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맛나는 세상(지리산 하점골 산행)
언제: 2007.09.08.
어디를: 지리산 함박골과 하점골
누구와: 나 홀로
우리의 삶에 있어서 진실을 찾기위한 인간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그것을 뒤집어 보면 세상은 거짓이 판을 치고 있다는 말도 되지요
진실은 거짓에 묻혀 있고, 거짓은 진실로 위장되는 현실에서
진실과 허위를 구별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지요.
물론,
그러한 문제들을 구별할 재주가 있다면 세상살이가 문제 될까요?
아무리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들이라도 그것을 밝히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마도 이런 거짓과 싸워가는 것
진실 찾기에 온 정성을 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금요일
저녁 늦게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팀에 합류하여 산행하자는 서북님 제의였지만
이미 나 혼자만의 산행을 하겠다고 서울을 떠나 올 때부터 결심하였다.
그것은 딱 1년 전의 악몽이 있었던 폭포수골의 산행
‘나의 부상을 119에 알리지 마라’ 그 숙제를 풀기 위해서다.
오늘도 어김없이 꾸려진 배낭을 둘러메고 새벽 길을 나섭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홀로 산행에서 즐거움은 나 혼자만의 여유에서 오는
즐거움과 산행지를 마음대로 조절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홀로 조용히 생각하면서 뒤 돌아 볼 수 있는 산행.
오늘도 생각하는 산행이 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제 산행기에서도 얘기를 했듯이
그리움의 대상이 있다는 게 저는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그 그리움의 대상은 사물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지요.
그 그리움은 기다림을 낳고
그 기다림은 나에게 또 희망으로 다가 옵니다.
산에 미치고 내 하고 있는 일에 미치고 그리고 사람들에게 미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 살아가는 맛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뱀사골 계곡에 들어서니 의외로 발길이 땡 깁니다.
뭐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적당한 수량이 있고 적당한 날씨인 것 같아
잠시 함박골인 이끼폭포로 발 길을 돌립니다.
엊그제 **님의 사진을 보고 반한 것도 있지만
나에게 그런 행운이 올 것이라는 것은 생각 치도 않고 지금 그 길을 간다.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벌써 그 장소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벌써 어느 찍사 한 분이 별 볼일 없다는 것 입니다.


그랬다.
이끼폭포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내기에 너무도 늦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어찌 사진으로나마 말 할 수 있을까?
나는 사진작가도 아니고 이런 풍경을 글로써도 묘사 할 줄 모르는
그저 사이비 산꾼에 불과한 자신이지만
내 마음으로 담아 낼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었다.
떨어지는 폭포수를 바라보며 물보라의 파편에
형성되는 일곱 색깔 무지개가 나타났다 지워지기를 반복하며
‘아~ 저 아름다운 색깔을 나의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을까’ 하는 그릇된 생각과
이끼폭포의 폭포음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소프라노의 아리아처럼 느껴졌지만
수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그렇게 병들어 간다는 아픔을 전해 줄 때
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며 그 자리를 일어 섭니다.


작년에 함박골을 따라 오르다가 반야봉으로 올랐었지
이제는 심마니능선 전망바위 샘터쪽으로 향하는 길을 향해 오르자
하면서 그 길을 찾아 나섰다.
‘분명 고도 1180 우측 지계곡 이곳이 아닐까’ 하면서 오릅니다.
마침, ‘산경표’의 표식기를 확인하고 의심 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어디로 날라간 건지 주변을 찾아 봐도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지계곡을 따라 나섰지만 1320에서 실계곡으로 바뀌더니 이내 흔적을 감춘다.


무서움과 두려움이 교차되는 순간 순간이 이어집니다.
혹시 몰라 ‘훠~이 워~이’ 소리를 내며 주변 동물들에게 내 신호를 보냅니다.
한동안 넓은 평지가 나타나 좋아라 합니다.
그 와중에서도 보이는 산 더덕을 한 두 뿌리 입에 담아 봅니다.
그러더니 또 이내 키 보다 높은 산죽과의 싸움이 시작되고
이윽고 파람 하늘금이 보이면서 12:30에 1365 심마니능선에 닿습니다.


1시간 30여분 사투 끝에 당도한 심마니 능선이었지만
현재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아 반야봉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잠시 후 하점골로 향하는 삼거리에 도착하면서 방향 감각을 잡았다.
의외로 산행거리가 짧은 것 같아 달궁 삼거리 전망바위까지 가기로 하고
그 뒤로 산행지를 어디로 결정 할 것인가는 점심을 먹고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바라 본 조망이다.
내가 어디에서 잘못된 산행을 하였는지는 이곳에 와서야 알 수 있었다.
헤아려 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가 싶었는데
정녕 가면 갈수록 보면 볼수록 더 알 수 없는 것이 지리산이 아닌가 싶다.
초라한 점심상 앞에 두고 흘리는 땀을 닦으며 독백을 한다.
'내가 왜이러지, 머리가 따라주지 않으니 고생을 할 수 밖에.....'
준비하지 못한 산행의 과오를 인정하고 오늘은 하점골로 향하기로 하였다.


왔던 길 다시 돌아 하점골로 몸을 틉니다.
작년 언젠가 토목님과 몇이서 산행을 했던 기억을 되 살립니다만
좀처럼 그때 그 기억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 같습니다.
더욱이나 지금은 수량이 상당히 늘어나 계곡의 모습이 그때와는 아주 딴판이다.
이윽고 이끼폭포에서 담아 보지 못한 사진들을 몇 컷 담아 봅니다.
수 많은 폭포들이 이어져 마침 내가 광점골을 와 있는지
아니면 국골 좌골을 지나고 있는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곳 산행 길도 계곡만 의식해서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 사고의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몇 번의 알바를 거치면서 계곡 주변 널따란 길을 찾고서야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이것 어떡하지
정녕 달궁계곡에 와서 발걸음이 멈춰버린 것이다.
수량이 너무 많아 오도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팬티까지 적셔가며 도강(?)을 합니다.
어렵게 산행을 마치고 잠시 여유를 부려 봅니다.


나는 갖은 것은 없지만 하고 싶은 것은 너무도 많은
그리고 세상이 아직도 살 맛나는 세상이라는 것을 이곳 지리산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요
과연 앞으로 살아가면서 평생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날까?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함께했던 사람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렵고,
모두를 기억 할 수가 없지요.
더군다나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것이 사람 기억하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그 중에서 내게 필요하고 소중한 사람은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산행을 하고 서로의 정을 쌓아가면서
아직도 이 세상은 살 맛나는 세상이라고 역설하면서 산행기를 마침니다.
감사 합니다.


2007.09.09
청산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