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2006.11.10 -어디를: 칠선봉능선과 덕평지능 -누구와: 지**과 둘이서 ![]() <대성골의 늦은 가을> 지리산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애틋한 심정이다. 사랑할 때는 잠시만 떨어져있어도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마음이 그리움이다. 그런 戀情(연정)의 대상이 바로 지리산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을 사모하듯 마음 한 구석에 그리움의 똬리를 틀고 있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 ![]() <대성마을 아래에서> 코에서 단내가 나도록 산죽 밭을 헤매고 다리가 시근거리도록 원 없이 지리산 자락을 거닐어도 때로는 넘어지고 엎어지는 과정에서 ‘이제는 결코 내 너를 찾지 않으리’ 하면서도 다시 일상에 복귀하여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다시 그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시나브로 펴 오른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그리움에 몸부림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지리산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 ![]()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힘겨운 삶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가면서 생활하는 일상의 일들이 쉬운 일이 아닐진데…… 진한 慕念(모념)의 앙금이 가슴 언저리에 묻어나 한스러움으로 바뀌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지리산에 안기련다. 때늦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 ![]() <작은새개골의 극치인 3단폭포에서> 최근에 팔순을 넘긴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 온 이유는 어찌 큰 아들만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무엇보다 더 팔순을 넘긴 노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식 된 도리로 서로의 불편도 부대껴보고 또 이곳에 계시면서 얼마 살지 못하시겠지만 그래도 병원에 가셔서 진찰도 받게 해 드리고 싶어서이다. 그 동안 어머님께서 입원하신 緣由(연유)로 인하여 잠시 지리산을 멀리했었다. 이제 퇴원은 하셨지만 이제 세월 앞에서는 결코 누구도 당할 자가 없다는 명확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에서부터 어머니의 곁에는 같은 노인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노인정에서도 반겨주지 않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숨겨둔 외로움을 꺼내어 同病相憐(동병상련)의 아픔을 위로하며 떠날 날을 기다린다. 손에 쥔 것 다 남겨주고 떠나는 가을낙엽 같은 노인들. 이제 머지않아 나도 어머니와의 이별연습을 해야 될 것 아닌가 ![]() ![]() ![]() <대성골에서 현란한 단풍을 함께한 지**님과> 날씨가 추워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비웃듯 섬진강이 가까워질수록 새벽안개는 진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오랜만에 知人(지인)과 함께하는 산행에서 난 또 다른 코스선택의 어려움을 덜게 되었다. 요즈음 산은 별로 볼 것이 없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어떻게 항상 화려함과 오묘함만을 추구하는 그런 산행이 필요하겠는가? 그렇게 화려했던 단풍 잎들이 입동을 지난 겨울 앞에서 자취를 감추고 휑한 바람만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서 곤두박질 칠 것이다. 그러나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전해오는 부드러운 감촉을 놓칠 수 없으며 떠나기 위해 마지막 가을을 마무리하는 뒷모습을 한번 더 바라보고 싶었던 것이다. ![]() ![]() ![]() <대성마을 가는 길에서> 어둠이 사라지기 전에 의신마을에 닿았을 때 지금쯤 모든 단풍이 사라지고 없어진 줄 알았던 단풍이 올 가을 가뭄으로 끈질기게 이어가는 단풍색이 오히려 지금에 와서야 화려하기 그지없다. 고도 600이하에서는 오히려 가을이 맛깔스럽게 익었다고 표현을 해야 할까 싶다. 잘 다듬어진 낙엽 쌓인 등로를 따라 1시간을 걸었을까? 대성마을 근처에서 겨울준비를 하시는 어르신과 잠시 아침대화를 시작한다. 주변에는 온통 널려진 낙엽과 단풍색을 배경으로…… ![]() ![]() ![]() <원대성 마을과 작은새개골에서> <원대성마을과 작은새개골에서> 이곳 산행을 하면서도 항상 스쳐 지나간 원대성마을을 들르기로 한다. 지금은 입간판이 사라지고 없지만 그 옛날 빨치산 격전지로서 입구에 학독(돌로 만든 절구통)이 놓여있으며 입구에 버티고 서 있는 은행나무며 잘 다듬어진 길과 주변의 묵힌 논밭 터가 그 옛날 빨치산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린 것 같았다. 잠시 후 작은새개골입구에서 물 보충을 하기 위해 쉼을 갖기로 한다. 계곡 물소리가 여느 때보다 여유롭게 다가 왔다. 계곡물이 머물다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차곡차곡 가라 앉은 낙엽들. 곱디 고은 빛깔은 흐르는 물에 몽땅 떠 내려 보내고 희멀건 모습 그대로구나. 그 옛날 이념의 갈등 속에서도 말없는 대성골은 민족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면서 이렇게 도도히 흐르고 있었단 말인가 ![]() ![]() ![]() <고도 1350 전망바위에서> <칠선봉능선> 작은새개골에서 대성골로 5분여를 가다 보면 왼쪽 사면으로 길은 열려 있다. 주능선인 칠선봉에서 작은새개골과 큰새개골 사이로 형성되어 있는 4KM 지능선이다. 길은 고도 925 지점 까지는 잘 열려 있다. 아마도 그곳에 경주김씨 묘(의신 전대장님의 할머니 묘로 추측됨)까지는 잘 정돈 돼있다. 함께하던 지인도 이 길을 밟아 본지가 오래지만 그때 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 모양이다. 그 뒤로 약간의 산죽 사면을 타고 가다가 고도 1350 전망바위에서 잠시 쉼을 갖는다. 전망대 주위로 암봉과 적송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아내고 있지만 남쪽 섬진강 주변으로 펼쳐지는 운무의 행렬은 시간이 흐를수록 진하게 다가 오면서 영신대의 희미한 흔적이 시야에 들어 온다. ![]() ![]() <이정표상의 칠선봉/지형도상의 칠선봉에서 바라 본 천왕> 칠선봉능선 중 가장 위험하다는 지인의 말처럼 이곳 두 번째 암봉구간이 고도 1450에서 버티고 있었다. 특히 겨울에는 상당한 담력이 요구되는 구간이지 않을까 싶다. 절벽 우측으로 돌아 내려서서 올라 갈 수도 있지만 그냥 암벽을 직등하여 뛰어 올랐다. 이어서 또 다른 암봉을 우회하여 잡목을 헤치고 오르니 우측으로 칠선봉이 우리를 반긴다. ![]() ![]() ![]() <덕평봉 좌봉에서 바라 본 덕평능선과 천왕봉> <덕평봉에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시간의 여유가 있어 보였다. 주능선을 여러 번 밟아 보았지만 덕평봉을 가 보지 못한 보상을 오늘하고 싶었던 것이다. 덕평봉 우봉과 좌봉 모두를 가기로 하고 오름 짓을 해 본다. 중간 중간에 야영지의 흔적은 있지만 조금만 오르면 잡목과 산죽이 자신의 모습을 허용치 않겠다는 듯 방해하고 있구나. 처음에 우측 봉을 오르니 좌측봉 뒤에 숨어 있는 벽소령 근처의 모습이 궁금하여 다시 좌측봉을 찾아 보니 어느새 1시간의 시간이 금방 흘러 간다 ![]() ![]() <덕평평원에서> 선비샘에서 간단히 쉼을 갖고 물 보충을 한다. 잠시 내림길을 따라 내려서면서 지인이 그 옛날 임걸년이 이곳 습지지형에서 배를 띄웠다는 황당한 전설이 깃든 습지지형으로 나를 안내한다. 널따란 평원 같기도 하고 지금도 습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산죽이 이어지다가 습지지역에 닿자 마자 줄로 그어놓은 듯 산죽이 사라지고 없다. 평원 아래로 가늘게 나 있는 두 군데의 물줄기가 또 하나의 계곡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 ![]() ![]() <허정 수도처에서> <허정 수도처에서> 잠시 허정 수도처에서 점심을 하기 위해 점심상을 차렸다. 기도터의 움 박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 주저 앉아 있었으며 그 아래의 쌓다 만 돌탑은 수도의 경지를 超越(초월)하지 못함을 뜻한 것인가. 허정님은 이곳에서 무슨 생각으로 그 忍苦(인고)의 세월을 보냈을꼬. 自我省察(자아성찰)을 위하여 한동안 모진세월을 보냈을 허정 득도의 세계를 바라보는 허정아우의 무한한 경지가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그 자리를 떠난다. ![]() ![]() ![]() <의신의 독바위와 작은새개골의 단풍> <의신 독바위라 불러주세요> 원래의 코스는 덕평능선의 초막을 경유하여 의신으로 향하는 코스였는데 갑자기 주변의 능선산행이 조망이 별로인 것 같아 지금 서 있는 덕평지능을 따라 작은새개골로 내려서기로 한다. 더군다나 계곡 주변으로 마지막 가을단풍이 유혹의 손을 뻗치고 있으니…… 처음에는 길이 있는 듯 하다가 고도 1250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어느 누구의 흔적도 없어 다시 빨치산 산행을 감행 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함양독바위가 이곳에 와 있는가? 이름하여 오늘 이곳을 의신독바위라 칭하면 어떠 할런지요. ![]() ![]() ![]() 때로는 키를 넘는 산죽을 헤치며 때로는 잡목과 숲을 뒤 집고 고도 1085에 와서야 키 작은 산죽 밭에서 산행의 수월함을 느낀다. 한 시간 약간 못 미쳐 빨치산 산행 후 닿는 곳이 고도 890 작은새개골의 계곡에 닿는다. 반가움에 자신도 모르게 계곡물을 퍼 마신다. 차가움이 한 순간에 온 몸으로 퍼져 흐른다. 이윽고 잠시 발길이 머문 곳이 작은새개골의 극치인 3단 폭포에 닿는다. 함께한 지씨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카메라 앵글을 갖다 대며 마지막 가을의 이미지를 담아 내는데 정신이 없었다. ![]() <대성마을 가는 길에서> <산행을 마치면서> 한참 동안이나 계곡 주변의 가을 색을 감상하며 어느덧 철다리에 닿는다. 아침에 왔던 길 다시 걸어 보지만 또 다른 감흥의 여운을 남긴다. 때늦은 붉게 물든 단풍을 바라 보며 때로는 헐 벗은 裸木(나목)에서 여름 내내 바람과 햇살을 들이쉬고 뱉어 가면서 채운 결실을 이제 가을의 마지막 끝에서 몸으로 품어내고 있으니 그들의 몸짓은 결코 아픔만은 아닐 것이다. 다 비워버린 허무함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비움의 철학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리라. 오늘도 오랜만에 서울에서 이곳까지 와서 산행에 동참해준 지**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산행기를 마치련다. 2006.11.13. 청 산 전 치 옥 씀. ![]() <구간별 시간정리> 06:45 산행시작(의신) 07:20 대성마을(510) 07:50~08:00 원대성마을 둘러보기(680) 08:10 작은새개골 철다리(670) 08:35 경주김씨 묘(930) 09:35 전망바위(1350) 10:10 전망바위(1450): 위험한 구간임 10:30~10:45 칠선봉(1558) 11:30 선비샘(1460) 11:40 덕평봉 우봉(1515) 11:55 덕평봉 좌봉(1530) 12:20 선비샘 12:30~12:40 습지지형 관찰(1305) 12:50~13:35 허정 기도처에서 점심 및 휴식(1310) 14:00 고도 1200에서 의신 독바위 14:35 고도 890 작은새개골 15:55 작은새개골 철다리 16:20 대성마을 17:00 산행종료(의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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