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가을예고(천왕봉편)
-일시: 2015. 08. 27~ 28
-일정: 촛대봉~연하선경~천왕봉~중봉~천왕봉~백무동
카톡으로 날라온 문자 표현들이 그렇듯이
산 아래에서 보는 풍경은 기막힌 풍경으로 보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산정에서 모습은 답답한 할뿐이다
촛대봉 늦은 아침을 먹고 연하선경 길을 나선다.
최대한 느리게 느낄 수 있는 마음과 조망을 즐기려는 모습이지만
보이는 것은 높이 솟아오르는 운해의 물결뿐
빈약한 중봉 흔적
산정에서 소소함을 달래기 위한 문명의 이기 스마트폰 충전을 위해 장터목에 머문다.
중봉을 예상하고 더딘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중봉 샘터에 앉아 그 동안 씻지 못한 내 한 몸을 맡기고 개운한 오후를 맞이 합니다.
중봉으로 올라 주변을 살펴보는데 왠지 섬뜩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며칠간 계속된 안개비로 머물러 있어야 할 곳들이 음침스럽기까지 합니다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왔던 길 되돌아 나와
남릉 그곳 아지트를 찾아 나서는데
웬걸~~ 길목에 버티고 서 있는 커다란 천막 한 동
너무 어수선하고 내 모습 그대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마음에 동릉으로~~
힘들게 물 2병까지 챙겨 왔는데 깔딱고개 근처에 수 많은 식수 병들이
공사 하는 인부들을 위한 식수인 듯. 니미럴 헛 고생만 했네...
천왕의 별빛은 오 간데 없고
운해만 훼방꾼으로 남아
기억마저 흐려진 온갖 상념들이
시들지 않은 천왕의 들꽃처럼 나를 흔든다.
홀로 긴 밤 세우며
타는 목마름을 어찌 하오리까
천왕샘물을 다 마셔도
타 들어가는
그리움의 갈증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곳에만 오면 유독 많은 생각들이 깊어지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빛은 전혀 미동도 없이 운해만 띄우고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월에 속도가 붙는다는 옛말이 전혀 틀리지 않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아마 연륜이 쌓일수록 경험과 생각의 깊이에 빠져서 그런가 싶습니다만
이곳 천왕에서도 생각의 빈틈으로 여지없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고도 1915인 야심한 천왕봉에서도 요란한 발동기 소리는 뇌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깔딱고개에서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계단 작업자들의 천막의 울림
평화스런 천왕봉에서도 생각의 빈틈을 주지 않겠다는 저들의 이유가 현명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저런 핑계로 잠을 설친 나는 게으른 천왕의 아침을 맞는다.
다행이다 싶었다.
일출경을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한참 지난 후에 일출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금방 하늘을 가리고 운해의 춤사위는 결국 안개비로 변하고 맙니다
하루를 더할까 싶어 라면과 햇반을 더 준비했는데
수 없이 망설이다 오후 소나기 예보로 천왕봉 그 자리를 물러 섭니다.
2015. 08. 28
"청산의 바람흔적"은 천왕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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