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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가을같은 겨울지리산(오리정골과 덕평능선)

by 청산전치옥 2007. 2. 23.
 
지리산은 벌써 봄이 오는가
 
 

 
 
-언제: 2007.02.09.

-누구와:별꽃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토목

-어디를:**골과 **능선



*주변 풍경은 마침 가을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세상에서 태어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갈까’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함께 만난 사람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렵고, 그리고 모두 기억에 남아 있지도 않다.

또 앞으로도 만나야 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래도 그 중에서 내게 필요하고 소중한
 
사람은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이다.




 

지난 무등산 산행 시 소중한 만남이 인연이 되어 오늘의 또 하나의

연속의 산행이 되고 있었다. 아침 일찍 구례 터미널에서 조우한 우리는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산행지를 향하여 차를 몰았다.

나와는 구면이지만 토목님과는 초면인 이들은 그래도 산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쉽게 동화 될 수 있었다.

산행의 들머리인 **을 향하여 가는데 도대체 잔뜩 움츠린 날씨는

갑갑스럽기만 하였다. 좀처럼 걷힐 것 같지 않은 날씨에다 질퍽거리는

땅바닥의 표면이 기분 좋은 날씨는 분명 아니었다.




 

계곡의 초입부터 잡목에는 이슬이 맺혀있었다.

어제 내린 비와 이슬로 **골은 신비로움과 적막감에 싸여있다.

처음 대면하는 이 계곡은 나의 생각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우리를 맞이하는 처음의 폭포소리에 자신이 위압을 당하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한층 더 가벼워 보였고. 언제 나타났는지 앞 서가는

청솔모만 내 발걸음소리에 두리번거린다.

그냥 지나 칠 수 없어 벌써부터 카메라를 꺼내 든다.



 

처음부터 보기 좋게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있었다.

산행시간을 더디게 하는 것은 계곡의 작은 폭포들과

소와 담이 어우러진 아담한 풍경들을 하나 하나를 놓칠 수 없게 하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여름 계곡산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가

때로는 아직 떨어지지 않은 단풍을 보니 마침 가을 속의 풍경을 연상 시킨다.

사실 어제 내린 비를 보고 오늘 새벽에도 기대를 했었다.

산에는 눈꽃이 피겠구나 하는 생각을……

그러나 날씨는 우리의 예상과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었다.



 

안개 속에서 윤곽을 들어내는 계곡의 자태는 자못 아름답다.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지난 가을을 대표했던 단풍과

안개 속에서 우뚝 서 있는 조그마한 암봉들이 서서히 자신을 모습을

보인가 싶더니 이제 수줍음으로 낯가림을 하기 시작 한다.

지난날 이곳에 임도를 만들고 다리를 만들더니 결국은 자신의 羞恥(수치)를

막기 위한 위장이던가?

고도 1060에서 안개가 걷히고 나니 **골의 면면을 다 볼 수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더 이상의 수치를 보여주기 싫단다.

잠시 이곳에서 휴식을 갖기로 한다.



*오늘을 함께한 별꽃님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토목님*

 



 

함께한 별꽃님과 그의 친구들을 지리산을 자주 찾는 사람들이다.

물론 지리99사이트를 거의 빠짐없이 눈팅으로 봐 왔으며

또한 지리99 회원이기도 하지만 여간 쑥스러워 한단다

이들 지리산 사랑은 어느 누구 못지 않았다.

지난 무등산 산행 때 ‘지리산 어디를 가 보셨느냐’ 는 질문에

수 많은 계곡과 능선을 드러내는 솜씨에 나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오늘 산행하는 코스도 벌써 꼼꼼히 메모 해 놓은 습성과 산행 하는 모습이

마침 날다람쥐를 연상 캐 한다.



*오늘 산행중 선비샘에서 모처럼 하늘이 보인가 싶더니 그것도 잠시뿐*

*함께한 이들은 지리99 왠만한 인사들의 닉을 알고 있더군요*

 
3시간의 남짓에 어느덧 주 능선에 닿았다.

주능선에도 벌써 날씨의 고온 탓으로 눈이 녹아 있었으며

조망은 트이지 않아 더 이상 볼 것이 없어 마음으로 바라다 볼 수 밖에……

이윽고 선비샘에서 점심상을 차리기로 하고

준비한 떡국을 끊이며 한 시간 이상을 소비 해 버렸다.

이렇게 점심시간을 많이 가져 본 산행도 처음이었다.

덕분에 간장에 적당히 간이 베인 떡국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