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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산행기

내 영혼의 산 추월산을 찾아서....

by 청산전치옥 2005. 6. 14.

내 영혼의 산 추월산을 찾아서......

         秋月山.

   나의 유년시절 정신적 지주였던 추월산.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이곳에 자라면서 학교교가에는 꼭 추월산 정기를 이어받자는...

  내 영혼의 고향 추월산.

  솔직한 심정이었다. 어린시절 추월산이 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 인줄 알았다.

  추월산 뒤로는 산이 없고 산이 있더라도 아주 야트막한 산이라 생각되어 언젠가 그곳에

  올라보기를 간절히 바라곤 하였지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였던 추월산.

   그 뒤로 초등학교 4학년 쯤 이던가. 중학교 졸업 무렵 이곳을 찾았을때 허탈감.....

  그로부터 수많은 세월이 흘러온 최근에서야 2~3번의 산행이 있었다.

 

               (암봉에 피어오르는 소담스런 바위손)

 

   1,산행일시: 2004.7.18(일)

   2,날씨: 10시까지 자욱한 안개, 그리고 무덥고 습한 날씨

   3,산행구간

         호남정맥 14차(밀재~추월산~천치재~오정자재)

   4,함께한 사람

         오동산악회 정맥팀원에 나 홀로 뭍혀

   5,코스별 시간

         08:20 밀재

         09:00 추월산(720m) 밀재2.1/천치재6.8/보리암1.3km

         09:10 갈림길(정맥코스와 태웅산장)

         09:30 수리봉(726m)

         10:05 헬기장(헬기장 못 미쳐 우측이 정맥코스임)

         *10:10 정맥코스 잘못 들어섬

         *10:35 고압송전탑

         *10:45 또 다른 송전탑

         *11:25 다른 능선길

         *12:00 임도       *표시는 헤매는 시간임.

         12:10 약초밭(천치재를 향하여)

         12:40 안부능선정상(천치마을 U자 도로를 바라보며)

         13:05 임도

         13:25 천치재

         13:45 산불감시초소(좌측으로 급경사오름길)

         14:20 헬기장

         14:35 임도(제1등산로/용추사/제2등산로/가막골야영장)

         14:55 치재산

         15:10 임도(제3등산로/치재산정상/용추사/답동마을)

         15:50 용추봉

         16:15 임도고개

         16:25 508봉

         17:00 조망바위봉

         17:20 330봉

         17:35 오정자재

   6,산행시간: 9시간15분(헤매는 시간포함)

   7,도상거리:18.8km

 

                  (곱디 고은 참나리)

 

         <산행동기>

   내가 태어난 곳,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면서도 쉽게 덤비지 못함은 그만큼

  아픈 기억의 상처를 건드리기가 무서워서 일까?

  벼르고 벼르기를 여러 날, 결국 오늘 오동산악회에서 기회를 주웠다.

  호남정맥 산행에 동참하게 된 나는 비로소 내 영혼의산 추월산을 찾게 되었다.

  이번구간은 밀재부터 마지막 구간 오정자재까지 호남의 백미 코스로 왼발은 전라북도

  순창, 오른발은 전라남도 담양의 경계를 따르는 것이 특징이다.

 

               (호남정맥 14구간 밀재 들머리)

 

           08:20 밀재

   이곳은 나에게 아픈 추억(?)을 주는 곳이다. 일명 우리는 이곳을 코빼기 산이라 불렀다.

  멀리서 이곳을 바라보면 코의 형상이다. 지금은 도로가 형성되어 잘린 코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40대 이상의 세대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으리라.

  우리세대의 유년시절 난방의 주원료가 나무이다 보니 땔나무를 구하기 위해 이곳까지

  리어카 끌고 땔나무를 나르던 기억.........

   그러던 어느날

  나의 사춘기 시절 이곳에서 땔나무를 리어카에 싣고 형님은 끌고 나와 어머니는

  뒤에서 밧줄을 잡아 당길때 우연히도 목격한 옆 동네 여학생을 발견하였으니

  (물론 그녀도 나무하러옴)

  가난의 챙피함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에 리어카 옆으로 비켜섰을때 결국 브레이크 없는

  리어카는 내동댕이 쳐지고 바퀴가 하늘을 쳐들고 있었다.

  지금도 그 아픈 추억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적셔온다.

 

             (호남정맥 추월산 )

 

          09:00 추월산

    70년대 담양호가 생긴이래로 오전 10시까지는 깨끗한 조망을 하기가 여간 힘든곳이

  되버렸다. 가을이면 보름달이 닿을 것 같이 산이 드 높다하여 붙여진 추월산이다.

  가을이면 추월산 암봉아래 펼쳐지는 단풍과 담양호의 파노라마는 가히 환상적이다.

  겨울이면 설경과 암벽에 매달린 고드름의 운치는 또한 어떤가.

 


              (주능에서 바라본 담양호 상류모습)

 

          09:30 수리봉(726m)

    계속된 안개비에 옷은 벌써 젖은지 오래다.

  10m이상의 시야를 확인하지 못하고 어렵게 찾아온 수리봉

  작년에 이곳을 찾았을때 이곳의 조망은 정말 일품이었다. 담양호는 물론이고 그 너머

  강천산과 산성산 우측으로 담양수북의 병풍산, 방장산과 내장산까지 앞으로는 저멀리

  무등산까지 시야가 확 트인 조망이 이곳 수리봉인데........

 

               (잘못 들어선 능선,우측이 용치마을)

 

           10:10 苦行은 시작되고

    지금가지 산행은 산악회의 일원 속에서 나 홀로 진행되다가, 우연히도

  연동님과(나중에서야 알게 된 이름)동행한 산행이 되었다.

  고행의 시작이련가?

  정맥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계속 능선을 타야 된다는 생각과 앞이 가려 주변상황이

  판단되지 않았을 때 잘못된 선택의 길은 이어진다.

  이따금씩 이어지는 signal을 찾아 나섰지만(나중에서야 고압송전탑 표식기임을 알게됨)

  마루금은 이내 모습을 감춘다. 서서히 걷혀지는 안개속에서 한 능선을 따라 다다랐을때

  그곳은 이미 수직 절벽의 낭떨어지. 왔던 길 다시 올라 또 다른 능선을 따른다.

  어쩔수 없다. 개척산행을 할 수밖에 가시덩쿨과 잡목을 헤치고 헤치며 가까스로

  임도에 도착한 시간이 정오가 되어버렸다.

                   (깃대봉 못미쳐 암봉을 바라보며......)

 

          12:10 욕심을 버리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인가, 진즉 길이 아니라고 판단 됐을때...... 왔던길이 아쉬워 쉽게

  포기 못하고..... 그렇다 우리네 인생사가 어찌 자신의 욕심만 채울 수 있겠는가?

  살다보면 손해 볼 수도 있는게 우리의 인생 아니겠는가?

  임도를 따라 다시 10여분을 올랐을때 우리 일행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천치재 능선에서 바라본 추월산의 마루금)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임도를 따라 약초밭에 도착 했을때가 12:10분이었다.

   2시간을 소비해 버리고 나니 몸은 지쳐있었지만 아직은 견딜만 하다.

  약간 지쳐있는 연동님이 잠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한다며 뒤서거니 앞서거니 반복하며

  천치재에 도착하였다.

 

                (천치재 마을과 U 자 도로)

 

             (고향의 따스한 仁心을 찾아서.....)

    고향의 따스한 인심을 맛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천치재 마을사람과

  도란도란 얘기꽃에, 시간의 여유는 아쉬웠지만 차디찬 물 한잔에 내 줄수 있는 영양갱

  모두를 털어내고 왔다. 이제 일행 모두가 이곳을 떠난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던가는

  얘기 중에 알 수 있었다.

  자- 시간의 구속 없이 내 마음껏 이곳을 누리며 가보자.

  약속시간 18:00까지 오정자재에 도착 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자신이 알고 있었다.

  임도에서 바라본 추월산의 암봉이 환한 웃음을 주고 있을때 나는 힘을 얻을수 있었다.

 


            (임도에서 추월산을 바라본다.)

 

            14:20 임도도착

    아뿔싸!

  산불 감시초소를 지나 좌측으로 급경사 오름길이 사직된다.

  정말 빡센 된비알이다. 지금쯤 한참 가 있었을 줄 알았던 님이 그곳에 있지 않은가?

  다리에 마비가 나니 우선 먼저 가라고 하는 말에 머뭇거리다 발걸음을 띄웠다.

  그러나 마음의 불안은 어쩔 수 없어 동행하기로 하였다. 최악을 생각하기로 하였다.

  실패한 산행이 되어도 좋다고 마음을 굳혔다. 이제 마음의 부담을 털어내고 서서히

  걷기로 하자고.............

 

            (치재산 정상)


       14:55 치재산, 아쉬움을 뒤로하며...

   이곳에 왔을 때 표식기의 시간이 우리보다 1시간 10여분을 앞서고 있었다.

  님께서는 나를 의식하였는지 다음 임도에서 오늘 산행을 접기로 했단다.

  끝까지 동행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면서 홀로된 자신은 또 다른 깊은 상념에 빠진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않았나 하는 마음과 서로를 배려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도 해본다.

 

             (용추봉에서 가막골 용소폭포를 생각하며~)

 

               (용추봉에서 밤재를 바라보며....)

 

        15:50 용추봉

   키 작은 나무와 키 큰나무사이로 길은 시작되고......

  마루금의 연속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남쪽 가막골 야영장이 있는 골짜기를 바라보며 50여년전 빨치산 사령부가 있는

  곳으로써 비극적인 애환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영산강의 최상류의 始原이 되기도 하는

  이곳이 지금은 도시사람들의 휴양지가 되버린 곳, 산은 그렇게 멍들어가고

  훼손되어간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산은 조금씩 황폐되어 가는 것을

  아픔으로 여기며 긴~ 한숨을 토해낸다.

 

               (조망바위에서....)

 

 

        17:00 조망 바위에서.

   용추봉에서부터 일행의 모습을 찾았고 산을 향하는 모습 모습엔 환한 미소와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신뢰하게 할 때 누가 이 아름다운 산을 거역 하겠는가?

  멀리 내가 남긴 족적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힘든 旅程 속에서도 결국 오늘의 산행이 나에게 준 교훈이 무엇이더냐?

  만남. 욕심. 이기심. 사랑. 신뢰.인연.....

 

                   (산르위에 춤추는 '산그리메')

 

    이제 긴 한숨속에 산행의 끝을 접어두며

  겹겹 산릉위에 다시 출렁이는 ‘산그리메’를 그린다.

  그렇게 욕심을 부려보면서

  내영혼의 추월산 산행을 접어두고 잠시 이별 앞에 다가선다.


     다시 만나는 그날을 위하여..........


   *산그리메: 중첩하여 늘어선 산의 윤곽을 말함


                                                     2004. 7.21

                                                                                  전  치  옥 씀


 

 

                       <담양에서 추월산쪽으로 메타세콰이어 숲속으로~>

                     <산행뒤 일주일후에 고향에 가서 한컷>

                 <담양호에서 바라본 추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