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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의바람흔적] 산에서 길을 묻다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지리산, 칠선의 가을은 오는가.

by 청산전치옥 2008. 9. 25.

지리산, 칠선의 가을은 오는가




<대륙폭포에서>

-산행 일시: 2009.9.22

-어디를: 칠선계곡-대륙폭포골좌골-촛대봉-국골우골

-누구와: 지리산 산동무들



새벽 4시30분 산행약속을 잡아 놓고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언제나처럼 펼쳐진 순간들이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한참을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자정을 못 넘기고
낼 산행을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수면을 취해야 하는데 하면서 일어나 보면 그 시간
3시 30분에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는데
갑자기 믹서기 돌아가는 굉음이 아파트 전체를 흔드는 것 같아 깜짝 놀랬다.
어느새 아내는 날렵한 솜씨로 콩물 한잔을 나에게 건네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너무 이른 평일의 아침이라 생각했는데
벌써 추성리 마을에는 산행객의 부지런함이 묻어나고 있는 마을 같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칠선계곡 탐방 일이 오늘인 모양이다.
잠시, 오름 짓을 하고 올라 서 보니 두지터 마을
이곳도 예외일 수 는 없다는 듯이 개발의 포크레인은 벌써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과 잠시 눈 인사를 하고 우리의 목적산행은 이어진다.
다만, 아쉬운 건 ‘허정’님의 교통사고로 아쉬운 만남은 이루지 못하고 그곳을 떠났다.
 
 


날씨는 거꾸로 가는 세월 탓일까
최근 들어 꽃들이 순서 없이 피는가 하며
여름이 한참 지난 9월 말이 돼 가고 있는데도
지구의 커다란 몸 덩어리가 온난화의 몸살에 더위는 식을 줄 모른다.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없어질까 두려움이 앞선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홀로 궁시렁 거리면서 산행은 이어진다
 


너무나 기대가 컸던 것일까?
하기야 벌써 단풍산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른 새벽 칠선의 아침은 정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계곡을 타고 떨어지는 청아한 물소리가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고
바다건너 들어 온 다람쥐과인 청솔모는 이제 객으로서의 행세가 아닌 어엿한 주인으로서
아침을 나르면서 지리산 한 켠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우스울 뿐이다.
 


한동안 오름 짓을 하다가 비선담에서 쉬기로 한다.
2년 전 칠선의 비선담에 앉아 여물어가는 가을노래를 생각하며
아직 여물지 않은 가을을 마음으로 담아 낸다.
내리지 않은 비 때문인지 주변은 빈약하기만 하고 오히려 처연함이 묻혀온다
그들이 쉬는 시간이면 나에게는 여유 있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다가 떠날 쯤이면 그때야 나는 쉬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나는 이런 산행이 오히려 좋다.
 
 



그래도 칠선폭포는 폭포다웠다.
진한 운무에 아랑곳 없이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의 웅장함이 주변을 어수선하게 만들었지만
대륙폭포의 물줄기는 그에 비하면 오히려 가냘프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 주변에 피어있는 한 두 그루의 아름다운 단풍은 우리의 갈증을 풀어 준다.
나 보다 앞서 다녀간 미소님의 사진을 보니 어쩌면 내가 찍은 포인트가 그곳과 유사했다.
아마 사람 보는 눈은 다 같은 모양이구나
 




이제 대륙골의 본류로 들어 간다
대륙골은 그 동안 잦은 풍우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지만 내가 보는 느낌은 달랐다.
휘황찬란한 보석처럼 아침햇살 빛내는 대륙골의 아침은
누굴 위해 햇살을 번져놓았는고
껍질 속의 휘황찬란한 보석은 올 가을과 함께 우리 가슴으로 번져오리라.
지금 대륙골의 아침은 짙은 운무와 함께 하지만
새 날이 밝아오는 그 날은 여명으로 다가와
분명 천왕의 정기 받아 하봉 건너 이곳 대륙골로 아름다움을 뿌려주리라.
 



지난 해 이골을 언제 가볼까 했는데 이제 그 길을 간다.
언제나 그랬듯이 미지의 길은 우리의 희망이며 새로운 길이었다.
예상했던바 길은 잘 발달되어 있고 간간히 흩어진 길은 계곡을 따르면 흔들림은 없어 싶다
고도 1500에서 촛대봉과 하봉(아래 하봉)으로 나뉘는 곳에서 유의를 하면……
 



이윽고 촛대봉에 닿았다
별 조망도 없어 그냥 그 자리에 있기에 뭐해서 그냥 국골 우골을 타기로 하였다.
올라올 때 보다는 더욱더 조심해야 할 코스가 이곳이다.
‘기쁜인연’님과 일행들이 며칠 전에 이곳으로 올랐던지 간간히 표식기가 눈에 띈다
처음부터 난 코스가 우리를 난감하게 만들어
우회를 하고 또 우회를 하는 동안 최대의 난코스와 맞닥뜨린다.
결국 갖고 있는 보조자일을 꺼내어 암벽에 감고 간신히 빠져 나와 맛있는 점심상을 맞는다.
 


점심을 먹고 지탱할만한 공간에 몸을 눕힌다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저 아래 기슭에서 운무(雲霧)쇼를 보여준다.
하늘은 가고 오는 신선을 맞이할 듯,
환상의 꽃무늬를 그리며 덩실거리며 너울댄다.
손에 잡힐 듯 솜털 같은 조각구름이 하염없이 흘러갈 때
‘오매. 3시가 넘어 부렀네, 하면서 그들을 재촉한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산사람들
그들의 희열은 어디에서 오는가
얼마 전에 ‘귀소본능’님께서 언급하신 내용이 아니더라도
정상정복에서의 희열감과 무한한 성취감
수 많은 나무들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서 걸러진 맑은 공기
사계절 시시때때로 변화되는 계절의 민첩성
속세의 번뇌를 띄워 보내고 인간본연의 참신한 맛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산이 아닌가
세상모든 사람들이 산을 찾는 산사람처럼
산을 닮아 마음이 넓고 마음이 따뜻했으며 하는 마음으로 산행기를 마친다.
 
2008.9.24
청산의 바람흔적은 칠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