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시루봉의 아침운동
-일시: 2013. 9. 21
-어디를: 왕시루봉~봉애산능선
-누구랑: 야생마
남들은 긴 연휴라 하여 알뜰 계획으로 추석을 보내고 있으리라.
우린, 추석 연휴도 없이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산업 일꾼...
오후 근무인지라
어디 적당한 곳을 다녀와야 직성이 풀리는 자신이 지리산을 저울질 해 본다.
동부쪽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서부쪽 내지는 구례쪽.
그렇다.
엊그제 울산바위님이 다녀온 왕시루봉 억세가 눈에 들어 온다.
긴급수배
취미생활이 같고 체력이 받쳐준다는 이유로 야생마님을 불러본다.
내가 좋아한다는 것은 관심이고
뭔가를 좋아한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라 생각한다
결국 미쳐야 한다.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조금이라도 수면을 연장해 보려고 저녁 퇴근 후 토지면 소재지 근처 적당한 곳에서 주차를 했다.
환경이 변한 탓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새벽 3시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함께하기로 한 이는 벌써 내 앞에 다가와 서 있고
간단한 산행 복장과 과일 추석에 먹다 남은 송편을 집어 넣은 채 왕시루봉을 향한다.
너무도 덥다.
새벽 비지땀을 흘리면서 오르는데 능선에 바람 한 점 없다.
비박짐을 메고 몇 번을 올랐던 그 때는 왜 그렇게 더디게만 여겨졌던지
오늘은 숨 한번 크게 쉬고 나니 벌써 다 와 버렸다.
산행 출발 후 채 2시간도 못되어 도착해버렸으니......
시간의 여유,
기다림이다.
기다림은 그리움이라 하였던가?
그리움은 빈 곳을 채워주는 마음의 그림이라 하지 않은가
무엇이 그렇게 그리워 야밤에 어둠을 밝히며 왕의강 섬진을 바라보고 있는가?
과연 오늘 아침 왕의강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맑은 하얀 달은 이마를 비추며 서산에 기울어질 무렵
저 아래 아련히 비쳐주는 불빛 하나
뉘신가
아~ 벌써 어제 도착하여 이곳에 行裝(행장)을 풀었다는 처마님을 반긴다.
우리도 우리지만 미친 사람은 이렇게 또 산정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이유다
"서럽도록 아름답다"고 표현한 섬진강 운해를 김용택 시인은 어떻게 바라 봤을까.
지리산 精靈(정령)을 가슴에 품고 내리는 섬진강이라 했을까
맑고 깊은 그림자를 안고 내리는 섬진강이라 했을까
지리산 골 골에서 쉬어가듯 흘러 내리는 물소리가 섬진에 이를 때
하얀 소복의 운해와 어울리기 위해 섬진의 물소리도 그렇게 잠재우나 보다.
답답한 세상을 덮어버리고 싶다는 운해는
그렇게 소리 없이 떠 있는가 싶더니
溫熱(온열)을 느끼면서 하나 둘 실타래를 풀어 제키며 이내 시끄러운 세상을 맞는다
가자
내려가자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저 아래 세상으로…
2013. 9. 21
글 사진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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