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으로 남을뻔한 청학연못
-일시:
-누구와: 지리산 사람들.
-어디를: 거림~청학연못~도장골
~중략
오 메 오 메 청학연못 이곳이 우리 이상향.
둥근 타원형에 앞 물 막아주는 대슬랩구간
어느 누가 만들었나 궁금하기 짝이 없네.
천 년의 세월이 흘렀을까 무심타 하늘이여
대슬랩 올라 보니 삼신봉과 남부능선 아득하다.
연못 옆에 피어 있는 단풍나무 화사하고
심 심잖게 흘러가는 구름 속의 용 오름은
우리를 혼절 시킨 청학 연못이여……
어려운 산행 일정을 내가 주관이 되어 이끌었다.
엊그제 지리사람들이 청학을 다녀 온 뒤의 지름신도 역할을 했지만
2005년 가을에 다녀 온 청학의 아름다운 가을 색을 재현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욕심이 과 하면 화를 부른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다.
결론적으로 나의 욕심이 너무 과한 탓으로 그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담아낸
청학의 아름다운 산행을 산행기로 풀고자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차 안에서 최근에 일어나는 어지러운 세상이야기를
화제로 삼았을 때 학창시절에 문제의 모범답안을 작성하였던 기억을 되 새긴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모법답안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때아닌 바보스런 질문을 해 본다.
너도 놀랬고 나도 놀랬고
우리 모두가 놀란 국민탤런트 최모씨 죽음 앞에 삶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아무리 어려운 세상이지만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재벌들이나 정치인들,
연예인들이나 교수들까지 자살을 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바닥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열심히 사는 걸 보면서 ‘인생은 해답이 없나 보다’
하는 정답 아닌 오답을 찾아 본다.
10월로 들어서니 산행에 바빠져야 하는데 오히려 하는 일이 바쁘다.
지리산에 다녀 온지가 벌써 보름이 지났다.
지리산 단풍이 곱게 물들었을 이미지를 떠 올리면 이렇게 시간을 보냈다.
벌써 거림골의 단풍은 고도를 올릴수록 초록의 빛이 갈색으로 물들고
1400고도부터는 단풍 색으로 갈아입은 모습에 마음은 바빠진다.
단숨에 달려온 우리는 세석을 앞에 두고 무명교에서 휴식을 한다.
주변에 어우러진 가을단풍을 보면서 감탄사를 토해낸다.
벌써 짙노랑 빨간 단풍잎은 바람을 부둥켜안고 날고 있고
아직 녹지 않는 캔맥주를 어떻게 할지 몰라 흔들어 보고 결국은 안되겠나 싶어
칼로 자르는 해프닝으로 샤베트로 만들어 잘도 마신다 ㅋㅋ
너무 일찍 도착될까 시간 조절에 들어 가면서 청학에 닿는다.
산행 내내 날씨는 짙은 박무로 드리워있듯이
연못 주위에 와서도 하늘색이 청학의 가을단풍과는 아주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좀더 파란하늘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확히 3년 전의 그 청학의 모습과 날씨가 너무도 흡사했다.
그때 그 감정을 그렇게 序頭(서두)에서처럼 토해냈었지
한동안 청학에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엎어지고 고꾸라지며 때로는 뉘이면서 열심히 청학의 가을을 카메라에 담았다.
낼 아침 날씨가 좋아진다면 일찍 이곳을 다시 찾겠다는 약속과 함께……
저녁만찬을 끝내고 어슬렁거리며 달 보기에 나섰다.
남부능선에 걸려 있는 반달과 별들이
마치 100m 달리기 하듯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구름 속을 달리다가도
산 친구들과의 밤 나들이를 축하하듯 방긋이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다가
이내 수줍은 듯 자신의 모습을 애써 감춘다.
달빛 쏟아진 능선에 앉아 흥얼대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시인이 되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구름나그네……” 를 읊조리다가
때로는 노래방 가사에 익숙한 흥얼거림으로 “♩♩♬♫ 우리들의 꿈속엔 서러움도 없어라
너와 나의……우리 함께 나누자 너와나 너와 나 만의 꿈의 대화를……”
앗 싸한 차가운 밤공기가 우리 가슴에 파고들도록 흐르는 시간이었을까
내일의 아름다운 산행을 위해 고단한 몸을 텐트 속으로 숨기면서 지리산 하루를 보낸다.
나무 가지 사이에서 푸드득거리며 재잘대는 산새 소리에 아침을 깬다.
행여 놓칠세라 텐트 안을 박차고 눈을 비비며 암봉으로 오른다.
촛대봉을 향한 북동쪽 사면에서 몰려오는 운해는 일출의 기대를 허물고 만다.
짙은 운해에 가려 보이지 않은 천왕은 물론이고
연하선경과 일출봉 그리고 도장골의 가을 풍경 위에서도 때로는 멋진 연출을 하다가
이내 우리네 애간장만 녹이고 촛대봉 아래로 맥없이 사라지고 만다.
‘자, 이제 아침 밥이나 해 먹자. 하면서
이미 솟아난 검은 구름 속의 태양을 원망 하듯이 그 자리를 떠난다.
참 어이가 없는 일이다.
어제 밤부터 메모리가 ‘사용할 수 없는 카드’로 나온다.
차마 찍어 논 사진 지워질까 봐 포맷도 하지 못하고 죄 없는 카메라와
메모리를 수 없이 넣다 빼 다를 반복해 보지만……
카메라가 문제가 생기니 내 손이 왜 이렇게 허전한지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고 해야 할 내가 가만히 앉아 마음으로 이미지를 담고 있으니
그런 가운데 행여 몰라 애꿎은 카메라를 또 챙기면서 만지 작 거리는
내 모습이 측은한지 지**께서 선뜻 카메라를 건네면서 나보고 찍으란다 ㅋㅋ
덕분에 내려오면서 내 손에는 또 하나의 짐이 드리워져 있었다.
엊그제 이곳으로 올랐다는 토목아우의 설명을 들으면서 장군봉 위의 전망대에 앉았다.
이곳 능선에는 벌써 된서리를 맞았을까?
일부의 떡갈나무 잎이 불에 구운 오징어처럼 오그라들었다.
바로 앞으로 다가 와 있어야 할 천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서쪽으로 내리 뻗은 능선으로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빠른 속도로 운해을 실어 나르고 있다.
발아래 펼쳐지는 광경들이 생을 마감하는 사람처럼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고도를 내리면서 초록색과 맞딱 드리더니 간간히 진하게 물들어 있는 고운 단풍잎
아래 앉아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점심상을 차린다.
이윽고 한참을 내려 거림마을에 다가와 삐쩍 말라있는 계곡에 내 몸을 맡긴다.
개운한 탓일까
가을 햇살이 차창을 뚫고 내 옆에 살포시 다가와 앉는다.
슬며시 나도 모르게 차창에 머리를 기댄다.
옆 좌석 함께하는 두 분의 재잘거림도 이제 자장가로 울릴 즈음에
‘지리산 청학의 가을이 오래오래 내 가슴에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다’
하면서 산행기를 마친다.
함께 해 주신 산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다행이 청학의 이미지를 복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넷의 위력에 고마움을 느낀다.
청산의 바람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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