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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기

생명의 신비가 싹을 띄우는 소백에서

by 청산전치옥 2005. 6. 14.
 

제목 : 생명의 신비가 싹을 띄우는 소백에서


<소백산이 나를 보고>

소백산이 나를 보고

새벽이면 명상을 하래

꽃피고 꽃지는 사이

바람 이는 그 이치를

하늘을 우러러 보며

보법 또한, 닦으래


소백산이 나를 보고

참으면서 지내란다

조이는 매듭일수록

부드럽게 풀어내고

한기미 적막을 잊고 살아도

설자리 누울자리

반드시 두드려보고

수시로 세상밖에 앉아서

침묵을 익혀보래


소백산이 나를 보고

가슴도 나눠야 한대

정 받을 세상일랑 말고

배풀때도 감사하며

믿음을 뿌리로 삼아

인과 덕을 깊이 심으래


소백산이 나를 보고

자신을 비울 줄 알래

말로만 비우지 말고

행동으로 보일 줄 알래

쉽사리 법절 못하게

기품도 가꾸며 살래

    ---김순환 시집에서---


1,산행일시:2004.5.20(목요일)

2,날씨:흐리며 시계는 약간 불량

3,산행구간

  죽령 휴게소-전망대-제2연화봉-천문대-제1연화봉-비로봉-비로사-주차장

4,동행인:여목 산악회(김광동.김강.오창룡부부.나)

5,코스별 시간

  12:20 죽령 휴게소

  12:50 전망대

  13:20 중계소 삼거리

  13:30 제2 연화봉(1290m)

  14:00 천문대(죽령 7.0km/비로봉4.2km/희망사2.4km)

  14:10~14:30 점심 & 휴식

  14:54 제1 연화봉

  15:28 안부 사거리(비로봉0.6km/천동6.2km/희망사6.1km/죽령10.9km)

  15:30~15:55 비로봉

  16:40 비로사

  17:00 주차장

6,산행거리:17.5km

7,산행시간:4시간40분

8,산행일기

  <산행동기>

오늘 산행은 4일전에 변경 되었다.

사실은 바래봉 산행을 나홀로 할려고 하였는데 바래봉 철죽이 올해는 별로 였다는 소식이 있었고 하여 (철죽 아니면 어떠하겠는가?)

언제부터 국립공원 소백의 기회를 갖고 싶었는데

오늘 산악회를 통하여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산행일기>

경상북도 영주시와 영풍군, 충북 단양군에 자리잡고 있는 소백은 소백산맥의 기간을 이루고 있는 산으로서 이곳 여수에서 산행을 한다는게 당일 산행으로서는 무리인줄 안다.

하지만 어떠랴

우리 일행 5명은 여목 산악회 일원이 되어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12시가 넘어서야 죽령 휴게소에 도착한 우리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산악대장의 안내코스가 끝나기도 전에 소백의 비로봉을 향하여 무엇에 쫓기듯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5월 20일 소백산의 철죽재를 알리는 프랜카드와 깃발들이 나부끼는 죽령 고개를 멀리하며 우리 인간의 편리성을 갖게끔 잘 다듬어진 포장도로는 정말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항상 산행을 하면서 느끼지만

인간 조형물의 하나하나가 왜 이곳 깊은 산속에 침투해 있어야 하는 아쉬움이 많지만,

어떠랴,,,, 우리 인간들의 자업자득인걸,,,,,,,,

20여분 계속된 포장도로를 오르면서 후회아닌 후회를 해본다.

왜 이길을 택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후회감.

첫 대면하는 소백의 이미지가 나에게 달갑지 않다.

동행인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가끔씩 산밑의 골짜기를 바라보며 파랐다 못해 청색의 물감으로 도배된 산야의 청량감..

하지만 지루한 긴 여정은 계속된다.

우리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여정이다.

산을 향하여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산오름의 발걸음에

일상의 욕심과 이기심과 고통과 고뇌를 털어버리고

내 소백의 향기에 취하여 산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깨닫게 해달라고 간절히

염원하면서 산오름은 계속된다.

이렇게 하여 달려온 연화봉의 산정에 선다.

기상대의 탑과 천문대의 탑이 육산의 능선위에 서있는 모습이 어쩌면 부조화를 이루는지 모른다. 이제 작은 내림의 발걸음이 있는 길이기에 한눈을 팔아가며 풍경을 바라보고

거친 숨소리를 몰아치며 한 모금의 물을 핑계삼아 잠시 쉬어간다.

5월 20일 이곳 소백의 철죽은 우리 인간들의 빨리빨리의 제촉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냥 여유롭게 느껴지며 이제야 꽃망울이 움트기 직전이다.

겨우 새순을 트기 시작한 상록수를 바라보며

새삼, 미물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라는 것에 나약한 내모습

한껏 편안함을 찾아 안주했던 지난날의 모습이 생각나 쓴웃음 한번 지어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한다.

저 멀리 능선의 끝자락에 솟은 소백의 비로봉을 향하여 길을 나선다.

나무계단의 발판은 뭇 사람들의 눈덮인 아이젠 발자국이 얼마나 괴로움을 줬었겠는가 아픔의 상처가 가득담겨 있는 계단이다.

이렇게 하여 안부와 능선길을 오르내림이 반복하여 내닿는곳 사거리에 길이 모여진다.

하나의 길은 비로봉/또하나의 길은 천동리길/다른하나의 길은 희망사/내가 걸어온 죽령길

주목의 감시초소를 두고서 그둘레에 울타리가 길게 늘어서 있고

그 울타리 안에 주목이 한자리하며 서있다.


주목,

살아서 천년이며

죽어서도 천년의 세월을 두고 살며,

고사목이 되어서도 그루터기가 될 때까지 더 살아간다는 나무--

수령 500년이 된 3400여 그루의 나뭇가지에서의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인고의 시간을... 나뭇가지에 걸린 푸른잎을 바라보며, 비로봉 주위로 펼쳐지는

초원이 마냥 대관령 목장을 연상케 하며...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아! 비로봉.

우리 모두 마음마다에

희망과 꿈과 사랑의 마음이 넘쳐서

환한 미소와 훈훈한 마음으로 우리 서로를 신뢰하게 하시고

건네는 손길마다 눈 웃음과 격려가 생기게 하소서

세속에 묻은 때는 이곳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날려 저밑

희망폭포에서 또다시 우리의 희망을 싹틀수 있게 하여주시고

산의 영혼을 닮게 하시고

산의 사상을 닮아 자연과 하나되게 하시고

호연지기를 꿈꾸게 하소서.............

이제 정상의 전망을 아쉬워 하며

비로사로 내려가야 한다.

비로사 하산길, 잠시 길을 멈추게 한다.

산이 좋아 산을 찾은이의 슬픈 추모비앞에 고개숙여 명복을 빈다.

어쩌면 산을 좋아하는 나도 저렇게 될 수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슬픔이

엄습해온다.


이렇게 욕심을 부려보면서 소백산의 산행을 마치고 이별앞에 서야 하는데...

소백산이 나를보고

자신을 비울줄 알래

말로만 비우지 말고

행동으로 보일줄 알래

쉽사리 법절 못하게

기품도 가꾸며 살래


<산행후기>

처음 산행에 동참해주신 오창룡 부부께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산행이 되셨는지요

처음 시작된 코스가 너무나 단조로와 무척이나 걱정도 하였는데 의외로 잘 따라 주셨고,

김광동님은 나와 앞으로 계속 산행하실거고 전문 산꾼인 김강님 혼자만 다니지 마시고 나와 함께 동행좀 해주시길...

아무쪼록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산행기를 마칩니다.


                                                 2004.5.23 전치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