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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쟁기소능선과 심원능선 산행기

by 청산전치옥 2006. 8. 31.



달궁의 밤을 맞이하러

-언제: 2006.08.26
-어디를: 쟁기소-반야봉-심원능선-쟁기소
-누구와: 서북능선



성삼재의 운해와 얼음골의 계류


유난히 힘들었던 여름!
절대 그치지 않을 것 같은 장마비를 멈추게 한 것은 무더위였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더위를 마무리 짓는 것 또한 우쿵과 함께한 비였다.
이런 것이 자연의 섭리일까?
이제 자연의 섭리대로 올 여름도 8월의 마지막 하루를 남겨두고 슬며시 과거로 저물어 간다.
하지만 우리는 머지않아 또 다시 이 여름을 반기는 계절을 그리워할 것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사이 우리는 또 다른 세월을 맞이하면서 그만큼 성숙해 가는지 모른다.


얼음골 계류의 모습


간밤에 이곳 지리산에도 많은 비를 쏟아 부은 것 같았다.
성삼재 아스팔트 위로 폭우의 잔재가 뚜렷하더니 심원계곡이 상당한 급류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 우리의 산행코스는 반야봉을 중심으로 그 옛날 이뤄졌던 정통코스를 밞기로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일년에 한번씩 치러진 지리99의 달궁의 밤 행사장에
참석 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지리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온 라인에서 연결이 결국 오프라인에서 만남의 장이기도 합니다.
올해로 3번째의 만남이지요
.


쟁기소에서


<산행시작>
8시 30분 쟁기소에 도착한 우리는 급류의 계곡을 건널 수 없어 다리 위를 통과하여
오늘 산행의 시작점인 얼음골과 쟁기소 능선 합류점에서 산행준비를 한다.
잠시 아기자기한 폭포의 유혹을 견딜 수 없어 한 컷을 한다는 것이 그만 20~30분을 소비하고 말았다.
지금 내 머리는 혼돈의 아수라장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가깝게도 올 봄 5월에 이곳 얼음골 산행을 하였을 때의 추억을 잠시 더듬어 보기도 하고
며칠 전에 아내와 다퉜던 내용들과 오늘 저녁에 행사장의 모습들 등등……


얼음골 계류의 모습을


짙은 안개와 습한 공기를 안고 있는 이곳 쟁기소 능선은 한 발짝을 옮길 때마다
서너 방울의 땀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좌우 앞뒤로 막힌 조망의 답답함은
물론 바람 한 점 불지 않은 이곳 날씨만큼이나 우중한 내 마음과 같았다.
언제 올라갈까 하는 답답함 속에 어느덧 두 서네 개의 이정표를 지나
고도 1220인 지북18-07까지 올라 오니 약간의 微風(미풍) 전해 온다.


고도 1240 적송군락지에서


낮 설은 異邦人(이방인)과 만남에 순간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어디에서 내려 오십니까’
‘연하천에서 내려 옵니다’
‘어디까지 가시는지요’
‘먹을 것이 없어서 달궁으로 내려 갑니다’
‘언제 이곳 지리산에 오셨는데요’
‘그때가 8월초인가’
하면서 지형을 몰라 저 아래 계곡 아마 얼음골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와
기진맥진한 상태로 누워 있는 모습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등산화는 물론 모든 장비들이 허술 할 때로 갖추지 않고 그냥 비가 오면
우산을 받쳐들고 바위 밑에서 비박하고 이제 식량이 바닥 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내려가야 한다는 말에 자신이 갖고 온 과일과 먹을 거리를 제공하니
고맙다면서 하는 말이 걸작입니다.
‘먹을 것이 생기면 다시 내려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는 40대 초반의
부천 사람은 무사히 내려 가셨는지요.


반야봉에서


지북18-07에서 좌측 사면으로 산죽밭은 잘 다듬어진 형태로 보아
어느 지점으로 향하는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잠시 이정표(달궁3.7/반야2.8)
뒤 탐방로 아님 표시 뒤로는 아마 하점골 능선의 들머리가 아닌가 생각 되고
이윽고 10분 뒤에 고도 1340 정도인 지북18-08 묘 앞을 지난다.
왜 여태까지 그 옛날 정통코스인 이 길을 한번도 가 보지 않았던가 하는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 한다.
아직까지도 이곳 지형의 감을 잡지 못하고 30여분의
오름 짓을 하고 난 후 달궁삼거리를 만난 뒤부터 윤곽이 잡힌다.



심마니능선 전망대에서


잠시 심마니능선 전망바위에서 쉬기로 한다.
바로 아래 샘터를 들려 보기 위해 일부러 확인도 해 보고 내일 비가 오지 않으면 토목님과
이곳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서북능선께서 그냥 이 아래로 내려가버리자는 제의를 뿌리친다.
능선의 부드러움이 한결 가벼운 코스를 밟다 보니 이제 마음의 여유까지 생겼다.
반야봉을 거치지 않고 그냥 심원능선으로 빠질까도 생각 해 보았지만 오늘 저녁 행사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반야를 들르기로 한다.


반야봉에서


반야봉 주위로 피어있는 야생화와 고추잠자리의 환대를 받으며 정상에 들어 온 시간이 정확히 12시다.
주변의 짙은 안개로 조망의 흐릿함에 바로 앞의 삼도봉도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산 객들로 가득 찬 반야의 중심에는 적당한 자리를 차지 할 수 없어 한 켠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날씨까지 스산하여 한기를 느끼면서 벌써 여름은 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고도 1460이정표와 조망대에서


언제부터 꼭 한번쯤 가 봐야 할 심원능선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심원 삼거리에 들어선다.
잠시 사면을 타고 내려서자 전망이 트였지만 안개의 심술로 노고단의 조망을 할 수 없었다.
잠시 고도를 낮추면서 잡목과 상당한 산죽의 키 높이에 압도 당한다.
산죽의 키 높이가 나의 눈 높이에 있어 어줍잖게 고개를 숙이는 산행이 몹시 못 마땅하다.
처음으로 이정표를 만나고 잠시 후 묘지를 지나고 나서 전망바위에 앉아 있으니 순식간에
졸음이 몰려 온다.나 혼자의 산행이었다면 30여 분의 수면을 취했으며 했다.



대소골과 심원계곡의 합수점


전망바위에서 서 남쪽의 능선을 따라 길은 이어지고
10여 분 후 또 다른 이정표를 만난다(고도 1170: 심원3.0/반야봉7.0)
이곳에서 심원마을을 향하여 서쪽으로 U턴을 하면서 길은 유순해진다.
한동안 여유로운 길은 이어지더니 이내 대소골에 닿는다.
이곳 대소골의 계류가 상당하여 조심스럽게 건너면서 노고단으로 향하는
이정표에 이른다. 언제 또 다시 노고단의 옛 길을 걸어볼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이 심원마을에 닿는다(반야에서 심원까지 거리가 의심스럽구나)


 


만복대골과 얼음골 그리고 심원계곡을

<심원 옛길을 찾아서>
심원 옛길을 찾기 위해 마을사람들께 여쭙니다.
길이 중간 중간에 끊겨있는데 좋은 길 놔두고 뭐 하러 힘든 고생을 하려고 하는 눈치입니다.
심원마을 오수처리장 좌측으로 길은 열려있었다.
유순한 처음의 느낌이 좋았지만 만복대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에 다 달았을 때와
몇 개의 지계곡을 건너면서 길을 찾을 수 없었지만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묻혀져
가고 있는 옛길을 찾을 수 있었다. 작년에 아내와 함께했던 심원옛길은
달궁으로 이어지는 심원계곡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었다.


심원계곡의 지계곡을


<지리99 모임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취향이 같은 곳에서 모이게 되는 것 같다.
지리99를 알게 된 연유도 지리산을 찾고 난 후 이곳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오늘 그러한 온 라인의 세상에서의 틀을 벗어나 오프라인의 만남의 연결의 장이 열리는 날이다.
아쉽게도 저녁 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비로 인하여 뒷날로 연결시키지 못했지만
그래도 넷 상에서 내가 느낀 감정과 서로의 만남의 교감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뿌듯하기만 하다. 아무튼 오랜만에 모니터 밖에서 서로를 반겨주는 따스한
지리사랑의 손길과 미소를 한 움큼 쥐고 떠나는 그날이 아쉬웠습니다
.


얼음골 지류의 폭포와 심원의 지계곡

<에필로그>
휴가까지 내 놓고 지리산에 간다는 아내의 성화로 한바탕 힘 겨루기를 하였던
며칠 전의 일들을 곰곰이 생각 해 보기도 하였지만 잘못된 나의 생각이 아니라고
판단 되었기에 나의 결정대로 행동하였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 보다 한바탕 퍼 부었던 아내도 미안함인지 달궁의 행사장으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재미있게 보내고 와” 하는
목소리로 부부 인연의 끈은 칼로 물 배기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아내를 위해서 나는 무엇을 했는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부부란 무엇인가? 그리고 행복이란?
이렇게 수 많은 단어들을 동원 해 보지만 확실한 답을 찾을 수 없어도
서로의 눈빛을 보고 부부의 믿음을 알 수 있듯이 서로 위로하는 이러한
말 한마디가 작은 행복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산행기를 마칩니다.



<일정정리>
08:30 산행시작(쟁기소)
09:00 이정표(달궁1.7/반야봉4.8): 720
09:12 지북 18-04(770)
09:20 이정표(달궁2.2/반야4.3)
09:27 지북 18-05(900)
09:38 이정표(달궁2.8/반야3.7):1000
10:00~10:20 지북 18-07:(1220)
10:20 이정표(달궁3.7/반야2.8): 1240 뒤 길은 하점골능선 추정.
10:30 지북 18-08(1340): 묘 앞
11:00 달궁 삼거리 1400(달궁5.0/반야1.5/심마니능선)
11:25~11:40 전망바위(1570)
12:00~12:40 반야봉(1732): 점심
12:50 삼거리(심원/달궁5.9/반야0.6)
13:10 이정표(심원6.0/반야4.0): 1460
13:30 묘지(1285)
14:00 이정표(심원3.0/반야7.0): 1170
14:30 이정표(심원0.2/노고단3.8): 800
14:50 심원마을 정화조(770)
15:50 쟁기소(700): 산행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