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행복한 이유(노고단에서)
웬걸~
갈지자 기울 거리며 힘겹게 올라온 시암재
칼 바람 삭풍을 막아 보겠다고 바둥거리며 성삼재 오름 길을 재촉한다
2~3번의 미끄럼을 타더니 이내 포기하고 제 자리로 되 돌아 온다.
야밤에 무슨 짓인지...
밤하늘의 수 많은 별들은 나에게 속삭임의 밀어를 내 던진다
차 안에서 느끼는 감흥은 바깥 세상과는 아주 딴판이다.
지금 문을 차고 나서면 또 이 자리가 그리워 질 것이고
이곳에 계속 머물면 노고단 아침 빛이 그리워지는 것을...
몇 번의 망설임을 뒤로 하고 용기 있게 노고단에 서기로 한다.
퍽퍽하고 딱딱한 아스팔트 촉감이 바뀐 눈의 탄력으로 실감나는 뽀드득 소리
겨울산행이 좋은 이유중의 하나가 이런 질감의 화이트카펫의 부드러움이 아닐까.
만복대 서북능선에서 불어오는 칼 바람은 앙상한 가지를 부들부들 떨게 만들더니
이내 굽이 돌아 성삼재 화장실이 오히려 포근함으로 다가 온다.
올 겨울,
겨울 산이 벌써 4번째이건만
상고대의 인연은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다.
불평불만을 터트리듯 무엇 하겠는가.
인연은 예고 없이 불현듯 나타난다 하였거늘
어찌 억지 인연을 만들려 하는지...
수 많은 별들이 속삭이는 노고단 돌탑 아래 섰습니다.
아래 세상에서 보는 하늘은 전깃불에 바랬지만
이곳에서 바라 본 하늘은 별나라의 아름다움 그 자체 입니다.
그러나,
산 아래의 평화의 불빛이 그리운 건 왜 일까
아마 마을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의 그리움 때문일까...
오늘이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네
최근 일련의 일들이 KTX의 빠름처럼 불꽃 튀듯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감동 시킬 수 있는 진정한 영혼은
진동을 위한 오랜 준비와 기다림 에서부터 일어나지 않을까
그것은 밤 하늘의 별을 헤는 만큼이나 어려운 일처럼...
갑자기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이에 아침 해는 더디게 올라 옵니다
주변 상고대도 잠들고
운해도 멈춰버린 노고단
북쪽에서 불어오는 칼 바람이 노고단 돌탑에 걸려 도깨비소리를 지르지만
그래도 섬진을 바라보며 시린 손 불어가며 쓸데없는 카메라 앵글만 만지작거립니다
잠시 후 공단이 왔다 갑니다
어떤 미친 녀석이 새벽부터 별 짓을 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열정에 감복해서일까.
아무 말없이 묵언의 시위를 하더니 이내 자리를 비켜줍니다.
미안함이 묻어난 나는 서서히 그 자리를 물러나면서 또 내일을 기다리겠지.
내려오는 내내 칼바람이 더욱더 무섭게 몰아칩니다
수 십 번의 옷깃을 여미러 보지만 춥기는 매 한가지
아~
또 한 해가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나를 머뭇거리게 합니다.
나이 탓일까...
2013. 12. 24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노고단에서...
글 사진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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