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삼신봉 나들이
-일시:
-어디를: 지리산 삼신봉
-누구와: 토목부부. 청산부부
오늘 지리산 산문이 닫히는 날인데……
원래 계획된 산행은 아니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당일산행을 하려고 맘먹고 있는데 갑자기 비박공지를 서브기가 올렸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도 공지를 올려 산행을 할 수 없는 일
그래서 토목과 함께 또는 되는 사람 몇이서 산행을 하기로 하였지요
‘비가 온다’
‘약속이 있다’ 등등으로 일이 묘하게 꼬이기 시작합니다.
결과론이지만 서브기 비박도 죽 쒔다
‘토목, 우리 이때 보험 하나 들지’
그래서 이뤄진 산행이 널널산행 삼신봉 산행이다.
새벽 일찍 산행을 하자는 나의 제의에 아내는 핀잔을 준다.
부부산행인데 무슨 새벽부터 난리냐며 야단법석이다.
해서 출발한 시간이
오늘 비가 온다는 기상청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청학동의 하늘은 대표적인 가을날씨다.
처음 출발하는 아내는 쉬엄쉬엄 오르는데도 여간 못마땅한 눈치다.
‘왜 산행을 하자는 거야’ 하는 말이 금방이라도 뛰어 나올 것 같다.
토목부부는 신나게 앞서간다.
삼신봉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도 함께 가겠다고……
원래 산행 할 때부터 오늘은 여자들이 해 달라는 데로 모든걸 들어주는 조건산행이죠.
그래서 나는 배낭까지 아내 몫을 챙겼다.
산행을 하는 건지 기어오른 건지 모르지만 1시간 30분 만에 삼신봉에 올랐다.
아내는 지난번에 이곳에 올라 왔던 터라 기억을 되새긴다.
토목은 신이 나서 지리산 곳곳을 하나 하나 챙겨주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노닐다가 내삼신봉을 향해 갑니다.
능선을 거니는 것을 보니 한결 부드러운 기분입니다.
발이 풀렸는가 싶습니다.
얼마든지 갈수 있답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제 계속 산에 따라다닌다고 하면 어쩌지’
하면서 애초에 토목님 말대로 용추폭포 좌골을 선택하여 비지정을 탔어야 하는데……
내삼신봉에서 또 한참을 머무르면서 지리산 조망을 즐긴다.
이렇게 사진도 찍어보고 저렇게 몰카도 찍어보고 하면서 시간을 즐기고 송정굴로 향했다.
아무래도 그곳이 만찬의 장소로는 제일 적당한 것 같아서
그런데 이게 웬일이냐
중간에서 오늘 비박 가기로 한 서북아우를 만나다니 원 ㅋㅋㅋ
어쨌던 나로서는 정말 오랜만의 만남이었고 반가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서브기 아내도 함께 할 텐데 하면서 아쉬워한다.
다행이 다리도 이제 완쾌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곳에 만찬을 차렸다.
서브기 장모님께서 특별히 준비 해 주신 소고기 다진 고추전과 돼지 주물럭
우리가 준비한 낙지전골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맛나게 배를 채웠다.
단천골로 향할 서북아우와 우리는 이곳에서 다시 쪼개지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송정굴을 보여준다며 그곳으로 갔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곳에서 남부능선 종주를 한다는 이송님을 만날 줄이야
참 묘하게도 이곳 능선에서 동부팀을 만나게 됩니다.
역시 지리산이 좁긴 좁습니다.
쇠통바위에서 그리고 하동 독바위에서 한참을 노닐었습니다.
북사면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이제 머지않아 겨울을 예고하는 북풍한설입니다.
무서워서 올라오지 않겠다는 아내를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서인지
아니면 확실한 보험도장을 찍기 위한 술책인지 몰라도 억지로 쇠통바위와
하동 독바위를 오게끔 하여 보여줄 것 다 보여주면서 오늘 산행을 하였습니다.
내리막 길은 수월하지만 항상 초심자들이 조심해야 한다며 토목이 한 수 지도를 합니다.
이제 홀 가분 마음에 훨훨 날아 갈 듯싶은 모양이지요
산행 뒤의 포만감은 누구에나 있듯이 조금 전에 봐왔던 아름다운 풍광들을 이야기 합니다.
홀 가분 마음에서 청정한 공기를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것과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광의 선물을 안고 가는 저들의 모습이 유난히도 아름답습니다.
“언니, 정말 좋다. 가끔씩 나오자” 하는 말에
토목과 나는 그냥 웃어버리고 말았지요……
지리산 삼신봉에서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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