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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눈 시린 은빛세상 지리산에서

by 청산전치옥 2007. 1. 10.

눈 시린 은빛세상 지리산에서



2007년 정월 초이레 산친구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무슨 꽃일까요?
열렬한 정렬과 사랑을 나타내는 빨간 장미입니까?
아니면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꽃말을 나타내는 노란 국화
그것도 아니라면 한여름에 피어난 이름 모를 야생화입니까?
때아닌 한 겨울에 무슨 꽃 타령이냐고 하시겠지요.
저는 겨울철이면 꼭 피어난 아름다운 눈꽃을 좋아합니다.
이번 산행은 눈꽃을 보러 가는 산행인 만큼 아름다운 은빛세상 지리산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겠습니다. 눈꽃의 향연으로……








설렘과 열정

그리고 아쉬움으로 점철된 엊그제 반야의 산행을 그리며
오늘 또 다른 산행지를 향하여 겨울산행의 오름 짓을 하기로 합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겨울 산행은 아름다운 풍경과 사연을
추억으로 엮어오기에 충분하지요.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된 산행은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무리가 아닌 듯싶기도 하고
벌써부터 호남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전국적으로 한파주의까지
내렸으니 누구보다 더 산행지로 떠나 보내는 아내가 몹시 걱정이 된 모양이지요
‘참! 살판났구먼. 살판났어~’











산행 지를 향하면서 지인들에게 핸폰을 때렸습니다.
벌써 중북부 이북의 높은 산들의 등산로는 이미 통제됐지만
다행이 지리산은 아직까지 입산이 허용되고 있었습니다.
마음은 벌써 우리가 점지했던 곳을 포기했고 산행을 포기 할까도
생각 해 보았지만 진작부터 예고된 산행이라 어쩔 수 없었지요.








어디로 갈까?
하다가 그래도 야트막한 적당한 곳을 찾아 보기로 하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해야 될 것 같아 이른 점심을 간단히 구례에서 해결합니다
포장된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데 몰아치는 바람은 여지없이 피할 길 없었죠.
오늘 모처럼 같이하는 초지님께서 한마디 거듭니다.
‘우리 그만두고 집으로 갑시다……’
‘그래 겨울산행은 항상 그렇듯이 적당한 온도로 달궈진 차 안을 나서자마자
시작부터 후회하는 산행이라 하였지’










겨울산행의 묘미란
얼굴에 부딪치는 찬 공기가 주는 청명함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콧속을 뚫고 가슴속을 쓸어 내리는 시원함.
얼굴을 치고 달아나는 겨울바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하는 산행
산은, 오르는 이들에게 극복하는 삶의 지혜를 선물하지요.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오르막에서 속도와 호흡을 조절하므로 서
기어이 맞이하는 능선의 즐거움에서 조망은 물론이거니와 폐부에 쌓인
노폐물을 내 뿜으며 산 속의 청량한 공기와의 맞바꿈이 있으며
어쩌다 만난 암봉에 뿌리 내리고 공생하는 아름다운 노송을 보았을 때
우리 인생에 있어서 조화와 화합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무섭게 내리 붓는 칼 바람과 눈보라의 영하의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가슴은 모두가 따뜻하기만 합니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니 내가 걸어온 길은 흔적이 없고.
다만,
그 길을 또 다른 사람들이 걷고 있을 뿐.
그래서 겨울 산은 전설처럼 말이 없지요
하얀 눈꽃은 모든 이의 가슴에 동심을 던져주므로……








작은 관목들의 가지에 얼어붙은 눈꽃들도 탐스러운 모습이어서
차갑게 느껴지기 보다는 포근해 보입니다.
칼 바람이 불어 쌓여있던 눈들이 흩뿌려질 때면 가끔씩 고개너머로
내려앉을 때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차가웠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았습니다.
한때는 바다 속 산호초 사이를 거니는 기분이었고
때로는
하~얀 목화밭에서 아름다운 연인과 밀어를 속삭이는 그런 감정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날씨는 희뿌연 연막탄을 쏘아 올리는 기분이었지만
이따금씩 칼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뿌연 구름 사이로 비춰지는 천왕의 모습
그리고 섬진강의 모습이 아련히 보이기도 하고 청명한 하늘이 열리기도 합니다








여기에 올린 사진들이 눈 시린 은빛세상 지리산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흐리면 흐린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그냥 샷터를 눌렀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그날 풍경이 아름답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나의 내공이 부족함을
탓하시기를 바라며 지리산에서 제 마음속에 담아온 아름다운 눈꽃.
여러분께 드립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C-5 텐트를 찾았습니다.
산이 좋은 사람들. 지리산이 좋은 사람들이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반갑게 맞이 해 주시는 낯익은 얼굴들……
비록 술은 마시지 못하지만 술잔을 주고 받으면서 차갑게 얼어붙은
이 겨울은 훈훈한 분위기의 감정으로 최고조가 되었습니다.
오늘따라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경상도 억양의 사투리가 그리웠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지리산을 매개로 한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좋은 추억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의 만남.
그것은 짧지만 기쁨으로 이어지는 나의 인생의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언젠가 만날 것을 기약하며 짧은 만남으로 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진사팀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감사 합니다.

2007. 01.07 지리산에서 청 산 전 치 옥.


<일정정리>
12:30 구산리 마을
13:00 고도 700
14:40~15:00 전나무 단지에서 휴식
15:40 왕시루봉
10:30 비박지에서 출발
11:30~11:40 왕시루봉(1243)
11:45 전망바위
12:15 남산골 들머리
13:20~13:40 휴식
14:10 남산마을(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