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청산의바람흔적
  • [청산의바람흔적] 산에서 길을 묻다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갑자기 수정된 만복대 코스

by 청산전치옥 2005. 6. 14.

제목:갑자기 수정된 만복대 코스.

 

1.산행일시 : 2003.12.24(수)


2.산행구간 : 구례산동 상위마을-묘봉치-만복대-다름재-상위마을


3.동행인 : 부부


4. 코스별 시간.


09:40 상위마을
10:35 자연보호 입간판 (?)
11:30 묘봉치
12:30 만복대(1443)
12:30∼13:00 점심
13:55 다름재
15:00 월계저수지
15:20 산위마을


5. 산행거리 : 15km


6. 산행시간 : 5시간 40분


7. 산행일기


눈꽃으로 부서지는 그대
눈꽃으로 피어나는 그대

눈꽃이나 볼까하여
겨울 만복대에 올랐다가
눈꽃을 대충보고......

眞眞이 생각만 실컷하고
내려오니

저무는 섬진강이
눈물되어 흐르네
              <김기훈 홈페이지에서 발췌>

 

지금까지의 산행은 (산행이라 해봐야 채 1년이 안되었음)
주로 나홀로의 산행이었다. 쉬는날이면 날마다 지리산에 가곤 하던 내가
얄미웠던지 오늘 만큼은 집사람이 산행을 하겠다고 야단이다.
설마 따라 나서겠나 싶어 내나름대로 산행코스는 "갈대"님께서 지리산 숨은 암자를 찾아서 산행했던 코스(왕시루봉-질매재-노고단-종석대-상선암)를 염두해 두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따라 나서겠다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동네 뒷산을 몇 번 오르긴 했어도....
아무튼 갑자기 코스 수정을 할 수밖에 없어, 올가을에 가보고 싶었던 코스를 선택하기로 하고 만복대를 주축으로한 역 삼각형 코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상위마을 - 묘봉치


초입은 상위마을 부녀회관에서부터 시작된다.
상위마을은 오래전부터 산수유로 큰 소득을 올려온 마을이다.
승용차를 상위마을 구판장 앞에 주차하고 공중화장실을 우측에끼고 왼쪽 골목길로 오르면 양쪽에 아름드리 산수유나무가 도열해 있는 마을길을 따라 100m쯤 올라가면 골목길이 끝나고 토종벌막 옆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촌노께서 50만원 준비하고 산에 올라가라고 하는소리에 뒤통수가 여간 부끄럽지 아니한가? 그 직후 곧 오른쪽으로 건너 길이 이어진다. 길은 비교적 뚜렷한 편으로, 표지 리본도 드문드문 보인다.
계곡 주위에 나무들이 (너와나무껍질인 듯?) 한꺼풀씩 벗겨져 있으면서도 죽지않고 살아 있는 나무들이 신기하기도 하다.
이윽고 오르면 자연보호 켐페인 입간판(반달곰 보호를 위해 출입금지)이 나를 반긴다 (?) 양쪽으로 두팔을 벌리며 늘어서 있는 철조망이 막아서는 건지 반기는 건지....
일말의 양심이 있어 출입문을 열고 배낭에서 비닐봉지를 꺼내들고 언제부터 쓰레기를 주워온 습관처럼 주위의 비닐봉지와 패트병들을 주워담았다.
결국은 하산할 때 내 배낭속에 들어가야 할 쓰레기들이다.
혹시나 집사람이 보이지 않을때는 길을 잘못찾아 헤매고 있는건 아닌지 하고 뒤돌아 보기를 몇 번이고 하는 동안에 묘봉치에 도착했다.
 묘봉치 억새는 산들바람에 살랑거리며 우리 부부를 맞고 있었다. 아내는 묘봉치에서 자신이 흔적을 남긴뒤를 돌아보며, 분명 어떤 성취감에 젖어 있으리라 생각된다.


묘봉치-만복대


<만복대>
"만복대"란 명칭은 풍수지리설로 볼 때 기름진 광할한 초원이 지리산 10승지중의 하나로 인정된 명당으로 많은 사람이 복을누리며 살수 있다하여 만복대라 칭하였다함. -월간산에서-
묘봉치에서 만복대 코스는 능선길로써 양쪽으로 잡목림이 덮여 있고, 눈이 녹아 진흙길을 걷는 그런 기분이다.
몇 번이고 미끄러지고 미끄러지며 닿는곳이 지리산에서 가장 큰 억새 군락지인 만복대에 닿았다.
 이곳 능선이 심원계곡 동쪽 사면은 완만한 대신 산동지방 서쪽은 거의 급경사를 이룬다. 이러한 천연적 지형적인 요소 때문에 심원계곡일대에 빨치산도 유리하게 버틸수 있었지 않을까 추측된다.
만복대 정상에 도착하니 엄청난 바람이 몰아친다. 돌무더기와 몇 개의 구덩이가 패어 있는 정상에서 바라보면 산동면과 운봉쪽으로 급경사가 절벽을 이루고, 남쪽으로 시암재 주차장과 도로가 보이며, 노고단 방송 송신탑이 선명하다. 노고단-임걸령 능선이 뚜렷하며 옆에 있는 반야봉의 모습이 또한 앙증스러움을 느낀다. 망원경이 있었다면 묘향대도 찾을수 있을까?
아! 이곳에서 한번쯤 나 뒹굴고 싶을 뿐이다.

 

 

만복대-다름재.


바람 때문에 더 지체할수 없어 그자리를 비켜줘야만 하듯이 우리 부부는 아쉬움을 멀리하고 북서쪽으로 향하여 내려 오는데 이곳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럽기가 위험한 곳이다.
조심스럽게 700m쯤 내려 왔을 때 두갈래의 길을 만난다. 우측은 정령치, 좌측은 다름재 길임이 분명한데 "등산로 아님" 표식기가 있구나.
대부분 이런곳이 인적드문 등산로 초입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부터의 길은 더욱더 급경사의 길로써 눈이 녹지않아, 그렇다고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다. 몇 번이고 불안하여 집사람을 볼라치면 그래도 제법 잘 따라오고 있구나. 물론 2개의 배낭을 식사후에는 한 개로 묶어 내가 도맡아 지고 내려왔으니.... 몇 번이고 썰매 타듯이 내려오기를 하더니만 다름재에 다다랐을 때 요강바위를 만나게 된다.
 요강처럼 둥근 바위덩어리라 하여 요강바위라 한다.

 

 

다름재-엔골-상위마을


억새 군락지가 나타나면 전라남도와 전북의 갈림길인 다름재 사거리가 나타난다. 정상으로 계속 직진하면 숙성치를 걸쳐 밤나무제로 가는곳이며, 우측은 전북 주천면길 결국 좌측인 엔골로 우리는 들어선다.
지금 시간이 13:55분이다. 12월 크리스마스 이브의 오후날씨 치곤 너무도 따스하다. 더군 다나 엔골이 남향이라 햇빛을 안고가는 산행이 어쩌면 초여름 같기도 하다. 길은 비교적 뚜렷한 등산로 길이다.
 이윽고 마을과 가까워 지면서 만복대에서 보았던 저수지가 숲사이로 보인다. 그곳에서는 저수지가 햇빛에 반사되어 조그만 주차장처럼 보였는데....
저수지를 지나 새로 포장된 시멘트 포장도로를 내려와 큰길(2차선)을 만나게 되는데 왼쪽은 상위마을(오르막길)오른쪽은 산동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왼쪽길을 따라 10분쯤 올라가면 상위마을 주차장에 다다른다.
오늘 생각지도 않은 만복대 코스를 선택하여 그래도 무사히 아무말없이 묵묵히 따라준 아내에게 고맙게 생각하며 우리는 차에 올라서야 손을 마주치며 하이 파이브로 스스로를 자축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