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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왕산 그리고 필봉산에 올라

by 청산전치옥 2006. 12. 14.

왕산 필봉산을 올라 

 

 

왕산에서 바라 본 천왕과 그 주변의 산세를......


 

 -일시: 2006.12.10

 

-어디를: 왕산 그리고 필봉산

 

-함께한 사람: 서북능선

 


전망대에서 바라 본 필봉산과 웅석봉능선
 

어머니의 젓줄처럼 포근함을 느끼는 경호강과 황매산능선을 바라보며

 

왕산에서 바라 본 경호강


 

 

왕산과 필봉산

 

산이 작고 코스가 짧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에게 멀어져 있는 산

 

해 년마다 지리산 경방기간이면 이곳에 가 보고 싶었던 산

 

언제부터 마음을 주고 있었던 산이다.

 

행여 오늘도 갈 수 있을까 하면서 왔던 왕산과 필봉산

 

며칠 전부터 계속 겨울비가 내리더니 토요일에는 지리산에 눈이 온다는 예보다.

 

왕상 필봉산을 갈까. 아니면 지리산을 갈까

 

하고 일요일 오늘 산행을 출발하는 시간에도 망설였다. 


 

덕양전에서

 

왕산 가는 길


 

 

진주를 지나자 천왕의 하얀 꼬깔 모자가 우리를 반긴다.

 

아직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지리의 유혹에 혹 단청 IC로 빠질까

 

핸들을 부여잡고 있는 서북능선께 한마디 거든다.

 

단청 IC로 빠지는 것 아니지

 

산청 읍을 지나자 그 동안 눈인사만 나눴던 우뚝 솟은 필봉산이 우리를 반긴다

 

저게, 필봉산 맞아

 

아냐, 무슨 필봉산이 저래. 이상하다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느낌의 필봉산에 실망한 답이다. 

 

 

 

덕양전에서

 

 

산행코스도 짧은데 제트기 엔진을 달았는지 금새 생초 IC를 지나고

 

덕양전에 닿는다. 덕양전은 산행 후 들르기로 한다.

 

구형왕릉 주차장에 닿지만 함께한 서북능선은 임도를 따라 올라선다.

 

어디까지 나 있는 임도인지 몰라도 한참을 올라간 서북능선에게

 

~, 코딱지 만한 산을 자동차로 올라오면 어떡해하면서

 

주차장으로 다시 차를 몰았다.


 

 

만경대에서: 송도가 보입니까


 

오늘 산행은 여유롭고 널널한 산행이 되리라

 

그리고 볼 것과 마실 것 들릴 곳 모두를 찾아보는 산행이 되리라.

 

구형왕릉의 홍살문을 비켜서서 왼쪽 계곡의 길을 걷는다

 

 

사각 사각

 

서릿발이 부서지는 감촉이 너무 좋다.

 

어제 내린 눈비로 인하여 등로가 얼어있어 발을 내 디딜 때마다 들려오는

 

餘音(여음)이 온 몸으로 전이되어 감촉이 너무 좋다.

 

 

잠시 오름 짓을 하니 이내 소나무 군락지다.

 

주변의 소나무는 리기다소나무 이지만 잠시 고도를 높이니 이내

 

재래종으로 보이는 소나무 군락지가 이어진다.

 

코 끝이 싸늘한 북풍이 불어 온다.

 

산행 시간 30~40분이 지나자 커다란 암릉이 앞을 가로 막는다.

 

~잉 이게 뭐야하면서 망경대에 올라 선다. 

 

 

 
 

망경대에서 조망을


 

 

望京臺

 

잠시 오르는 길에 망경대를 거치며 고려 판서 농은(農隱) 민안부(閔安富)

 

나라가 망하자 고려의 선비가 조선에 나갈 수 없다며 산청에 낙향해

 

살면서 이곳 망경대에 올라 송도를 바라보며 망국의 한을 달래며

 

(忠臣不事二君)’이라는 지조를 지킨 님의 모습도 한번 생각해 본다.

 

과연 서울이 보일 것 같기도 하구나.

 

조망이 이렇게 트인 송도 하늘을 바라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끝없이 펼쳐지는 산그리메를 바라보며


 

전망대에 서서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에 넋을 놓는다.

 

어디 특별한 곳이 전망대가 아니다.

 

능선 어디 어디를 가도 이어지는 주변의 산그리메를 볼 수 있는 곳이

 

왕산 필봉산이 아닌가 싶다.

 

이곳 근처에서 살고 있는 산 친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왕산에서 바라 본 전망대와 나무 사이의 필봉산


 

 

왕산에서

 

오늘 나는 이곳 왕산에 서서 감격의 조망을 즐기고 있다.

 

스팩트럼의 빛을 따라 그려지는 산그리메는 가히 장관의 연속이다.

 

웅석봉과 밤머리재. 깃대봉과 도토리봉 왕등재-쑥밭재 중봉 써리봉

 

그리고 중북부능선과 저 멀리 서북능선의 지리산 능선을,

 

고개를 뒤로 돌리면 삼봉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장안산과

 

괘관산, 남덕유산, 황석 거망, 금원기백산 그리고 더 멀리 대덕산과 수도산, 가야산,

 

황매산과 자굴산 등 그 동안 내가 올라보았던 수 많은 산들을

 

둘러 보니 감회가 새롭구나 

 

 

 
 

 


 

정녕 이러한 산들은 나에게 많은 희망과 이상을 주었고

 

앞으로 살아갈 나에게 또 다른 어떤 꿈으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이제 우재를 향하여 필봉산에 오르기로 한다.

 

왕산 두 개의 정상석을 바라보는 우리는 어느 것이 진짜인지……

 

필봉산은 멀리에서 봐서는 왕산 보다 더 높게 보였는데 이곳에 와 보니

 

상당한 고도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도를 낮추다가 잠시 고도를 높이면서 산객과 만남이 있었다.

 

한동안 이야기를 하고서야 지리산악회원이신 올리버님 이시다.

 

우리와 반대로 산행하시는 모습에 잠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하며

 

필봉산을 향했다.

 

 


 
 

필봉산에서 천왕과 동부능선길 그리고 포근한 마을을


 

필봉산에서

 

필봉산 오름은 정상 암릉에서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정상이 바위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변이 뾰쪽하고 가파른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정녕 이곳에 올라 보니 筆鋒(필봉)의 느낌을 전혀

 

느낄 수 없으며 또한 여인의 가슴인 유방봉의 느낌도 없더이다.

 

한동안 조망을 즐기다가 대구에서 오신 여성 산객과 함께 산행은 이어진다

 

다시 왔던 길을 내려가면서 어디 시간 보낼 일이 없는가……


 

산상만남:왕산에서(우측 두번째 올리버님과 좌측의 일행)

 

왕산능선에서 필봉산을


 

<산상인연>

 

왕산을 거의 와서 또 다시 올리버님을 맞는다.

 

늦은 아침이라면서 식사를 하고 계시는 님께서 복분자을 권하신다.

 

술을 전혀 하지 못한 나는 약간의 과일과 진한 커피 맛으로 분위기를

 

띄우지만 함께한 서북능선과 여성 산객은 귀한 복분자가 마냥 좋답니다.

 

산 어디를 가더라도 산친구의 만남은 이렇게 허물없어 보였다.

 

힘든 산행에서 자신의 어떤 것이라도 쉽게 내 줄 수 있는 여유.

 

그런 여유가 우리를 산으로 내 모는지 모릅니다 

 

산행기를 통해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드립니다.


 

 
 

구형왕릉에서


 

이제 내려가야지

 

억새능선을 따라 왔던 길 다시 내려 간다.

 

이곳 쌍재로 내려 갈까 하고 생각도 해 보았지만 특별히 갈만한 곳이

 

없는 것 같아 적당한 곳에서 점심이나 먹기로 하고 가져온 라면을 끊인다

 

잠시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류의태 선생 활동 시 한약제조로 사용해서

 

수 많은 사람들의 병을 치료 했다는 유의태 약수터에 들르기로 한다.

 

생각보다 초라하기만 한 약수터가 그 옛날 신비의 약수로 애용했다니

 

나도 몇 모금 들이킨다.

 

잠시 후 이제부터 이곳 구형왕릉과 덕양전과 유적지를 답사 하기로 한다.


 

 
 

덕양전에서


 

<산행을 마치면서>

 

왕산 아래로는 용의 꼬리처럼 휘 감고 돌아가는 임천강과 경호강의

 

물줄기가 나의 혼을 빼 놓고 남쪽으로 웅장하게 뻗어 내리는 천왕의 기세와

 

북쪽으로 펼쳐지는 수 많은 산그리메를 바라 보면서

 

왜 왕산 필봉산을 작은 산이라고 얕보았단 말인가?

 

수 없이 많은 산을 찾던 자신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 하면서 말하노라.

 

왕산 필봉산을 찾지 못한 산 친구들이여

 

내 부끄럼 없이 자신 있게 추천 하고 싶은 산이 바로 왕산 필봉산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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