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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지리산 반야봉의 단상

by 청산전치옥 2008. 8. 30.
반야봉의 斷想

반야봉의 斷想

 


-일시: 2008.08.27
-어디를: 성삼재-반야봉-막차이골-뱀사골
-누구와: 나 홀로.

 


오랜만에 배낭을 꾸리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지리산을 가 본지가 언제인가 아물아물 하기만 하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어디로 갈까 하고 마음 속으로 코스를 잡다가도 몇 번을 고쳐먹기를 반복 하다가

용수골로 올라 반야에 들러 적당한 곳으로 내려서기로 한다.

그런데 지리산만 오면 내 몸을 내 의지대로 할 수가 없다.

섬진강변에 왔을 때 짙은 안개로 노고단에 오르면 운해를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콜벤에 몸을 싣고 성삼재로 향했다.

 

 

 

 

언제까지 이곳 통행세를 물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새벽부터 부아가 치민다.

새벽 6시 10분인데도 어김없이 통행료를 받고 있는 천은사

오히려 예전에는 공단 출근시간 이외는 받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 뒤는 시도 때도 없이

좋은 아침에 더 이상 입씨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패스다.

성삼재에 올라 보니 산동벌판에서 불어오는 아 싸한 새벽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순천에서 홀로 지리산 종주를 하신다는 이**님과 함께 하려다가

행여 서로에게 방해가 될까 봐 각자가 행동을 하기로 하였다.

 

 

 

 

이제부터 나 혼자이다.

이곳 지리산에서 내 생각주머니를 털어 내 놔야 한다.

길가 주변에 아침 이슬 먹은 야생화가 수줍어하는 청초함에 끌린다.

종석대를 지나면서 우측에 펼쳐진 운해의 장관이 행여 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노고단 운해를 보기 위해 산장을 피해 적당한 곳으로 자리 잡았다.

휘둘러 겹겹이 쌓인 산 능선에 걸쳐있는 자욱한 운해

운해 가득한 산 밑자락 현존의 섬진강과 구례읍은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은 그 운해 속에 섬진강을 볼 수 있고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으며

아울러 그 속에 묻힌 자신을 내다 봐야 할 것 같아 오늘 산행의 책무가 느껴진다.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는 내 생각과

내 삶에 한 번쯤 쉼표를 찍기게도 하고

물음표와 느낌표를 찍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아름다운 옛날을 떠올리게도 하는가 하면,

멋진 미래를 꿈꾸게도 하고,

그런 내 모습에 관한 끝없는 물음표를 던지게도 한다.

 

 

 

 

어줍잖은 프로젝트를 한다고 그 동안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했다.

나 한 사람으로 인하여 혹 피해를 보지 않았는가 하는 자성과

무 의식 중에 내 뱉어진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닿지 않았을까?

이러한 모두가 잘해보자는 성취욕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 해 주고

혹 이 글을 본다면 너그러이 이해를 구하고 싶다.

 

 

 

 

한 참을 지난 시간인데도 운해의 자국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몇 달 전에 다녀갔다는 왕시루봉의 泊 전설을 알고 있기나 하는지 자신의 위용을

과시 하려는 듯 우뚝 서 있는 모습에서 방긋이 웃음으로 인사 한다.

또한 며칠 전에 토*이가 다녀갔다는 서산대의 흔적을 뒤로 하고 왔을 때

배 속이 허전함을 느껴온다. 아침을 거르고 왔다.

준비도 해 오지 않았지만 적당하게 떡과 과일로 보충하기로 하고 임걸령에서 쉰다.

 

 

 

 

 

드디어 반야로 들어왔다.

벌써 가을을 알리는 구절초와 산오이풀들이 산들바람에 나부끼고 있고

세월을 가늠할 수 없이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주목과

몇 달 전만 하여도 반야의 돌탑이 있었건만 지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그 주변에 만들어진 또 다른 조그마한 돌탑들

그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마음의 염원을 빌며 돌 하나를 올려 본다.

흔하디 흔한 둥근이질풀 속에 유난히 눈에 띄는 철 지난 '동자꽃'

마을로 양식을 구하러 내려간 주지 스님이 쌓인 눈 때문에 오지 못하자 스님을 기다리다 

추위와 굶주림에 앉은 채로 얼어 죽었다는 동자스님의 슬픈 전설을 안은 꽃

매 번을 다시 와도 또 다른 감흥으로 나를 반기는 지리산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고 신비하지 않은 게 없었다.

 

 

 

 

 

고행을 견딘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꿀맛 같은 행복의 시간이다.

조용한 한 켠에 앉아 점심상을 차렸다.

조촐한 점심상이지만 아내의 정성이 담겨있는 점심이다.

처서가 지난 햇살이지만 따가워 그냥 그늘진 풀밭에 앉았다.

잠시 주변 야생화로 다가가 몇 번을 엎드려 쏴 자세를 취하고

부루쓰치고 난리를 피다가 잠시 드러누워 단상(斷想) 에 젖었다.

눈 앞에 고추잠자리가 맴돌고 있으며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철 지난 매미는 어쩌다가 이 높은 곳까지 왔는고

고소공포증에 부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 분명 한여름의 그 소리가 아니다.

있지도 않았던(?) 내 어린 연애시절이 떠 올려보기도 한다. ㅋㅋ

 

 

 

 

이제 머지않아 이곳에도 떨어지는 낙엽이 뒹굴겠지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 아니더라도

내 다시 찾아와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지나간 세월의 번민과 번뇌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싶다.

 

 

 

스쳐가는 것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게는 그들의 뜻이 있을 것인데

다만,

그 뜻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하루 스쳐 지나간 사람과 사물 중에 또 다른 만남에 의미를 붙여 보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도 남겨진 것은 있었다.

바람결에 나뭇잎이 흔들릴 뿐이지만,

나뭇잎은 그 속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는 않을까?

내 잔잔한 바람이 되어 잠시 마음을 흔들어 보고  

지리산에 또 한번 청산의 바람흔적을 남기면서 뱀사골로 향한다.

 

 

2008.8.28

청산의 바람흔적

 

-막차이골-

알려지지 않은 막차이골을 향해 가기로 하였다.

아마 반야봉에서 뱀사골로 흐르는 지계곡에서 가장 높은 골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능선에서 들머리는 반야 중봉 헬기장에서 폭포수골로 내려가다가 묘향대 삼거리가 나온다.

그곳에서 삼도봉쪽으로 사면을 따라가다 보면(10여분) 좌측으로 넓은 암반이 나온다.

그 계곡으로 내려가면 막차이골이고

뱀사골에서 들머리는 고도 1030 (뱀사골 대피소 1.0/반선 8.0) 이정표 바로 앞 우측 계곡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곧바로 우측 지계곡과 좌측으로 나뉘는 합수점이 나온다

우측이 막차이골이며

주의 사항은 릿지화를 착용해야 되고 오름 길 보다 내려올 때 더욱더 주의를 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