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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반야의 가을노래

by 청산전치옥 2015. 10. 7.

반야의 가을노래

 

 

 

-일시: 2015. 10. 3 ~ 4

-어디: 반야봉

-누구와: 친구와 둘이서

 

 

 

 

일정이 빠듯하여 눈에 밟히는 써래봉과 영랑대를 뒤로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내린 비와 모진 바람이 못내 아쉬워

행여 지리산 산정에 단풍이 지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를 산행 내내 봅니다.

역시나 산길에는 많은 낙엽들이 떨어져 있네요

 

 

 

 

[노루목에서]

엊그제 모진 바람에 팔랑거리던 나뭇잎이 고요한 침묵에 잠겨 있다

가을빛이 말을 걸어도

까칠한 중년의 가을 타는 남자는 무슨 상념에 젖어있을까

세월에 긁힌 뒤안길을 내려다 보듯

길게 늘어진 지리능선을 아직도 바라만 본다.

 

 

 

 

시간을 죽이며 둘이서 때로는 말없이

때로는 서로를 위하는 모습으로 다정한 친구의 나그네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솔선 수범하는 그가 오히려 고마울 뿐입니다.

아마 연장자 우선 원칙에 따른 예의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반야 낙조]

늦은 점심 이른 저녁으로 반야의 노을 준비를 마쳤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그렇게 고왔던 반야의 단풍이 비바람에 모두 말라비틀어진

참혹한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을 토로 하지만...

반야의 낙조는 아랑곳없이

서서히 어두워져 가는 석양빛만이 곱구나.

석양빛에 길게 늘어선 그림자가 땅을 짓누른다

 

 

 

 

보이는가?

산을 넘어 번져가는 불길을

서럽디 서러운 붉은 핏빛노을은

능선에 가을 산을 더욱더 붉게 만들고

단풍에 빠져 그리움에 지쳐

갈길 헤매는 길손처럼 반야봉 정상에서 가을노래를 부른다.

 

 

 

 

벌써 하루가 끝나는 어둠의 속으로 영원처럼 그림자 하나 자리한다.

시작도 끝도 없는 매듭을 찾는 언어의 몸부림 안에 죽은 묻혀있는 검은 늪을 해친다

옅은 가을의 향내가 피부 깊숙이 스며든다.

 

 

 

 

[아쉬운 반야 일출]

간밤에 어찌나 바람이 많이 불던지

기어이 운해는 간데 없고 새벽 붉은 여명이 아침을 맞는다

마치 용광로가 대지를 데우는 시간처럼 붉은 여명은 천왕의 끝에서 시작된다

결국 아침 여명이 그리도 곱더니 이내 일출은 풍경이다.

~  아쉽다

반야의 가을 아침이여...

 

 

 

 

2015. 10. 04

.사진/ 청산 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