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중순 토목님과 함께 ![]() 뭇 사람들이 수없이 다녀간 구부러진 서북능에 서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지 못해 사랑과 미움의 증표를 남깁니다. 엊저녁 매서운 칼 바람을 머리에 이고도 묵묵히 버텨 준 裸木의 기개가 청명의 하늘에 더욱 빛나고 알 수 없는 그 형언의 미를 낸들 어떻게 표현 하리오. 어서 오라 손짓하던 것이 방금 전인데 더 이상 보기 싫다고, 어서 가라고 등 떠미는 그대, 지리산 반야봉이여 바람에 이는 나뭇가지 한꺼번에 흔들리건만 그대 보고 싶어 눈물 흘리는 나는 저토록 불어대는 매서운 칼 바람을 어찌 맞을꼬? 이제 보니 서 있는 나무들 뒤로 서 있고 그래도 마음만 아플 것 같아 한번 보고 또 뒤 돌아 보면 저만치 서 있는 나무들 나를 오라 손짓하네. 어서 오라고 손짓하던 것이 방금 전인데 더 이상 보기 싫다고, 어서 가라고 등 떠미는 그대 이름 영원한 지리산이여. -지리산 서북능선에서 청산- ![]() ![]() ![]() 서북능선으로 산행코스를 잡은 이유는 아무래도 지난 일요일 눈 쌓인 덕유산 산행의 후유증이 아닌가 생각 된다. 아마 그렇게 원 없이 눈을 밟아봤는데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코스는 서북능선님과 토목이 그리고 원시인이 최근에 자주 찾는 코스이기도 하기에 산행에 대한 뽐뿌를 받았는지 모른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는데도 성삼재 길을 가지 못한 연유로 남원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나서야 산행 들머리에 08시30분에 도착하였다. ![]() ![]() ![]()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우리의 발목을 부여잡고 때로는 넘어지는 과정에서 고도 570에서 어렵게 희미한 길을 찾아낸다. 고도 600에 능선에서 어느 정도 능선의 윤곽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 온다. 좌측 아래로 무슨마을인지 몰라도 상가도 보이고 우측으로 조그마한 마을이 손에 잡힐듯하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좌 우측에서 능선으로 올라오는 또 다른 길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 ![]() ![]() 고도를 올려 쳐도 좀처럼 조망은 트이지 않았다. 잦은 잡목이 우리를 부여잡기도 하고 또 후려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고도 1000 근처에 와서야 아스라히 나무 사이로 주능선이 바라다 보인다. 산행 후 처음 바라다 보이는 조망 터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아직은 희끼므레한 얕은 개스층을 이루고 있지만 그런대로 볼 만했다. 참나무 사이로 이뤄진 기생 풀의 겨우살이 열매를 산새들이 쪼아대는 바람에 흰 눈 사이로 떨어져 내렸던 노르께한 자국이 우리의 눈요기가 좋았고 발 아래로 펼쳐지는 반선에서 성삼재 길까지의 얼어붙은 아스팔트의 노면과 우측으로 멀리 바라 보이는 반야의 포개진 엉덩이에서 들려주는 구린내 나는 방귀 소리의 餘音(여음)까지도 좋았다. ![]() ![]() 잠시 조망의 여유를 뒤로하고 이제부터는 마의 산죽구간에서 산죽과의 싸움을 해야 할 판이다. 북 사면의 산죽은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아 자신의 축 쳐진 어깨를 내리 뻗어놓은 품세가 마침 미친*의 속 가랑이를 보는 것 같았다. 어쩌다가 그 길을 피하려 다른 길을 선택하다 보면 보기 좋게 허방으로 빠져버리고 빠졌던 발을 올려 치면 잡았던 잡목이 내 고개를 후려치는 과정에서 어렵게 능선에 도착하였다. ![]() ![]() ![]() 아~~ 이렇게 좋은 곳이 또 어디인가 싶을 뿐이다. 사방팔방으로 트여진 조망은 우리의 시선을 잡기에 딱 맞춤이다. 다행이 오후에는 날씨까지 트여진 서북능선에서의 조망이 그 환상이다. 청왕봉을 먼저 볼까? 반야봉을 먼저 볼까 하는 갈등 속에 나도 몰래 천왕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왼쪽 눈에 천왕이 걸쳐있고 오른 눈에는 반야가 들쳐져 있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다. ![]() ![]() ![]() 세걸산 언저리에 앉아 한 참을 조망을 즐기며 점심상을 차렸다. 차려진 점심이래야 별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겨울산행 중에 컵라면이면 어떻고 고기반찬이면 어떠랴. 산행 중에 먹는 음식은 무슨 음식이든 최고의 맛이었으니…… 따뜻한 남쪽사면을 향한 우리는 마침 고향의 봄 풍경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과연 지리산에 와 있는가 하는 그런 착각의 세계에서 자리를 떨고 일어난다 ![]() ![]() ![]() 이제부터 북사면을 타고 내려서는 길이다. 아직 그 누구의 흔적은 없어 우리가 러셀을 해야 할 곳도 있으리라. 그러나 다행이 누군가 지나간 흔적으로 러셀을 피할 수 있었으나 잘못 디딘 발자국을 따라가다가는 여지없이 10여 미터의 미끄럼을 감수해야 한다. 세동치쯤에 와 보니 이곳은 지리의 다른 곳과는 아주 판이한 설국의 나라다. 아직도 잡목 사이로 엉켜져 녹지 않은 바람서리꽃과 裸木(나목) 사이로 열어 보이는 천왕의 자태가 마침 환상을 보는 것 같았다. 서북을 간다는 그들의 뒤 쫓아 여기 오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 ![]() ![]() ![]() 오늘도 이곳에 오신 여러분 항상 즐거운 산행을 하시길 빕니다. 2007. 01. 24. 청 산 전 치 옥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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