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뱀사골의 또 하나의 지계곡 폭포를* -언제: 2006.09.02 -어디를: *함박골과 폭포수골 -누구와: 토목님. 서북능선님. *마천함박골과 폭포수골은 엄밀히 따지면 뱀사골의 지계곡이지만 어떻게 지명을 불러야 할지 몰라 지리99에서(한상철님 자료) 인용하여 마천함박골과 폭포수골로 명하기로 하였으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 *이끼폭포 위의 폭포를* 이번 산행에 함께하는 둘은 나와 번갈아 산행을 하였지만 묘하게 자꾸 일이 꼬이는 바람에 겉도는 산행이 되었다. 오늘은 모처럼 셋이서 산행하자는 달궁 모임 때의 약속이 유효한 날이다. 더군다나 둘은 같은 甲長(갑장)으로서 이슬을 헤치우는 스타일이라든가 산행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내가 얘기 한 바가 있어 서로를 알고 싶었던 사이였다. 이른 새벽 순천에서 만나 가벼운 인사를 시키고 구례까지 단숨에 달려온다. 해장국을 비우고 나서 서북능선님의 운전석 옆에 내가 앉아있을 이유가 없을 것 같아 토목님께 양보를 하고 자신은 뒤 자리로 비켜난다. 한번 말문이 터진 둘은 계속 이어진 끼리의 의식 발동이 오늘 산행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감을 풍기면서 산행초입인 반선에 도착한다. ![]() ![]() *뱀사골의 아침풍경(병소에서)* 탐방로의 아침은 의외로 조용했다. 여름과 가을의 공존의 계절에서 가는 여름을 아쉬워함인지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뱀사골 계곡물소리에 흡수되어 마지막 求愛(구애)가 애처롭게 들리는가 싶더니 두 손을 꼭 잡고 유유히 걷는 正裝(정장)한 중년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시기심의 발동인지 몰라도 토목님과 서북능선님이 한마디씩 건넨다. “이른 새벽 정장차림에 무슨 부부가 저렇게 두 손을 꼭 잡고 가나” "남의 연탄불에 신경꺼" 하고 말이다. ![]() ![]() ![]() *뱀사골의 작은 폭포와 소* 9월 뱀사골의 9월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9월이 주는 느낌을 의식해서인지 지리의 뱀사골도 머지않아 곧 물들게 될 나뭇잎들과 그 사이로 흐르는 청아한 계곡을 떠 올리고 계곡 위의 흰구름은 푸른 하늘에서 더욱더 멀게만 느껴지는 계절인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문득 가을을 전해주는 바람이 손바닥으로 스며든다. 자신도 모르게 눌러대는 셔터음 속에서 저 둘은 벌써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어이, 어디까지 가는 거야” 함박골 들 머리를 벌써 지나가고 있는 둘을 불러 모은다. 항상 나의 폭포사진에 손각대만을 사용하므로 장노출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두 사람께 양해를 구하고 삼각대와 줌렌즈까지 갖추고 산행을 한 것이다. 정말 멋진 사진을 찍어 볼 요량으로…… 둘은 계속 이어진 산행에서 몇 번의 기다림이 있었지만 지루하다는 얘기도 없이 잘도 가고 있다. 미안한 내가 먼저 이끼폭포에 가서 기다리라고 해 놓고 자신은 계곡의 와 폭을 카메라에 담아 낸다. ![]() ![]() ![]() *이끼폭포와 그 아래의 폭포를* 이끼폭포에 도착한 시간이 9시 35분이다. 내가 생각한 이끼폭포는 그 옛날의 이끼폭포와는 아주 딴판이다.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라 함께한 두 아우도 같은 생각이란다. 계곡의 수량이 극히 부족하고 푸르디 푸른 이끼는 누런색으로 변색되어 있으며 주변으로 나 있는 등로는 마치 지리의 주 능선길을 연상케 한다. 이 모두가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 할 위치에 있다 보니 왠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더군다나 몇 컷을 해 볼 생각이었으나 폭포 사이를 파고드는 햇살 때문에 이끼폭포의 사진 찍기를 포기 하기로 한다. 잠시 쉬고 있는 그들은 서서히 알코올 음료를 마시기 시작한다. ![]() ![]() *함박골의 풍경* 그들과 나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곡을 걷기 시작하였다. 나의 샷터의 장노출을 은근히 싫어하는 기색 없이 기다려주는 고마움에 그들과 합류 하고자 잠시 삼각대를 치우지 않고 산행하는 나의 계곡산행에서 그만 여지없이 내 몸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목까지 물 속에 잠긴 나는 그래도 카메라는 높이 치켜 세우는 바람에 건질 수는 있었지만 넘어지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다. 몸을 추 수리고 산행하는 데는 다행이 이상 없었다. 안되겠다 싶어 삼각대를 다시 집어 넣어버렸다. ![]() ![]() ![]() *계속 이어지는 고도1080위의 폭포들* 고도 1080 계곡 합수부에서 우리는 좌골을 택했다. 수량도 수량이려니와 와폭도 더 넓게 보였기 때문이다. 몇 개의 폭포를 오르고 때로는 우회하여 올랐는데 고도 1280을 넘고부터 우리가 원하는 심마니능선 전망바위 쪽이 아니란 걸 느꼈다. 1080 계곡 합수부 우골이 그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보지만 어차피 이 길도 가 보지 않았다는 위안으로 계속 산행 하기로 한다. 고도 1295에서 또 좌골(며칠 전 초지님이 중봉으로 오름)을 치고 오르다가 다시 우측능선을 넘어 결국 우골로 빠져든다. ![]() ![]() ![]() 계곡이 다하는 시점에서 잠시 사진을 찍으려고 무릎을 굽히는데 왼쪽무릎의 짜릿한 통증이 날카롭게 전해 온다. 감이 이상하구나 하는 예감이 앞선다. 고도 1420에서 1460까지는 때로는 능선을 때로는 계곡을 타다가 하는 과정에서 크레바스 비슷한 함정에 왼발이 빠지면서 접질리고 말았다. 그래도 산행하는 과정에서 느끼지는 못하고 다행히 고도 1620인 심원삼거리 바로 아래인 반3-1인 도계능선에 안착했다. ![]() ![]() ![]() <고통의 시작> 심원 삼거리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배낭을 열어보니 배낭 안의 락앤락 음식통이 넘어지는 충격에 의해서 깨져있었다. 잠시 휴식과 점심을 먹고 일어서는데 왼쪽 무릎에 직감적으로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먼저 가겠다고 하면서 능선길을 걷는데 이상 없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폭포수골 들머리를 지나 내림 길에 접어들자 내려 갈수록 왼쪽 무릎을 구부릴 수가 없었다. 가면 갈수록 더해지는 고통이 시작되고 있었다. 묘향대 사거리에서 삼도봉으로 사면을 타고 갈까도 생각 해 봤지만 노고단까지의 과정이 보통이 아니란 걸 왜 모르겠는가? ![]() ![]() 서북능선과 토목께서 반야봉에 올라 119헬기를 부르자고 조른다. 절대 아니라고 난 완강히 거부 한다. 잠시 쉬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본다 헬기를 부를 경우 졸지에 잘못하다가 전파 타는 것인 아닐까 하는 생각과 쪽실리는 생각(?)등등…… 이곳이 고도가 1440이니 고도 900까지가 어떻게 내려가면 반선까지는 거의 평 길이다 싶으니 그냥 내려가자고 하였다. 이 길은 다행히도 내가 한달 전에 내려갔던 기억이 뚜렷하니 자신도 있었다. 그때는 2시간 남짓 소요됐었지 ![]() ![]() 삼각대가방은 서북능선에게 카메라가방은 토목에게 맡기고 내 배낭은 균형감각이 불안한 내가 혹 넘어질지 모르는 과정에서 예방책으로 내가 메고 가기로 한다. 왼 무릎은 압박붕대로 감고 때로는 네발을 이용하여 기어 내려가고 때로는 뒤 발로 거꾸로도 내려가 보고 양 손에 스틱을 이용해서 내려 가 보지만 고도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다. 몇 발짝 옮기다가 쉬기를 밥 먹듯 하다가 어렵게 고도1300근처의 박영발 반야 비트에 닿는다. 오늘 솔직히 폭포수골 산행의 키 포인트가 이곳인데 결국 이곳에 와서 내려가 볼 수 없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나는 밖에서 쉬기로 하고 둘은 안의 내부를 들여다 보고 올라 온다. 서북능선은 저 만치 앞에 가면서 확실한 가이드 역할을 하고 토목은 나를 주시 하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던지 한마다 건넨다. ‘형님, 119를 부릅시다’ ‘안 된다, 누구 쪽 팔린 것 보려고 그러나. 앞으로 그러면 너희들과 산행은 없다. 조금만 가면 뱀사골이 나온다’ ![]() ![]() ![]() *폭포수골 들머리에서 내려오면서*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계곡을 몇 번의 넘어짐과 미끄러지는 과정 속에서 드디어 고도 540을 줄이는데 3시간을 소비하고 어렵게 뱀사골에 닿는다. 뱀사골에 닿으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평 길인데 좀처럼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우측 발에 너무 힘을 실었던지 우측까지 통증이 오고 몸의 하중을 양 스틱에 의존하다 보니 양 어깨까지 묵직한 기분이 전해 온다. 계단이 나오면 어김없이 네발로 기어 내려 가야하고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사이 어둠이 찾아 오기 시작 한다. ![]() *고도 1500근처에서 심마니능선을 바라보며* 자꾸만 바라보는 이정표의 반선 거리가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경우가 어디 있었던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반선을 향 할수록 약간의 통증이 수그러든다는 점이다. 쉬지 않고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 요룡대가 나오겠지. 먼저 간 서북능선에게서 요룡대에 차를 갖다 댔다는 희망의 전화가 온다. 무릎에 통증을 느끼지 시작한 5시간의 힘든 자신과의 싸움도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는 것 같았다. 드디어 요룡대에 도착한 우리는 간단히 씻고 핸들을 돌려 빠져 나가면서 서북능선이 한마디 건넨다.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러나 간단히 하산주는 한잔 해야지요~~” ![]() ![]() <에필로그> 지금까지 나의 산행 중에 가장 힘든 산행이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산길을 내려올 때 한 발 한 발 내딛는 나의 발걸음에 신경을 써 주며 조금만 더 힘내라는 동행인들의 말 한 마디가 새로운 힘이 되었다. 나의 안전과 상처 받기 쉬운 마음에 신경을 써준 토목님과 서북능선께 진심으로 미안하고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산행은 나에게 또 많은 것을 안겨준 교훈의 산행이었다. 나의 산행 스타일을 되 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됐으며 앞으로 잠시 자중을 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자고 다짐해 보지만 과연 이 산행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2006. 09.07. 청산 전 치 옥 씀. ![]() <산행정리> 07:30 반선(475) 07:50 요룡대(550) 08:25 병소(665) 08:50 제승대(720) 09:35~09:50 일끼폭포(930) 10:30 고도1080계곡 합수부(좌골선택) 11:05 고도1200폭포 11:25 고도1295에서 좌골선택(중봉으로 향함) 12:00~12:15 1420에서 1460능선 타다가 다시 우골 선택 12:50~13:40 고도1620심원 삼거리(점심) 14:30 고도1440묘향사거리(삼도봉/묘향대/포포수골) 15:00 반야비트(고도1290) 17:30 뱀사골이정표(산장2.0/반선7.0) 19:45 요룡대(산행종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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