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사고와 바래봉의 상고대
-언제: 2014. 02. 11
-어디: 지리산 바래봉
-누구랑: 나 홀로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시간이 새벽 3시
몇 번을 망설이다가 자동차 시동을 걸고 길을 나선다.
밤 하늘에 수 많은 별들이 반기는 것을 보고 기분은 업 되었다.
운봉을 향할수록 어둠은 짙게 드리우더니 이내 검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돌발사고
평소대로 했어야 했어
눈이 없기에 운지사 오름 길을 향해 거침없이 차를 몰았다.
운지사로 향하던 차는 어느 순간에 허공을 가르더니 이내 백 되고 있었다.
40~50미터를 거꾸로 달리던 차는 다행이 이내 암벽에 부딪치고 만다.
아~ 깊은 후회가 밀려 온다.
다 때려 치우고 내려가고 싶다~~
그러나 이내 누구의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어둠의 순백의 산길을 걷는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마다하고 그래도 기꺼이 오름 길을 재촉하면서
마음에 남아 있는 꺼림칙한 사건은 계속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다행히 이에 대한 보상은 있어야 할 텐데...
도착한 시간이 6시30분
그러니까 아마 1시간 20여 분만에 올라 온 것 같다.
그런데 오늘도 꽝이다.
바래봉만 오면 나와 상관없는 날씨 탓에 푸념만 내려 놓는다.
올 겨울 오늘이 벌써 4번째다.
여명은 틀렸고 칼바람을 막아 보자고 샘터 근처에서 서성이기를 반복하면서
또 다시 행여 하는 마음으로 어둠에 묻혀버린 산정에 섰다.
지리 골 골에 절여진 어두운 침묵을 북풍 칼바람이 노크를 한다.
수 많은 별들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천왕봉 동쪽 넘어 몰아치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아~ 한없이 기다리는 해 오름의 고독이여
산 자의 그리움인가.
죽은 자의 悔恨(회한)인가
아!
그 이름 겨울이면 피어나는 바람서리꽃
바람과 서리의 애증으로 피어나는 꽃 상고대
향기도 없으면서 열매도 맺지 못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 그대 이름 바람 서리꽃, 상고대여
한참 후에 하늘이 벗겨지면서 나타나는 서리꽃 향연...
망각의 동물
조금 전의 일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어버리고 마냥 즐거워 한다.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이다.
망각이라는 편리한 체계가 있어 순간의 과거까지 잊을 수 있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지 않은가.
서리꽃 향연은 그렇게 11시까지 이어진 가 싶더니
이내 햇살의 기운을 버티지 못한 채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새벽에 올랐던 그 길을 버리고 시야가 확보된 넓다 란 길을 택했다
파킹지점이 가까워지자 생각하지 않았던 순간이 또 다시 떠 오른다...
까짓 것
사람 다치지 않았으니 돈으로 때우면 되지...
2014. 02. 11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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