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폭골과 상백무능선
제석봉에서
-언제: 2010. 6.9
-어디를: 백무동-칠선폭포-마폭골-천왕봉-제석봉-상백무능선-백무동
-누구와: 산구화. 작은뜰. 코아. 지다람. 청산.


산이 부른다.
지리산이 나를 부른다.
칠선의 마폭포가 우리를 부른다.


오붓하게 홀로 사색하며 지리산 자락을 거닐고 싶었던 계획
밤하늘의 별을 보며 혼자만의 독백을 씹고 싶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형님, 오랜만에 함께 지리산 마폭포나 갑시다”
‘그래, 알았다. 조만간 연락을 주겠다’ 라고 여운을 띄워놨다.
하지만 코아님의 유혹의 손길을 뿌리칠 수 없어 산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래서 난 정에 약한 남자인가 ㅋㅋ



마폭포골 오름길에서
지다람을 픽업하기 위해 집 앞으로 차를 몰았는데
웬걸 어디에서 이제 나타나 그제서야 배낭을 꾸리고 있네요.
저녁 내내 이슬과의 단판을 벌인 모양인데 그래도 기어이 산에 오르겠다는 심산이네
어찌 어찌하여 그렇게 백무동에서부터 산행은 시작되었네요.



지다람은 뒤에 쳐지고 앞장선 코아님이 산행대장을 해야 할 듯
인민군 사령부 거기까지 잘도 가더니 이내 중도에 헛발질을 합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고 그냥 적당한 곳을 따라 능선에 도착합니다.
이곳을 아마 4~5번 왔는데 그 때마다 능선을 오르는데 같은 길을 따라 간 적은 없는 듯
능선에 도착하면서 잠시 쉼을 이어가더니 이내 여유 있는 산행이 시작 됩니다.

칠선폭포에서


대륙폭포에서

무명 2단 폭포에서
50여분의 사면을 따라 길은 이어지고 이윽고 칠선폭포에 닿는다.
언제 봐도 아름답고 위용에 찬 폭포수가 연 초록의 푸르름과 함께 고음을 내고 있었다.
함께한 이들이 뭐라 하여도 들리지 않지만 폭포수가 주는 화음은 마냥 즐겁게 들리네요.
이윽고 그 자리를 벗어나 잠시 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대륙폭포에도 들렸다.
언제나 그랬듯이 길고 긴 폭포는 빛 내림을 받으면서 마치 광목을 풀어놓은 듯 하네요.
그렇게 떨어지는 물살은 바위를 뚫고도 남을 기세였지만
이내 천길 벼랑을 타고 내려와 골짜기에 이르면 언제 그랬듯이 잔잔한 여음과 조화를
이루며 흐르는 물결은 원래 물의 심성 그대로를 나타내 보인다.

마폭포 오르기 전 3층폭포



마폭포골에서
사진 몇 컷을 찍고 나왔더니 벌써 그 자리를 비웠네
부랴부랴 짐을 챙기며 뜀박질 하다시피 그들과 함께하지만 금방 숨이 멎은 것 같네요.
사진 찍으면서 산행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산행 출발이 늦어지고 약간의 알바가 있었지만 하지를 며칠 남겨둔 요즘 그렇게
급하게 서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바빴다.
몇 번의 계곡과 사면을 따라 이어지면서 이윽고 12시 조금 못되어 초라한 마폭포에 닿는다.
오늘 산행 중 지다람 머리에는 딱따구리 너댓마리가 계속 머리를 쪼아댄다나 ㅎㅎ
어쩔 수 없이 머리에 든 딱따구리를 쫓아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려면 어디 적당한 곳에서 점심상을 펴야 할 것 같아 계곡을 오르면서 곰취사냥에 나선다.



12시 조금 지나 만나게 점심을 먹고 산행을 하려니 발길이 더뎌진다.
더군다나 주변에 있는 곰취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산행은 더디게 이어지고
그래서 난 사진 찍기에 몰두할 수 있어 좋았지만 영 아니다 싶었던가 지다람이 제동을 건다.
아니나 다를까 저 앞 중봉을 바라다 보이는 곳
고도 1600을 오르고 있는데 벌써 3시를 넘기고 있었다.
우리의 계획에 혼돈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중봉능선은 이렇게 멀어져 갔다.
산구화님 중봉능선을 가 보지 않았다네 요.
백무동에서 기다릴 테니 다녀오세요 ㅎㅎ


마폭골 상단에서 천왕을


함께한 산 친구들
중봉 근처의 고도를 오르니 이내 늦둥이 진달래와 철쭉이 반기네요.
잠시 후 중봉을 찍고 4시가 넘어 천왕을 향해 오름 짓은 이어진다.
산 아래의 짙푸른 녹음이 이곳은 이제 연록의 색칠을 더해가고 있었다.
천왕봉 근처에 때아닌 염소가 울고 있네요.
어떻게 된 연유인지 몰라도 이곳까지 올라와서 주인을 잃었나 아니면 야생으로 길들여졌나
일망무제의 조망을 즐기며 오랜만에 천왕을 배경으로 기념샷을 날린다.




제석봉에서
마음이 바쁜지 갈 길이 바쁜지 잠시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내 마음 같아선 이곳 제석봉에서 반야에 넘어가는 저녁 노을 빛을 담고 싶었다.
빛을 담아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 속에 몇 컷을 하고 있는데 오~잉 메모리가 다 됐네
어쩔 수 없이 찍었던 앞 전 사진을 지우며 담아 내다가 서브카메라 똑딱이를 꺼낸 든다.



똑딱이로: 영 색감이 그렇네요.
이제 내리막의 연속이다.
해는 서서히 기울어져 간다.
어디로 하산 길을 정해야 할까
소지봉 능선이냐 상백무능선이냐 그것도 아니면 참샘으로 향한 정통 백무동 코스인가.
코아 네가 선택해라~~
“난, 너덜길이 절대 싫다. 상백무능선으로 가자” 라고 외칩니다.
다행히 마빡에 불을 켜지 않은 채 상백무능선의 고도를 낮추면서 산행을 마감합니다


“형님, 홀로 하는 박산행 보다 오늘 산행이 낫지요” 라면서
백무동 계곡에 몸을 담근 코아님이 하는 말이다.
그래, 먼 훗날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그때 그 산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렇다
엊그제의 박산행을 미루고 오늘 결정한 이 산행이 결코 헛되지 않았노라고 ......
오늘이 바로 최고의 날이고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에게 최고의 산 친구라고……
-"청산의 바람흔적"은 마폭포골에서-

코아님 제공
2010. 6. 9. 청산 전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