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그리고 성재봉산행
2014. 3. 14
외둔마을~ 성재봉 왕복구간
나 홀로
山門(산문)이 닫혀있는 지리산
지정과 비지정의 2분 법 잣대를 드리우며 가야 할 길이 어디인가
가야 할 지정 산길
섬진의 삼월이와 아쉬운 이별을 고하며 발걸음을 성제봉으로 돌립니다.
외둔마을에서 시작하는 산행
모처럼 지리산 자락을 거니는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좀처럼 비는 그칠 줄 모른다.
이 정도의 비라면 산행이 가능하리라 생각되어 이런 저런 깊은 생각을 하며
촉촉하고 부드러운 사색의 산길을 걷는다.
섬진에서 삼월이와 데이트 하는 바람에 시간은 벌써 11시 가까워지고 있다.
고소산성에 이르러 뒤편으로 보이는 섬진강의 S라인에서 조망을 즐긴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쎌카놀이
"어느 미친놈이 비 오는데 쇼하고 있는 거냐" 며 비웃겠지
그리고 내가 걸었던 지난날의 흔적을 찾고 싶구나.
지리산 한 자락인 聖帝峰은 세석평전을지나 삼신봉을 거쳐 성제봉으로
이어져 섬진강 가에서 끝을 맺는 지리산줄기의 하나다.
해 년마다 지리산 산문이 닫히면 어김없이 찾았던 곳
지리산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지만 오늘은 우중에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우선 섬진강이 바라다 보이는 신선봉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다
다행이다 싶었다.
따뜻한 밥이 나을 것 같아 챙겨둔 잡곡밥과 김치찌개가 일품이다.
때로는 싸락눈이 내리면서 내 식기에 어우러진 진풍경 벌어지고 있네요
달콤한 커피를 마시면서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소중한 시간을 갖습니다.
조금 전에 헤어진 삼월이를 그리워 하며 섬진으로 눈 길을 줍니다.
오르는 동안 계속해서 뒤편으로 蟾津江이 따라온 가 싶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아마 섬진의 삼월이를 잊고 산행에 집중하라는 신선의 엄벌인 듯 합니다.
조금 전의 싸락눈은 이제 함박눈으로 변해가고 있네요
더 이상 미련을 버리자
오늘 산행은 신선대 출렁다리 까지만 가기로 맘 묵었다.
처음으로 광주에서 오신 산악회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청학사에서 오르다 위험할 것 같아 일부만 이곳으로 왔다는
준비하지 못한 아이젠, 더 이상 오를 수 없다
내려가자
이 정도면 춘설과 함께 인생의 적금통장에 담을 수 있는 추억거리가 아닐까
먼 훗날 내 추억의 적금통장의 의미를 알겠지...
2014. 3. 14
글 사진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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