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 등짝에서 오늘을 함께한 산친구들: 토목.지리산꾼.산구화.그리고 서북님
‘서북능선 거시기로 올라서 땡 기는 곳으로 가다가 끌리는 곳으로 하산^^’
며칠 전에 산행공지를 하여 서북능선에게 적당한 곳으로 코스를 잡아보라고 하였더니
위와 같은 코스로 산행 한다고 공지를 해 버렸다.
한마디로 오고 싶으면 오고 하기 싫으면 오지 마라는 식이다.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언젠가 영화 ‘황산벌’에서 거시기와 머시기 암호 해독을 잘못해서 혼쭐났던 기억을 올려 본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참석인원은 내가 생각 한 것 보다 훨씬 적었다.
5명의 인원이 오붓한 산행을 할 수 있어 좋을 듯싶기도 하고……


오늘 산행 들머리인 거시기
8시 달궁야영장에 도착한 우리는 간단한 워밍업도 없이 산행대장 서북을 따라 나섰다
‘지금, 어디 가는 거여’
‘산에 가지. 어디 가요 따라 오세요. 오기 싫으면 말고……’
하면서 우리를 내 모는 곳은 야영장 야외무대 뒤인 너덜지대로
‘세상에 수십 년 산에 다녀봤어도 무슨 들머리를 이런 곳으로’
하면서 난색을 표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서는 지리산꾼과 산구화님이다.
먼저 올라 선 토목과 서북은 재미 있다는 듯 위에서 ㅋㅋㅋㅋ


오늘의 두 여성 산꾼:언양골 합수부에서(산구화/지리산꾼님)
산행코스를 잡는다는 게 정말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맨날 지리산만 다니는 사람들이 하는 산행에서 코스선택은 말이다.
‘한번 간 곳은 좀처럼 가지 않는다’ 는 습성을 갖고 있는 서북이라 기대를 했지만
꼭대님이 말했듯이 이곳 주변마을 사람들이 부른다는 ‘절등날망’ 이라는 코스를
자신은 언제부터 염두 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1/25000 지형도에서 나오듯이 점등산을 거쳐 오르는 코스이기에 점등능선이라 해도 될 듯하다



점등산으로 오르는 등로 상태와 운무 사이로 보이는 달궁마을
이른 새벽에 비가 오더니만 이제 비가 그쳐 다행이다 싶지만
짙은 안개와 운무로 인하여 視界(시계)는 제로이고 등로 주변이 젖어있어 조심스럽기만 하다
잠시 쉴 때마다 으스스 하는 寒氣(한기)가 느껴온다.
다만, 좌측으로 언양골과 우측으로는 오얏골을 사이에 두고 오르는 능선이라는 것
능선의 등로 상태는 우리 기준으로 양호한 편이다.
산죽구간과 암릉구간도 없고 그러나 조망은 볼 수 없는지 보이지 않은지 모르겠다.
드디어 고도 755에서 빛 바랜 산경표의 흔적을 찾아 낸다.


좌우로 시계불량인 절등날망능선
잠시 쉼을 하다가 고도 780에서 750으로 내려서고
5~6번의 오르 내림을 반복하다가 09:35에 점봉산에 닿는다.
주변에는 잘 정돈된 묘1기가 후손들의 입지를 추켜세워 준 듯 하고
어디서 많이 보아 온 ‘기쁜인연’ 아우의 표식기가 우리를 반긴다.
아마 지난 10월에 우리 99식구들이 이곳에서 ‘탐구산행’ 때 올려 준 표식기가 아닌가
우리도 시간이 널널하여 ‘황령암지’ 가 이곳 어디쯤 있을까 하고
혹시 몰라 잘 아는 지인께 핸폰을 때려 본지만 이곳과는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코스 어디 존 놈 하나 골라주라’는 서북의 익살을 멘트로 통화를 끝냈다.



능선상 869봉과 잘 정돈된 묘에서
잠시 안부를 지나면서 이곳이 혹시 덕동마을에서 넘나드는 곳이 아닐까 생각 해 보고
조금 오르니까 좌측으로 향하는 두개의 사면 길이 나타난다.
아마 이곳이 황령암지로 향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잠시 오름길에서 또 만난 ‘김도근 지묘’는 비석까지 정갈스럽다.
우리는 능선을 고수하면서 920 고도에서 1075봉을 치고 15분여의 비지땀을 쏟아 붓는다
그 와중에 언제 어디에서 오셨는지 최정석님과 하늘문님을 만났다.
아마 고도를 봐서는 어느 정도 서북능선 주능에 오지 않았나 생각 되지만
앞 뒤를 분간 할 수 없는 짙은 운무로 거리 측정이 어렵게 되었다.

잠시 쉬면서 우리가 지나 온 길을

이곳이 지난 10월에 지리 99팀이 갔던 탐구산행 코스가 아닌가

서북능선에서
이윽고 11시 40분에 주능 길에 닿는다.
이곳이 아마 고리봉과 세걸산의 1278봉으로 지형도에 나타나 있었다.
서북능선이 자기의 등짝에 왔으니 두 여성 산님께 자기의 등짝에 타 보란다.
‘내가 타면 안될까’ ㅋㅋ
조망은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 열어 볼 수 있는 조망이 더 조심스럽기만 하다.
산을 오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산행 할 때는 힘에 겨워 들숨 보다 날숨이 더 크다
그만큼 참기 힘든 고행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포기하지 않고 오르면서 忍耐力(인내력)을 기르고 튼튼한 체력은 덤으로 얻어 낸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자연과 하나 되어 오르는 산길에서 정겹고 땀 흘린
그 모습들의 신선함에서 서로의 정은 두텁게 이어질 것이고.
정상에 도착해서는 또 하나의 성취감에 만족을 느낀다.

서북 등짝에서의 조망은 이렇습니다.
잠시 고리봉쪽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가면서도 서북능선의 끌리는 데로 갈 수 밖에……
10여 분도 안되어 길도 없는 산죽길을 치고 나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앞 사람들이 잘 다듬어(?) 놓은 길을 따라 나선다
이윽고 이어지는 너덜길을 내려서면서 너무 미끄럽고 아직 푸른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이끼 때문에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언양골 우측지류인 너덜모습
함께하는 님들이 도시락을 갖고 내려 갈 거냐고 투덜대지만
최정석님과 하늘문님은 언제 내려섰는지 우리의 시야에 멀어졌다.
그래, 적당한 곳에서 점심상을 차리기로 하고 계곡물이 흐르는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가져온 추어탕과 장어탕 그리고 생선까스 서북능선의 만찬 요리로 느긋한
점심상을 차리면서 이어지는 지리산꾼님의 ‘태극능선 이야기와 지리종주 이야기’
서북능선의 중학교 2학년 때 천왕봉 등정기와
토목님과 산구화님의 ‘지리산 이야기’ 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 모두가 나이를 초월하고 땀에 흠뻑 젖은 모습들이지만 서로를 알고 난 뒤의
나누는 정담들은 거리감이 없고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 자리에 마주앉은 우리들은
좁은 자리지만 서로에게 쉴 곳을 나누어주는 아름다운 배려와
물 한 모금이라도 건네는 훈훈한 인심,
이 모두가 심신의 건강에서 오는 여유라는 걸 새삼 깨달으며 자리를 턴다.


1시간 20여 분을 점심시간으로 여유를 부리고 두 여성 산님이 산행 후
‘99 소 띠 모임’ 까지는 어떻게 시간을 소비 해야 하는 숙제로 남겨졌다.
잠시 뒤 돌아 우리가 내려온 능선의 하늘색깔을 바라보니
조금 전의 우리가 봐 왔던 색깔과는 너무도 달라 보였다.
‘우리 다시 능선으로 올라 갈까’ 하고 농을 걸어 본다.
고도를 200여 낮췄으니 솔직히 올라가고 싶었으나 이내 참기로 한다.
고도 900으로 낮췄을 때 이미 계곡의 지류는 가을이 놓고 간 흔적으로 범벅 되어 있었다.



‘아~ 이곳은 이제야 가을이구나’ 하고 탄성을 질러 본다.
비록 말라 비틀어진 낙엽이지만 아직 붉은 여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는가 하면
제 기운에 쓰러지는 빛 바랜 갈색은 가을을 이기지 못하고
밟으면 힘없이 부서질 듯 나뒹구는 枯葉(고엽)에서 우리네 인생판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계곡 옆 사면에는 무릎 깊숙이 쌓인 낙엽 속에서 포근한 간지러움을 느껴 좋았으며
지류에 흐르는 계곡 사이의 돌 틈에서는 수 많은 낙엽들이 엉겨 퇴적되어
마지막 가을을 남기고 간 흔적이 역력하였다.
이곳까지 별로 몇 컷을 찍지 못했던 이미지를 이곳에서부터 담아내기 시작한다.


언양골의 합수부에서
15시05분 언양골 본류와 합류하는 지점에 닿는다.
만복대의 북동쪽 지류와 정령치의 동쪽지류를 안고 널따랗게 펼쳐있는 이곳 폭포가
가냘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가을을 뒤로 하고 겨울을 맞이하는 계절의 징후일까?
잠시 후 30여분이면 오늘 산행을 마칠 것이다.
잘 다듬어진 산길을 따라 내려서면서 확연히 바라다 보이는 심마니능선에 발길을 멈춘다.



잠시 후 달궁마을에 다가 오면서 마을 뒤 텃밭 감나무에서 나눔의 미덕인
우리 조상들의 훈훈한 인심이 살아있는 까치밥을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베푸는 손을 가진 사람이다’ 라는 누구의 말처럼
이웃끼리 서로 아껴주는 마음
날아다니는 새들까지 챙겨주는 넉넉한 인정은 우리 선인들이 지켜온 덕목이 아닌가?
가진 자가 덜 가진 자를 위해 베풀 수 있는 마음을 까치밥에서 배우기라도 하듯
마을 사람들은 김장김치를 담그면서 우리의 발걸음을 세워 놓았다.
‘막걸리에 김치 한 점 하고 가세요’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맛있습니다’ 하면서 밝게 웃는 우리는
아직 식지 않은 우리의 까치밥 인정이 널리 퍼졌으며 하는 바램을 가지면서 산행를 마칩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대신하면서 산행기를 마칩니다.

2007.11.25
청 산 전 치 옥 씀.

산행을 마치고 종석대 위에 떠오른 둥근달을 바라보며 (오늘 달궁모임을 생각 하면서)
-산행코스-
08:00 달궁야영장(원형 무대)
08:40 786봉(잠시 휴식)
09:40~09:50 점등산(833) 잘 정돈된 묘 발견
10:00 능선상 869봉
10:05~10:30 ‘김도근지묘’ 지나고 안부에서 쉼
10:40~10:55 1075봉(고도 920에서 치고 오름)
11:40 1278봉(고리봉과 세걸산 사이)-서북등짝 오름-
11:50 언양골 우측지류 들머리(1245)
12:30~13:45 고도 960에서 점심
15:05 고도 630언양골 합수점
15:30 달궁마을(560) 회관(종료)
**고도 표시 정확한 숫자는 1/25000 지형도의 숫자이고 다른 숫자는 고도계 숫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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