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 戀歌

내가 지금 행복한 이유(노고단에서)

청산전치옥 2013. 12. 26. 13:43

내가 지금 행복한 이유(노고단에서)

 

 

 

 

 

웬걸~

갈지자 기울 거리며 힘겹게 올라온 시암재

바람 삭풍을 막아 보겠다고 바둥거리며 성삼재 오름 길을 재촉한다

2~3번의 미끄럼을 타더니 이내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 온다.

야밤에 무슨 짓인지...

 

 

 

 

 

밤하늘의 많은 별들은 나에게 속삭임의 밀어를 던진다

안에서 느끼는 감흥은 바깥 세상과는 아주 딴판이다.

지금 문을 차고 나서면 자리가 그리워 것이고

이곳에 계속 머물면 노고단 아침 빛이 그리워지는 것을...

 

 

 

 

번의 망설임을 뒤로 하고 용기 있게 노고단에 서기로 한다.

퍽퍽하고 딱딱한 아스팔트 촉감이 바뀐 눈의 탄력으로 실감나는 뽀드득 소리

겨울산행이 좋은 이유중의 하나가 이런 질감의 화이트카펫의 부드러움이 아닐까.

만복대 서북능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앙상한 가지를 부들부들 떨게 만들더니

이내 굽이 돌아 성삼재 화장실이 오히려 포근함으로 다가 온다.

 

 

 

겨울,  

겨울 산이 벌써 4번째이건만

상고대의 인연은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다.

불평불만을 터트리듯 무엇 하겠는가.

인연은 예고 없이 불현듯 나타난다 하였거늘

어찌 억지 인연을 만들려 하는지...

 

 

 

 

많은 별들이 속삭이는 노고단 돌탑 아래 섰습니다.

아래 세상에서 보는 하늘은 전깃불에 바랬지만

이곳에서 바라 하늘은 별나라의 아름다움 자체 입니다.

그러나,

아래의 평화의 불빛이 그리운 일까

아마 마을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의 그리움 때문일까...

 

 

 

 

오늘이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네

최근 일련의 일들이 KTX 빠름처럼 불꽃 튀듯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감동 시킬 있는 진정한 영혼은

진동을 위한 오랜 준비와 기다림 에서부터 일어나지 않을까

그것은 하늘의 별을 헤는 만큼이나 어려운 일처럼...

 

 

 

 

갑자기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이에 아침 해는 더디게 올라 옵니다

주변 상고대도 잠들고

운해도 멈춰버린 노고단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노고단 돌탑에 걸려 도깨비소리를 지르지만

그래도 섬진을 바라보며 시린 불어가며 쓸데없는 카메라 앵글만 만지작거립니다

 

 

 

 

 

잠시 공단이 왔다 갑니다

어떤 미친 녀석이 새벽부터 짓을 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열정에 감복해서일까.

아무 말없이 묵언의 시위를 하더니 이내 자리를 비켜줍니다.

미안함이 묻어난 나는 서서히 자리를 물러나면서 내일을 기다리겠지.

 

  

 

 

내려오는 내내 칼바람이 더욱더 무섭게 몰아칩니다

번의 옷깃을 여미러 보지만 춥기는 한가지

~

해가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나를 머뭇거리게 합니다.

나이 탓일까...

 

 

 

2013. 12. 24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노고단에서...

사진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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