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태골을 건너 뛴 산행(왼골~토끼봉~명선봉~명선남릉)
언제: 누구와: 일락부부. 김정란님. 나 어디를: 왼골~토끼봉~명선봉~명선남릉
장마라 하지만 오지 않던 비가 내린단다. 모처럼 박(泊)산행을 하자고 일락님 내외가 준비한 박장비를 써 보지도 못하고 당일산행으로 변경한 날이 엊그제이다. “어~이, 그냥 비 맞으면서 박 해버리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락님 마눌께서도 그냥 해 버리자고 꼬드김을 부추겨다네요 ㅎㅎ
당일산행으로 변경 해 놓고 어디를 갈까 하고 망설이다. 최근에 올라 온 ‘박영팔비트’ 아니면 얼음골 그것도 아니면 산태골…… ‘에이~ 모르겠다 일락 네가 알아서 결정해라’ 다행히 왼골과 산태골 산행을 해 보지 않았다는 일락님 결정에 동의~ 더불어 블방 친구들과 산행도 취소 할 수 밖에……
2006.5.28 산행 때 모습
최근에 왼 골을 다녀 온지가 언젠가 하고 지난 산행기를 펴 보니 이 때 토목과 안개 낀 계곡과 능선을 걸으면서 들 머리에서 한참을 헤맸던 기억. 그 기억이 되 살아날까 하여 몇몇 산행기를 읽어 보고 산행에 임하다. 다행이 들 머리는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산행 내내 “늘산”님이 함께 해 주셔서 다행이었네요 빗점골 주변은 언제와도 햇갈리는데 이번에 확실히 윤곽을 잡아 놓고 산행에 임합니다.
이념과 사상이 분분했던 지난 아픔은 잠시 뒤로하고(이현상 격전지) 쌍 폭이 우리를 맞는다. 함께한 산님들에게 내가 아는 상식 모두를 동원해서 설명을 하고 난 뒤 산행을 합니다. 날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왼 골까지 햇빛이 들어와 주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진땀을 흘리고 고도를 800여 올리는가 싶더니 계곡 한 켠에 잠시 쉼을 갖는다. 아뿔싸~~ 함께한 여성 산님이 모자에 차고 있던 썬글라스를 분실했다는 겁니다. 그냥 내려가서 찾을 수도 없고 일단은 “지리다방”에 분실물 공지를 하겠노라고 안심을 시킵니다. 산행 후 지리다방에 올리자 마자 뽀때님이 습득하셨다는 내용이군요. 감쏴~~~
이윽고 고도 900 근처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납니다. 좌측은 아마 토끼봉능선 어디로 떨어지는 것 같은 예감이고 우리는 우측 길 늘산님 시그널을 따라 왼골을 향해 갑니다. 하도 오랜만에 들어 와 본 골이라 긴감인가 싶다가도 이내 반기는 시그널을 보니 반갑네요 길은 끈 어질듯 하다가도 찾아보면 또 어딘가에 이어지는 산 길 찾는 재미도 솔솔 합니다.
작은 폭포를 지나면서 주변이 작은 정원 같은 곳에서 쉬기로 합니다. 이런 심산유곡에 피고 지는 꽃을 보고 있으니 알 수 없는 기쁨이 스멀스멀 차 오르네요. 마치 수풀과 정갈한 바위틈에서 샘물이 괴듯이 정갈한 기쁨이 가슴속에서 솟아납니다. 함께한 님들이 감탄의 탄성을 울립니다. 감탄의 탄성도 잠시인가 싶더니 이내 고도 1050에서 한동안 알바를 합니다. 두 줄기의 계곡이 나타나더니 왼쪽 계곡은 고로쇠 흔적이 뚜렷하기에 무심코 들어 서다가 결국 이 길이 아님을 알고 되 돌아 나와 늘산님 흔적을 찾는데 계곡 건너에 있네요. 참~ 잘도 뛰어 다니네요 ㅋㅋ
고도 1200 근처부터 계곡이 말라가는 듯싶더니 이내 산길을 뚜렷한 굴곡을 남기며 우리를 안내 합니다. 토끼봉이 다가올수록 부채 살처럼 산길이 퍼져 있네요. 고도를 올릴수록 진한 안개가 앞을 가리고 조망은 한치 앞을 볼 수 없게 하다가도 토끼봉에 올라 서자 이내 반야봉으로 벗겨진 구름이 때를 형성하며 앞을 가리네요. 주변에 원추리를 비롯하여 많은 야생화가 우리를 반긴다. 기념샷을 날리며 그 자리를 떠나고 주변 적당한 곳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산행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맛없는 음식은 없지요. 집에서는 먹지 않던 음식도 산에만 오면 이렇게 맛있는 이유를 그 누가 알겠습니까. 산행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이 맛을 알 수 있을까요? 일락님이 손수 만들었다는 쭈꾸미 볶음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그 자리를 말끔히 정리하고 다음 산행을 위해 길을 나섭니다.
산행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지요 산에서 스트레스 받아 봤다는 사람 보셨는가 요 이렇게 흠뻑 땀을 흘리며 등산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수목이 울창한 심산유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하여주고 세속의 때를 씻어주고 선경에 머물게 하지요. 때로는 홀로 걷는 산행에서 나 혼자만의 사색하는 여유...... 산은 우리에게 관용을 일깨워 주고 부질없는 과욕과 권력의 허망함도 깨닫게 해 주는 도량이다 그래서 거짓말 잘하는 정치인들이 지리산을 찾아 마음을 비운다고 하지만 결국은…… 한동안 부처님 같은 말을 늘어 놓는 바람에 산태골 들 머리를 놓쳐 버렸다 ㅋㅋ
“다시 되 돌아 갈까” 하는 물음에 어차피 이 쪽 어디든 가 보지 않아서 아무래도 좋단다. 더군다나 아~ 오늘도 결국 산태골을 건너 뛰는구나 ㅋㅋ ‘앞으로는 산행하는 날 약속 잡지 마세요’ 라면서 가장 가까운 명선남릉을 선택합니다. 잠시 명선봉에서 조망을 즐기지만 마음으로 볼 수 밖에…
산새들 노래 산비탈 타고 내려오고 소슬 대는 바람소리 떡갈나무 숲 헤쳐오면서 진한 운무를 걷어내는 사이를 거닙니다. 폭신한 나뭇잎 사이로 피어 오르는 이름 모를 버섯에 눈을 마주치기도 하며 행여 조망이 보일까 자꾸만 덕평봉능선으로 눈이 갑니다. 그러는 사이 벌써 고도를 낮추면서 벌써 이현상 아지트를 지납니다. 참~ 오늘 산행 싱겁게 끝냅니다. 함께하신 산님들 수고하셨네요.
청산의 바람흔적은 왼골에서 청산 전 치 옥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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