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모정 찬가
지리산 자락 중에서 가장 도시 가까이 드리워진 곳을 찾자면 단연코 남원시 주천면의 구룡(육모정)계곡을 꼽을 수 있겠다.
시내버스로 20분 정도만 할애하면 물 좋고 계곡 수려한 구룡 구곡이 펼쳐지니,
남원 사람들 치고 어려서 부터 이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80년 대말인가 90년 초에 정령치와 성삼재에 이르는 도로가 포장이 되면서
등산객과 드라이브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여전히 남원사람들에게는 입구의 춘향묘와 더불어 한여름 더위를 식혀 줄 최상의 피서지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수려한 계곡의 암반위를 흐르는 유리처럼 투명한 맑은 물, 끊임없이 이어지는 짙푸른 담과 소,
구룡폭포의 환상은 상류인 운봉 고원의 고기리로 올라서면서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산자락이 첩첩이 에워싼 심산유곡으로 하늘이 손바닥으로도 가려질 듯한 협곡의 비장함은 간데 없고,
덩그마니 논과 밭에 둘러싸인 개천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해발 고도가 400~500m에 이르는 운봉고원이 만들어준 자연의 장난스러움이라고 할까.
옛 선현들이 청학동이라는 이상향을 찾아 떠났다면,
아마 고기리도 그 대상에 만족할 만한 곳이었을런지 모른다.
'수 십 물길과 협곡을 돌고돌아 오르면 갑자기 드넓은 세상이 열린다'고 했으니,
구룡계곡의 협곡을 따라 구룡폭포를 오르면
나타나는 드넓은 운봉 고원이 그 대상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운봉 고원은 삼한시대 이전부터 국경선을 위한 전투가 치열했다하니 청학동과는 거리가 멀었을지도 모른다.
고기리를 지나 정령치쪽으로 향하면 높은 계곡을 막아선 거대한 댐이 나타난다.
얼마전 완공되어 물막이를 하고있는 농업용수용 댐이 들어선 것이다.
보기에도 흉물스럽지만 그 댐이 앞으로 만들어낼 문제점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갇힌 물의 관리는 차치하고라도 구룡계곡의 수량이 줄어듦으로 인한 수많은 변화가 필름처럼 스쳐지나간다.
정녕 어쩔 수 없이 들어선 댐이라면 제발 변화가 최소로 일어나게 하기 위한 관리의 철저를 기대해 볼 뿐이다.
댐 위로 올라서면 정령치로 오르는 도로 곁에 작지만 아담하고 예쁜 선유폭포가 나타난다.
이 폭포 위로는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
산행을 위해 폭포 위 계곡을 따르면 만복대 아래 분기봉에서 천마산으로 향하는 지리 서릉의 오강바위 부근에 닿을 수 있다.
'지리산의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의 전망대 (0) | 2009.01.11 |
---|---|
은하수가 사라진 밤하늘(2004-12-09) (0) | 2008.01.10 |
정령과 황령(2004-11-26) (0) | 2008.01.10 |
문화와 무속 (2004-11-18) (0) | 2008.01.10 |
빨치산 루트의 관광상품화(2004.11.15) (0) | 2008.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