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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일출봉의 그림자

by 청산전치옥 2007.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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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봉의 그림자
 
-언제: 2007.10.28
-함께한 사람: 지리에 미친 사람들.
-어디를: 지리산 일출봉에서.
 

 

 일출봉에서 바라 본 해넘이와 해 돋이 모습

 

석양빛
길게 드러누운 지리 능선에
서쪽 하늘 반야 따라 출렁이는 그림자 하나
그림자 속에 겹쳐진 우리의 못다한 사연
산들바람에 날려 일출봉에 흘러 보내리
못다한 미련일랑 떨쳐버리라고……
 

 

 함께한 사람들 반야에 지는 해를 바라보며.....

 

은은하게 퍼져있는 흑과 백의 아름다운 조화가
그리움의 출렁임을 안고 일출봉에 닿는다.
어둠에서 보여주는 그 하얀 그리움의 바다가
고고한 달빛아래 정지된 일출봉의 암벽을 타고
뻗어내려 간 그리움은 반야에 정지돼 운해가 된다.

 

 고고한 달빛과 저녁노을빛에 빛나는 일출봉

 
핏빛으로 물들어 버린
가을 빈 가슴을 누가 만져주오리까.
별들이 하나 둘 쏟아져 내릴 때
여기 산 친구들의 저린 땀 내음은 어디로 가고
슬슬 풀려 나오는 그리움의 연가로
일출봉의 밤은 깊어만 가는데……

 

 

 

 해오름

 
이천칠 년 음력구월 보름 이튿날
그 화려했던 단풍 색은 어둠에 파묻히고 달빛에 살아나는 흑과 백의 아름다운
고운 자태가 부드러운 지리의 주능에서 화려한 마루금의 쇼를 보여준다.
線과 윤곽이 서로를 넘나들며 천왕을 깃 점으로 반야까지 넘실대고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수 많은 별들과
일출봉의 암벽에 걸려버린 하얀 달덩이는 언제 나올까 싶었는데
금새 자신의 모습을 비추더니 이내 우리가 온 가을을 품어주고 있었다.
~ 이렇게 화려하고 황홀한 가을저녁에 우리는 이곳에 일출봉의 그림자를 남긴다.

 

 오늘을 함께한 지리산 동부팀원들과 세석에서

 

 

가을이면 어디로 떠나고 싶은 유혹을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거라 믿는다.
분위기가 고색창연한 곳이 아니라도 그냥 낙엽 뒹구는 공원 길이라도 거닐고 싶은 유혹.
이런 유혹이 나에게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지 모른다.
그것은 아직도 앞으로 인생이 더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며
지리산을 알고 난 뒤의 또 다른 행복에서 오는 소리인지 모른다.

 

 

 거림좌골의 옛길을 걸으면서

 
인간의 학습능력지수가 25세부터 매년 1%씩 줄어든다는 통계이고 보면
아직도 나에게는 70%이상의 학습능력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고마울 뿐이다.
시험을 봐도 70점 이상이면 C학점이상이니 과히 나쁘지는 않은데
앞으로의 시간이 이대로 정지해 버리면 어떨까? ㅋㅋㅋㅋㅋ

 

 

 일출봉 오름길 청래골의 가을풍경

 
황홀한 가을 지리산행을 위하여 언제부터 생각했던 산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리산을 맛 본지가 벌써 3주째이다.
지리산 가을구경을 하지 못함은 원이라도 풀듯이 우리의 산행에
지리의 10경중 4경을 봤으니 이렇게 복 받은 사람이 있을까요.
산행은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시작되었다.

 

 

 일출봉능선에서

 
누구의 말처럼 올 가을은 지리산 단풍이 엉망이라는 소리를 들어
하루 하루를 미루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른다.
그런데 지리산 단풍은 의외로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고도 1200이상에서는 지난번 추운 날씨로 벌써 겨울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 이하에서 펼쳐지는 단풍 쇼는 차마 내가 시인이 되지 못한 게 얼마나 원통했는지 모른다.
단풍계곡을 지나고 또 터널을 지나면서 해마다 되풀이 되는 輪廻(윤회)의 사계절에
우리의 강산과 내가 있음을 고맙게 생각 한다.

 

 

 아침 여명은 밝아오고......

 
저물면서 더 빛나는 저녁놀의 황홀한 순간을 보았고
저물 녘 노을 진 바다 위에 짙게 깔린 운해를 보았으며
그 잔잔한 파도를 타고 울려 퍼지는 G선상의 아리아처럼 내 마음의 心根(심근)을 울려 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은 적막감이 흘렀지만 주고 넘치는 한잔의 와인과 함께
고고한 달빛 아래 울려 퍼지는 쏘나타의 음률은 더욱더 높아만 갔다.

 

 

 ㅋㅋㅋ 21년산 이슬입니다.

 
조용히 한 켠 암봉에 홀로 앉았다.
달빛이 어찌 이리 밝은고 뒤로는 천왕의 골짜기가 마침 우리 큰 누님의 가르마로 다가 왔고
서쪽 하늘 아래 반야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어느 여인의 엉덩이 상이로다.
어찌 이보다 아름다운 고고함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으리오
달빛이 비춰주는 흑과 백의 조화가 이렇게 아름답게 보일 때도 있었을까? 

 

 

 연하선경을 거닐면서
 
간밤에 옆에서 불어대는 비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한참을 뒤척였었고
새벽부터 불어대는 매서운 바람 소리에 행여 아침 일출을 못 볼까 노심초사하였는데
그 바람은 주변 먹구름을 밀어내는 씨름꾼이었지요.
천왕의 뒤 동쪽하늘로 선홍빛으로 붉게 물들더니 붉은 해가 서서히 강렬하게
빛을 발하며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 해가 뜬다 하면서 어린애마냥 좋아라 한다.
분명 나는 이곳 지리산에서 어떤 氣運(기운)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거림 좌골인 옛길에서

 
누룽지와 김치찌개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오늘의 집결 지 세석을 향해 간다.
원래 오늘 산행 목적이 청소산행이 아니던가?
우리가 묵었던 주변을 깨끗이 청소를 하였고 능선에 버려진 쓰레기를 간간히 치우면서
연하선경를 따라 가다 쉬다 반복을 한다. 마침 느린 거북이 마냥……
엊그제만 하여도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더니
이제는 잔잔히 흐르는 잔 바람에도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겠다는 듯이
한 잎 두 잎 떨구고 있었다.

 

 

 
너무나 일찍 세석산장에 도착한 우리는 이른 점심을 먹으면서 지리99팀을 기다린다.
몇몇 사람은 주변청소를 간단히 하면서 배낭에 패킹을 하고
그러는 사이 반가운 사람들은 지리 곳곳에서 나타나더니 그 많은 쓰레기를 안고 나타난다.
또 다른 반가운 지리사람들과 조우에 한바탕을 웃음을 쏟아내며
그 동안 못다한 이야기와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에 작별을 해야 한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함이 못내 미안 합니다

 

 

 거림골의 가을풍경이 대단합니다

 
배낭을 모두들 비워냈다고 하는데 아직도 배낭무게가 만만치 않구나.
아마도 카메라 장비가 한몫을 차지한 것 같았다.
이번에는 아직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거림 옛길을 따라 내려갔다.
지리산 어디를 가도 이만한 풍경은 없겠느냐 마는 이곳도 주변의 풍광이 제법 했다.
잠시 계곡의 흐름이 보이더니 고도를 내려설수록 아기자기한 풍광이
우리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이내 거림골과 합류하면서 북해도교에 닿는다.

 

 

 고도 1000이하의 거림골은 이렇게 고운 단풍이

 
언제부턴가 산행을 하면서 가끔은 이렇게 외톨이가 된다.
오늘도 주변의 풍광에 놀라 수 없이 많은 사진을 찍는 사이에 나 홀로 남았다.
그리고 서서히 내려 오면서 오늘의 산행을 정리 해 본다.
지리능선 한 켠에서 이뤄진 비박 산행
이 산행에서 얻은 지리의 4경은 아직도 내 가슴을 떠나지 않고 있다.
지리의 능선에서 이뤄진 아름다운 만남과 절묘한 조화가 앞으로 또 있을까
나는 그곳에서 스트레스를 날렸고 어떤 진한 그리움의 감정도 토해냈었다.
그러나 이제 일상으로 돌아 왔다.
우리의 일상에서 항상 좋은 일만 없을 거다
이러한 나의 산행이 일상의 활력소가 되도록 즐길 것이다.
함께 산행에 동참한 동부팀 여러분 즐거웠습니다.
 
2007.11.2
청 산 전 치 옥 씀.
Soledad (홀로선 고독) - Amy sky
http://blog.daum.net/jeon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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