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청산의바람흔적
  • [청산의바람흔적] 산에서 길을 묻다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일반산행기

아내와 함께한 모후산 산행

by 청산전치옥 2010. 7. 7.

 

아내와 함께한 모후산 산행

 

 

 

-일시: 2010. 7. 5

-산행코스: 유마사~ 용문재~ 모후산 정상~ 중봉~ 철철바위~ 유마사

-누구와: 마눌과 함께

 

 

 

지리산으로 갈까

몇 번을 망설이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하는 산행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되다.

근처 여행 겸 산행 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생각을 하다가 모후산 결정을 한다.

모후산 추억은 우리 부부만의 산행 추억이 있기도 한 산이다.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맨 처음 가 본 산이 모후산인데 그렇게 힘겹게 올랐다는 산

정상에서 앞으로 우리 가족 미래를 설계하고 꿈꿨던 지난 시절이 2002인가 싶다.

그런데 그 꿈이 지금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하는 점검 산행인가……

 

 

 

준비한 게 아무것도 없이 배낭 하나 둘러 메고 떠난다.

차를 타고 가면서 그냥 배가 고프면 적당한 곳에서 밥을 먹으면 되고

풍경이 좋으면 그곳에서 여유도 부려보는 삶이 우리에게는 좋다.

언젠가 소음이 차단된 호수의 언저리에 앉아 저녁노을을 배경 삼아 떨어지는 낙엽소리를

들었던 기억과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세월의 빠르기를 알았다는 아내

 

 

 

벌써 차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이내 주암호를 끼고 풍경을 가른다.

장마라는데 분명 장마가 맞는 걸까.

주변 호수가 시뻘건 모습으로 밑바닥을 내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비는 좀 더 내려야 할 듯

잠시 웬걸~~

모처럼 이른 아침이라 입장료가 필요 없는 고인돌공원을 들르기로 하다.

~ 이상한 돌팍들이 많다. 이곳은 돌팍님이 와야 할 듯 ㅋㅋ

 

 

 

 

네비가 가리켜 주는 곳 

일일레저타운에 들어 섰을 때 8 넘기고 있었다.

사진에서 많이 봐 왔던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피어 오르는 물안개는 없지만 투영된 반영이 그렇게 예쁠 수 없었다.

가끔 수면에 큰 물고기가 튀어 오르면서 수면은 숱한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이내 잔잔해진다.

하늘. . 나무. 다리. 그리고 나룻배……

선명하게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호수는 내 마음까지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고요히 흐르는 물은 주변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임을 알았다

 

 

 

고인돌공원과 일일레저타운을 찍고 유마사에 도착한 시간이 9시20이다.

모후산은 고도 918미터로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지만 유마사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 소요된다.

주암호 전체가 조망되고 가깝게는 북쪽으로 백아산이 보이며

멀리는 지리산의 반야봉과 지리의 주능선이 바라다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무등산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호남정맥이 서쪽으로 이어지고 동쪽으로 조계산으로 이어진다.

 

 

 

 

 

산행 하기 전 주변에 예쁘게 피어있는 망태버섯을 앵글에 담아 본다.

흰 망태버섯과 노란 망태버섯을 정말 오랜만에 접해 본다.

만지면 부서질정도로 아름다운 황금색 망태버섯을 물끄러미 쳐다 본다.

정교하고 아름답게 빚어낸 자연의 예술품은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생을 마칩니다.

이러다가 산행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낼 것 같아 부지런히 산행 길에 오른다.

 

 

 

 

요즘 계속된 장마로 인하여 습한 공기를 띄우고 있는 이곳 모후산에도 예외는 아닌듯하다.

오르는 내내 날파리들과 모기들이 극성을 부린다.

땀과 안개비가 온 몸을 적시고 짭짭한 육수를 연신 닦아내며 용문재까지 올라왔다

어느 정도 오르면 다시 내려가자고 할 줄 알았던 마눌이 오늘은 잘도 따라 온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는데 정작 자신은 땀 한 방울 흘리지도 않고 ……

그 때는 동북 유천리에서 이곳으로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잠시 후 고도를 높이니 이내 전망대에 닿는다.

짙은 운해는 아직도 유마사와 골뱀계곡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데 왜 이렇게 지루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12 넘어 은덕이 어머님과 같다는 모후산 정상에 닿는다.

상석 뒤에 2007년에 세워둔 모후산 유래라는 흔적의 모습이 새롭다.

갑자기 운해처럼 깔려있던 계곡 안개도 서서히 흩어져 허공으로 사리지기를 반복한다.

주암호의 시뻘건 밑바닥이 활동사진처럼 보였다가 사라진다.

때를 맞춘 듯,

한 쌍의 황조롱이가 낭떠러지 바위 절벽에서 스윙하며 저 아래 안개계곡으로 내 닫고 있다.

자연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는 아내와 더불어 발길을 돌렸다.

 

 

 

 

중봉으로 향하는 발길은 좀 더 여유로웠다.

산행에서 항상 그랬듯이 오늘도 아내보다 먼저 앞서 길을 나선다.

그러면서 행여 잘 따라 올까 하는 마음에 몇 번이고 뒤를 쳐다 보며 한참을 기다리다가

때로는 자신의 삶을 반추 해 본다.

나이 들면 삶 속에서 빛 바랜 추억들을 반추하고 그리워하며 산다는데 내가 그 꼴이다.

갑자기 우리 큰애가 즐겨 불렀던 파란하늘 동요를 부르며 그 때를 그리워한다

파란하늘~ 파란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아기 염소 여럿이 ~ 풀을 뜯고 놀아요~! ㅋㅋㅋ

먼 훗날 오늘 함께한 산행도 추억의 예금통장을 꺼내 보이며 오늘을 생각하겠지.

어느덧 고도를 거의 낮추면서 철철바위를 지나고 5시간의 산행을 마친다.

 

 

2010. 7. 5 청산의 바람흔적은 모후산에서

청산 전 치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