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찮은 목통골 산행* 
-일시: 2010. 8. 12 -어디를: 목통골- 토끼봉- 범왕능선- 범왕교 -누구와: 늘푸른님. 삼수니님. 이중위님. 지다람님. 김정주님. 나 

모처럼 박 산행을 하겠다고 벼루던 날이었다. 장만한 집 한 채를 놔두고 지다람과 오붓하게 산정(山頂)에서 보내겠다고 약속을 했지 그렇게 스케줄대로 진행 되는가 했는데 며칠 전 정주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모처럼 평일 날 여름휴가를 받아 동부팀 몇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 그래서 D-데이로 잡는 날이 태풍 덴무가 급 상하는 8월11일


하늘을 몇 번이나 올려다보았다. "그냥 나서 볼까?" 핸폰 저편 산 친구 목소리도 역시나 오락가락하는 말소리다. 단단히 벼르던 날, 태풍 덴무 뉴스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래. 그냥 떠나자. 무조건 가는 거다."하는 아쉬움의 탄식은 당일산행으로 변경된 다음날 아침에 후회를 해 보면서…… 


어둠을 벗겨낸 새벽이 눈을 뜨자 목통골의 나무들도 덩달아 기지개를 켠다. 어제 하루 종일 자신의 임무를 못다한 매미는 이른 아침부터 찬란한 노래를 부르고 목통골 계곡에서 신바람이 난 모양이다. 독창인가 하면 합창이고, 합창인가 하면 중창이다. 귀가 따가운지 물가 동자꽃과 모싯대가 선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빈다. 이렇게 목통골의 아침은 시작되고 있었다. 

계곡을 좌측에 두고 잠시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계곡과 가까운 길은 사라진다. 계곡을 몇 번 건너야 하는데 갑자기 불어난 수량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포기 할 수도 없지. 계곡 사면을 치고 오르면서 “오늘 고생께나 하겠네” 하는 목소리 산행 시작 한 시간도 못되어 맥이 빠진다 잠시 후 우측 지계곡 공부막터로 향하는 지계곡 수량도 만만치 않다. 한참을 위로 또는 사면으로 발길을 돌리다가 칠불사로 향하는 옛길에 닿는다. ‘그냥, 칠불사로 가 버릴까’ 하고 생각도 해 본다. 


이곳 목통골 산행은 이번이 3번째이다. 지금까지 산행은 여유 있는 산행이어서인지 오늘 산행은 너무 빨리 끝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처음부터 빗나가고 있었다. 산행 후 1시간 30분만에 목통골의 최고의 무명폭포에 와 닿는다. 턱없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왔었다. 정말 굉장한 수량이고 옆에 함께하는 님들이 뭐라 해도 무슨 말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너, 나한테 욕했지. **라고” “ㅎㅎ 욕하지 마라 안 들린다고……” 하면서 농을 건넨다 ㅋㅋㅋ 

이윽고 고도 900에서 계곡 분기점을 맞는다. 우측은 토끼봉으로 가는 계곡이고 좌측은 화개재와 삼도봉으로 향하는 계곡이다. 이곳까지 왔는데도 계곡수량은 여전히 만만치 않는다. 그래도 어찌하오 리. 토끼봉으로 향하는 계곡의 사면을 치고 또 오른다. 고도 1100에서 더 이상 배고파 앞으로 갈 수도 없었다. 점심 먹고 갑시다 ~~ 


‘그래, 비빔밥을 먹지 말아야 하는데’ 나중 결과에서 말했듯이 역시 비빔밥에 약했다. 도저히 배가 고파 더 이상 고도를 높일 수가 없었다. 특별히 삼수니께서 준비한 스텐 양판 비빔밥이 등장했다. 날씨도 덥고 오이냉채와 곁들인 갖은 나물로 빚어낸 지리산 목통골표 비빔밥이다. 너무 많다고 하던 밥이 순식간에 모자라 또 비벼먹는 구수한 맛에 나중 일은 나중에(?) 


1시간의 점심상을 물리치고 다시 고도를 높이지만 웬만해서 계곡 수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고도를 높일수록 잡목과 한판싸움은 계속 이어지다가 고도 1400 가까이 가서야 물길이 사라지고 조용한 산행이 이어진다. “이제. 누가 욕해도 다 압니다” ㅎㅎ 키 작은 산죽밭이 이어지다가 산행 후 7시간 만에 범왕능선 옛 길에 닿는다. “누구, 토끼봉 안 가본 사람 다녀 오세요” 엎드리면 토끼봉인데도 가 보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ㅋㅋ 잠시 휴식을 갖고 곧 바로 범왕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쉽게 끝내려던 산행은 더디게 이어지더니 결국 3시가 넘어버렸다. 잠시 후 능선길 이정표(토끼봉 1.0/범왕교 3.9) 바로 아래에서 멧돼지새끼 죽음을 발견한다. 아직 따뜻한 온기로 봐서 조금 전에 죽은 것 같은 예감이다. 갖고 내려갈까 하다가 무게도 그러려니와 주변에 엄마돼지가 있을 것 같은 예감에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난다(이틀 뒤 산거북이님 일행도 봤다더군요. 이때는 이미 부패했을 듯) 

‘그래서 비빔밥을 먹지 말아야 되는데……’ 내려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아마 그 멧돼지 생각=?) 여지없이 고꾸라지고 만다. 팔목에 약간의 생채기를 내고 말았고 내동댕이쳐진 카메라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 작동을 해 보지만 참 끄덕 도 없네. 잘도 찍히네~~ 참 운도 되게 없는 놈이지. 레벨 업 시키는 기회였는데 ㅋㅋ…… 아~ 앞으로 산행 때는 절대 비빔밥을 먹지 않으리. 
연동마을의 흔적 
사진제공:김정주님 박 산행을 하려던 계획은 무너졌지만 그래도 모처럼 쉽게 진행될 것 같았던 산행은 덕분에 오랜만에 빡센산행을 하게 됐네요. 산행 계획에서부터 진행할 때까지 말도 많았던 산행이었지만 하고 난 뒤의 개운함과 서운함이 함께 머물러 있던 산행이었습니다. 산행 후 정주님께서 사 주신 저녁밥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함께하신 산님들 모두 수고 하셨네요. 2010. 8. 12 청산의 바람흔적은 목통골에서 청산 전 치 옥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