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골의 가을 이야기(통신골~천왕남능)
-산행일: 2010. 10. 20
-산행코스: 통신골~ 천왕남능
-함께한 사람들: 산행대장 입선 외 산친구들
오늘도 산행 코스를 놓고 저울질을 한다.
이시기에 지리산 어느 골 어느 능선을 가더라도 멋진 단풍산행이 될 수 있을 터인데
아마 좀더 나은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우리 산꾼들의 욕심이 아니겠는가?
잠시 입선과 통화를 하는데
지난주 통신골 산행 때 불의의 사고로 마치지 못한 통신골을 간단다.
지리산의 가을을 느끼기에는 통신골이 으뜸이라는 생각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려 진주에 들어오니 새벽 안개가 앞을 가린다.
덕분에 단성으로 가야 할 애마는 마부 착각으로 부산쪽으로 향해 달리고 있다.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진주시를 관통 후 다시 유턴으로 고~~
지리산도 아닌 고속도로에서 알바 20여분을 해 버렸으니 대신 산 속에서 무사 할 수 있으려나……
함께하기로 한 진주팀 일행이 중산리에서 반갑게 맞이 해 준다.
평일 산행이라 그렇게 산님들이 많지 않아 좋다.
법천폭포에서 아침을 해 먹기로 하고 잠시 쉼을 갖는다.
입선님과 함께하면 언제나 아침과 점심을 산에서 먹는다는 생각에 아침을 걸렀더니 배가 조촐하다
주변 법천골까지 가을이 내려 앉았다.
차라리 산에 오르지 말고 이곳에서 오늘 하루를 머물러 가자는 제의가 당연히 들어 올 법한데……
아이 오줌발 같은 물줄기를 내 주고 있는 유암폭포에 닿았다.
그래도 물줄기를 제법 품어내야 폭포다운 폭포의 면모를 볼 수 있을 텐데
갈수기인 가을에는 애처롭기까지 하는데 그나마 주변의 단풍이 유암을 지키고 있으니 다행이지 싶다.
유암폭포의 옆 나무 계단이 끝나는 시점 우측 계곡이 통신골 들머리 시작점이 되는 곳이다.
통신골 시작점부터 붉게 물든 단풍에 취해 발길이 더디기만 하다.
지난번 하봉 산행 후 이번에는 통신골을 선택한 산행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함께하는 여성 산 꾼들이 오히려 걱정스러웠는데 벌써 저만치 가고 있었다.
통신골의 가을은 단풍잎 꼬까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가지마다 청홍색 나뭇잎을 흔들며 저 끝 천왕의 상봉에서는 까마귀 “까악! 까악!” 거리며
우리에게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남쪽 사면과는 달리 천왕근처의 하늘은 한없이 맑고 푸르다
고도를 올리면서도 황홀한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가다 서다 가를 반복하며 뒤 돌아 본다.
여느 계곡과는 달리 바위 홈을 타고 흐르는 계곡이 마치 통바위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기암괴석과 수림은 볼 수 없지만 바위 색깔이 마치 청오석을 보는 듯 하기도 하고
또한 계곡 내내 산행 하면서 다른 계곡과는 달리 확 뜨인 조망을 볼 수 있어 좋다.
고도 1460지점에서 잠시 쉼이 이어진다(제석봉으로 이어지는 지점)
계곡 주변으로 단풍들은 병풍처럼 펼쳐져 작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움푹 파인 통신골에도 세찬 바람이 이마의 땀을 스치고 지나간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 신비스러움에 함께한 산친구가 ‘야호’를 연발한다
”쉬, 조용히 하세요. 공단 조심” ㅎㅎ
여느 계곡 보다 더 경사도가 심하며 슬랩암반으로 이뤄져 있기에 오히려 수량이 적어야 하며
바위 면이 젖은 우기철이나 비 온 뒤의 산행은 극히 말려야 한다.
특히 겨울에는 더욱더 위험한 구간이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계곡이 통신골이기 때문이다.
이제 고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주변 단풍의 아름다움은 멀어지지만
그래도 침엽수림으로 나타나는 주목과 뿌리째 뽑힌 고사목의 조화가 우리를 반긴다.
고도 1700을 지나 좌우 계곡이 나타나면서 잠시 그곳에서 이른 점심상을 편다.
한 시간의 여유를 부리다가 우리들은 곧바로 상봉을 향하는 우측골을 택해 오른다.
2시 조금 못되어 상봉에 닿는다.
오늘도 역시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정상석 차지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더군다나 그 좁은 장소에서 어떤 여인의 무속 행위는 못마땅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왔던 길과 가야 할 남 능을 쳐다 보며 조망을 즐기지만……
아쉬운 마음을 털어 상봉에 버려놓고 남능길을 향해 내려 서는데
함께한 입선 아우가 힘겹게 올라오는 산님들과 하이파이브 남발을 하네요
모르는 사람끼리 여인이며 어떻고 남정네면 어떠하리
쉽게 그들과 동화 될 수 있다는 게 지리산이 주는 매력이 아닌가 싶네요.
적당한 곳에서 남릉길을 따라 내려 선다.
방금 전에 올라 왔던 통신골 내부 속 속을 훤히 내다 볼 수 있어 너무 좋구나.
저 멀리 써레봉과 세존봉 그리고 중산리 마을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조망이
익어가는 가을 단풍과 함께 오래도록 이곳에서 취하고 싶다.
아직까지 아무 탈없이 따라 준 산님들이 고마울 뿐이다.
잠시 후 그 어렵다는 폴짝바위(뜀바위) 구간도 어렵사리 잘 통과하고
이제 고도를 낮추면서 산죽과의 싸움은 계속 되리라
파란 산죽 밭에 빨강과 노랑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빛이 너무도 고왔다.
노랗게 물든 참나무 숲에 짙은 맆스틱으로 치장한 화장 끼 진한 여인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것과도 달리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몇 컷을 찍고 또 찍으며 무서운 산죽과의 싸움 끝에 능선산행을 마무리 하면서 산행을 마친다.
아무튼 가을이 깊어가는 통신골에서 산 친구들과 함께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고 행복했었다고 말씀 드리며 함께해 주신 산 친구들 모두 수고 하셨네요.
2010. 10. 20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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