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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또 다른 未知의 계곡을 찾아서(마폭포우골과 향적대)

by 청산전치옥 2006. 10. 13.
또 다른 未知의 계곡을 찾아서

-언제: 2006.10.09

-어디를:마폭포우골 향적대 그리고 한신지계곡우골

-누구와: 토목. 서북능선. 그리고 나




<함께한 가을남자:향적대에서>


<한신지계곡 합수부에서>


오늘도 예외는 없었다.

이제 그만 지칠 때도 됐을 텐데 왜 이토록 지리에 집착하는지.

가면 갈수록 보면 볼수록 알지 못하는 또 하나의 숙제를 안고서

때로는 빨치산 산행에 ‘이제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하면서도

뒤 돌아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난 이곳에 와 있었다.

‘오늘도 혹시 모를 거야’ 하면서 빛 바랜 낡은 바지를 챙겨 든다.







<금강대 주변의 가을단풍>


오늘 산행코스를 보아 일찍 출발해야 할 것 같았다.

새벽3시에 출발하여 백무동에 도착한 시간이 5시다.

아직도 서쪽하늘에 떠 있는 추석 뒤의 보름달이 이제는 찌그러진

형상의 얼굴로 우리를 비추고 있다.

기도 처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은 시들어 지칠 줄 모르고 밤이슬 헤쳐가며

적당한 장소에 둘러 앉아 새벽 만찬을 맞는다.

이른 새벽에 먹어보는 라면 맛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천령폭포 가는길과 천령폭포에서>


고도를 갑자기 올리는 창암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시작부터 빡세다.

지난번에 서북능선과 함께했던 이 길이지만 그때는 처음부터 잘못 들어선

이 길이 어디에서 잘못된 것인가를 오늘에 알 수 있었다.

인민군사령부를 지나 기도 처를 앞을 지나 40여분의 힘든 산행 속에

칠선으로 향하는 들머리에서 잠시 휴식을 찾는다.

이 길을 처음 대하는 토목님도 몹시 힘들어 하는 모양이다.






<칠선폭포와 대륙폭포 삼거리에서>


창암능선에서 30여분의 사면을 타고 이른 곳이 칠선계곡이다.

칠선폭포에서 잠시 쉬기로 하고 주변의 풍광을 담는다.

폭포 주변으로 짙은 홍색으로 가득 차 있을 줄 알았던 주변 단풍은

예전의 단풍은 볼 수 없었고 삐쩍 말라가는 가을 단풍을 바라보며

비라도 내려 마지막 여물어가는 가을단풍에 환한 미소를 건 냈으며 한다.







<무명 2단폭포와 그 주변에서>


잠시 후 대륙폭포를 들려볼까 했는데

벌써 함께하는 이들이 그 자리를 차고 나가 없어졌다.

‘뭐가 그렇게도 바쁜지’

무명 2단폭포를 지나고 고도 1180 근처에서 무심코 오른 길을 따라 올랐다.

한참 오르다가 이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우겨 계속 오르다가

다시 뒤 돌아 그 자리로 온다. 하마터면 중봉능선 어디로 향할 뻔 했다.

길은 계곡 좌측사면으로 희미하게 이어진 것을……









<칠선계곡의 또 다른폭포와 마폭포 주변의 가을단풍>


<마폭포>

마폭포에 도착한 시간이 9시20분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미지의 등로를 향해 가야 할 우리는 워밍업을 한다.

‘한번 갔던 길은 절대 가지 않는다’는 서북능선의 고집에 마폭포 우골로 향한다.

나는 사실 이곳에서 천왕봉으로 향하고 싶었지 기도 했지만……

이 길을 걸었던 그 옛날이 되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이곳에 오기 전에 유랑자님의 산행기를 보아하니 이곳에서 통천문까지

3시간이 걸렸다는 내용이고 보면 빨리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마폭포우골을 오르면서>







잠 시 오름 짓 속에 고도 1395에서 우골을 선택하여 오르니 양쪽으로

커다란 협곡이 우리의 기세를 한풀 꺾어 놓는다.

‘어디로 가지’

‘어이, 그냥 뒤 돌아서 좌골를 선택하지’ 하는 사이

서북능선이 바로 암능을 직등하고 만다.

‘그래, 롱다리인 내가 못할 소냐’ 하면서

‘네 갈 곳은 어디를 간다. 함박골만 빼고’ 하는 사이 웃음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19사건 될뻔한 함박골이었으니……



10:00에 고도 1475에서 다시 좌골을 선택하고

고도 1550에서 또 다시 좌골을 선택해 나간다.

끈 어질 것 같으면서도 이어지는 계곡물과 계곡은 희미하게 이어진다.

계곡다운 계곡미는 없지만 그래도 원시림 그 자체는 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즈음 개스로 가득 찬 날씨 탓인지 주변 조망은 시원스럽게 보이지 않지만

중봉능선과 초암능 그리고 두류봉까지는 조망이 트이고 있다.

이윽고 산사태 지역을 지나 약간의 잡목을 헤치는 사이에 통천문 바로

아래 안부 능선에 발길을 들여 놓는다.







<지리의 주능선에서:천왕을 배경으로 토목님을>


<주능선에서>

생각보다 일찍 능선에 도착한 우리는 여유롭게 산행을 이어간다.

평일이라 능선의 산객들은 많지 않았고

이제 능선의 가을도 깊어만 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벌써 바람은 낙엽을 끌고 당기며 이별을 서러워하고 있다.

떨어 뒹구는 낙엽을 밟으면서 바스락거리는 여음에 새삼 세월의

위력이 畏敬心(외경심)을 낳게 한다.

세상에 영원불변이 존재 할 수 없다는 깨달음의 이치를 자연은 나를

또 다시 일깨우고 있구나.

세월은 잔인하리만치 정직하다는 사실을……





<장터목에서>


장터목을 향해 걸으면서 시간도 여유 있고 하니 차라리 하봉으로 빠질까

하고 의견을 물어 보았지만 언제부터 해결해야 할 숙제를 풀기로 한다.

지리산 10대중 아직 미해결로 남은 향적대를 찾는 일이다.

수 없이 장터목을 지나면서 쉽게 찾지 못한 향적대

다행이 얼마전에 서북능선이 그곳에 다녀왔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고 있으니

그런데 가기 전부터 갱끼를 부리고 있구나.







<지리 수도 처인 향적대에서:가운데 사진은 금강대(?)>


<지리 수도처인 향적대에서>

향기가 쌓여있고 구름이 모여있다는 향적대.

그 옛날 선인들이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는 향적대는

장터목에서 20여분을 들어가니 아늑한 장소 커다란 암봉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오래도록 사람의 흔적이 끊겨있어 주변에 많은 잡목이 있었지만

이곳에도 가을은 예외는 아니었다. 잠시 남쪽으로 향하여 내려서니

지성을 드렸던 흔적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 앞으로는 제법 널따란 공터가 있었고

그곳 아래의 금강대(?)인지는 모르겠으나 금강대에서 바라본 조망은

가히 압권 그대로이다. 천왕봉과 남능이 손에 잡힐듯하고 통신골의 단풍이

이곳 금강대를 타고 오르려다 미끄러지듯 저만치 아래에서 곱게도 물들였구나.







<금강대의 기와와 함께한 서북능선과 잠시>


향적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 한 것 같았다.

이제 우리가 내려서야 할 적당한 들머리를 찾아야 한다.

연하봉 근처 안부 고사목 사이로 들머리를 잡는다.

처음 시작부터 잡목과 시름하고 고도 1555에서 계곡다운 계곡을 만난다.

이제 시야가 확보되고 조망이 트인 계곡을 내려선다.

이따금씩 보이는 약초를 가을걷이 하듯 챙겨 드는 두 사람.

고도를 어느 정도 낮추니 반가운 표식기 ‘기쁜인연’ 님이 우리를

기쁜인연으로 맞는다.

이곳 계곡은 1180합수골을 내려올 때까지 조망이 확보되어 좋았지만 여름에

하는 산행은 재고 해야 될 것 같았다.









<한신지계곡우골의 가을모습>


이윽고 고도 1180인 한신지계곡과 마주하는 합수점에 닿는다.

의외로 긴 시간을 소비하고서 이곳에 도착하였다.

무엇이 그리고 바쁜지 달려가듯 내려가는 그들을 그대로 놔둔 채

지계곡의 단풍의 현란함을 카메라에 주어 담는다.

부지런히 찍는다고 찍어대지만 손각대로 한계가 있다 보니 몇 점을 살릴까

의심스럽다. 이윽고 천령폭포에 닿는다.

천령폭포의 웅장함과 미려함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바쁜 시간에 쫓겨 지난다.

숨가쁘게 달려 내려오니 어느덧 무명폭포에 와 있고

가내소 폭포를 지나 한적한 백무동코스를 내려 오면서

서서히 해 지는 산 속의 그림자를 밟으며 오늘 산행을 종결한다.





<한신지계곡우골의 모습>


<에필로그>

‘핵을 보유한 북한’

정말 핵을 보유한 북한이 현실로 다가왔다.

산행 후 집에 들어와 뉴스를 보니 북한의 핵 실험 여파로 온 세계가 떠들썩 한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안보상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이렇게까지 가야만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경악과 분노를 표출하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끝났으며 하는 작은 소망을 바라며 산행기를 마치련다.


2006.10.13.

청산 전 치 옥 씀.






<구간별 시간정리>

06:00 산행시작(하백무 주차장)

06:45 창암능선: 950(벽송사4.0/백무동2.0)

07:25~07:40 칠선폭포: 870(천왕봉4.2/추성리5.5)

07:45 대률폭포 삼거리; 905

09:20~09:40 마폭포: 1315

10:00 고도1475에서 좌골선택

10:15~10:30 휴식 & 고도1550에서 좌골선택.

11:00 고도 1720 산사태지역.

11:10 통천문 아래 안부도착(1780)

11:45 장터목

12:05~13:00 향적대와 금강대

13:35 연하봉

15:10 고도 1180 한신지계곡우골 합수부.

15:40 천령폭포(1050)

16:20 가내소폭포(810)

17:00 산행종료(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