만물과 엉켜서 살게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스틱으로 걸어 불 켜놓은 등잔 밑에 저녁상을 차렸다.

우리 보다는 함께한 손님 먼저

나 보다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지난 반야봉 비박 산행 때 굶주림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자신이기에

한 두잔 오고 가는 사이 山情은 더욱더 깊어만 가고

달짝지근한 복분자 맛에 취기가 달아 오르더니 이내 한기를 느낄 때 내 자리로 되 돌아 간다.

 

 

 

 

새벽녘 볼일도 있고 하여 다시 무장하고 텐트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록 천 한 꺼풀 차이지만 텐트 밖의 밤하늘의 세계는 별천지였다.

도심의 세계에서 볼 수 없는 북두칠성을 동녘 하늘에서 볼 수 있었고

아직 밤하늘을 꽉 채울 만큼 커다랗게 부풀지는 않았지만

대낮처럼 환하게 비추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하얀 상현달은 어떤 그리움을 불러내기 마땅했다.

산 아래 마을에서는 평화의 불빛이 반짝인다.

야트막한 산 어구에 깔려 있는 별 꽃 같은 불빛들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밀려온다

갑자기 마을의 불빛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벌써 마을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그립단말인가

하기야~ 내일 모래가 추석이지……

 

 

 

 

누가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야 할 그 시간에 모두 일어나 그 자리에 섰다.

설렘 반과 두려움 반을 이겨가면 모두 일출을 향한 일념은 목이 메어 있었다.

나와야 할 시간인데도 나오지 않은 해를 바라보며 펼쳐진 띠구름에 원망을 해 보며

그래도 그게 어딘데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일출광경에 탄식을 올린다.

중봉에서 바라본 일출이 나의 특권인양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바쁘게 움직인 나

한참을 지난 뒤에 빌어야 할 소원이 뒤 늦게 생각났네 ㅋㅋ

 

 

 

 

하룻밤을 보내는 사이 동료뿐 아니라 자연과 더욱 친밀해진 우리

산친구와 나란히 서서 이별의 추억 한 컷을 담았다.

서브기가 "어깨동무" 하는 소리에 우리 산친구들은 또 다시 마음을 열었다.

어깨에 올려진 손끝을 타고 와 뭉클하게 마음을 적시고 가슴을 적신다.

아마 이게 산상에서 전해지는 진정한 우리 산꾼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배려*

따뜻한 마음이 진실로 전달되는 상대방의 숨겨진 속마음을 읽고 배려란 단어를 곱씹는다.

나보다 남의 입장을 먼저 살핀다.

홀로 하는 산행에 배가 고프지 않을까 싶어 반찬통에 가득 쌓은 사랑의 도시락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준 도시락처럼 따뜻한 감사의 도시락을 들고 나 홀로 산행길을 나선다.

오후에 근무인 나는 저들과 갈 길이 다른 길을 택해 일찍 출발 길에 오른다.

천왕봉을 향해 오르면서 홀로 외친다 이 세상은 살맛 나는 세상이 아닌가

 

 

 

 

아침 일찍 천왕봉에 도착한 나는 깜짝 놀랬다.

일출 광경을 보고 벌써 갔을 사람들인데도 천왕봉 주변은 사람들로 인하여 차지할 수도 없었다.

이제 동네 뒷산 정도로 생각하고 오르내리는 곳이 천왕봉이 아닌가 싶다.

그런대도 이곳에 케이블카 놓으면 과연 어떻게 될지는 자명한 일이 아닌가……

주변 야생화와 풍경 몇 컷을 담고 그 자리를 비운 사이 저 멀리 황금능선이 나를 향해 춤춘다.

이제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순두류를 향해 내려서야 한다.

 

 

 

*열정*

지나친 지리산열정에 대한 자신이 너무 오버한 것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어차피 인생은 왕복 차 없는 외길인데

삶의 의미와 보람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가치 있는 삶과 그렇지 않는 삶으로 나뉜다.

아직까지 이런 나의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사회 생활에서 어느 분야의 일에 적당히 미치면 인생이 즐겁지 않겠습니까?

아마 내가 아는 산친구들은 아마 나와 같은 동감일 게 분명하지요.

 

 

 

*동행*

터벅터벅 말없이 산길을 걷는 무뚝뚝한 사람들

그 아름다운 청춘은 가고 있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동행이 있어 행복합니다.

 

삶이란

이렇게 복잡하고 아슬아슬 하지만

때로는 앞서 가 줄 사람 있고

때로는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아니 하겠습니까?

 

당신의 쉰내 나는 땀 내음 그대로 그 참모습이

세상 어느 무엇보다. 어느 향수 보다 더 곱고 향긋합니다.

비록 몸은 지쳐있지만

느낌으로 전해오는

당신의 향기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2010. 9. 18 "청산의 바람흔적"은 중봉에서

청산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