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것 없는 도장골 산행에서……
-일시: -어디: 거림~도장골~일출봉~연하선경~촛대봉~청학연못~무명교~거림 -함께한 이: 두발로. 들국화. 입선. 청산
장성한 아이들이 모여드니 갑자기 집안이 좁아진 느낌이다. 큰아이는 방학이라 잠시 머물고 작은애는 군 휴가를 나와서 함께하다. 설마 애들이 산에 갈 일은 없을 테니 물어 보지도 않고 2~3일은 그런대로 외갓집이다. 할머니 집이다 해서 정신 없이 돌다가 이제 은근히 산 생각이 나누나. 어디 적당한 곳으로 한바리를 해 볼까 하다가 입선과 지리산 산동무가 된다. 더군다나 평일 날 오랜만에 진주의 갑장(甲長)과 들국화님까지 함께 한다니……
거림에서 그들과 함께 만나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예감이지만 그래도 일기예보를 믿어 보기로 한다. 계곡 사면을 따라 한참을 오르다가 이윽고 계곡을 건너기 직전 잠시 휴식을 갖는다. 잠시 머문 사이 어디에서 나타나는 두 산 꾼 평일 날 그것도 이 도장골에서 만난 사람이 나를 알아 본다. 함께한 산행은 없었지만 산행기로 나를 알고 있다니 반갑기도 하다만…… 통성명을 하면서 세상사는 것이 좋은지, 산이 좋은지, 얼마나 좋은지 그 분은 “좋아좋아” 님
그 일행은 계곡을 치고 오르고 우리는 길 좋은 사면 길을 향해 오르기로 한다. 6년 전 도장골 처음 산행할 때 정확한 이 길을 놔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계곡만 고집하여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도 그랬지 한참을 오르다가 계곡과 점점 더 멀어져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아 백하여 뒤 돌아 왔던 기억이 오늘도 가면서 설마 다른 길은 아닐까 생각 해 본다. 잠시 오른 가 했는데 이윽고 두 갈래 길이 나타난다. 우측 길을 선택해 가야 하는데 좌측을 선택하는 바람에 잠시 왔던 길 다시 백~~ 사면을 치면 또 다시 고도를 상당히 한참을 높이니 이내 묘지가 나타난다. “맞아, 그래 이 길이야” 라고 입선이 외친다 ㅋㅋ
잠시 약간의 고도를 낮추면서 산행 시작 1시간 40분 거쳐 와룡폭포에 닿는다. 도장골에서 딱 한가지 볼 수 있는 비경이 와룡폭포다. 삐쩍 여윈 와룡폭포는 수명을 다하는 듯 끊어질 듯 하면서도 이어지는 가냘픈 물줄기로 명맥을 이어 간다. 잠시 우리가 알바를 하는 사이에 계곡으로 오르는 그들과 잠시 또 다시 조우를 한다. 잠시 먹거리로 충전을 하고 “이제는 만나는 일이 없을 겁니다” 라고 헤어진다. 하기야 저들은 촛대봉으로 가고 우리는 일출봉으로 가는데 어찌 만나리오
우측 계곡을 선택해 앞으로 전진~~ 고 고~~ 이곳까지 내려올 때 2번의 기억이 있었지만 올랐던 기억은 6년 전 그 후 오늘이 처음이다 그 때 고도를 높이면서 수 많은 잡목들과 싸움에 절대 이 코스는 오지 않겠다고 한 후…... 오늘도 역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계곡이라 해도 어느 정도 물줄기라도 보여주면서 멋진 와 폭과 소도 보여주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다가는 큰 잘못된 생각이려니 ~~원. 애초에 이런 계곡이라 생각하고 오늘도 이 길을 선택했다. 다만, 6년 전 지리산을 잘 알지 못하고 덤벼들었던 그 추억을 새기면서……
고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이따금씩 하늘금은 보인다. 허지만 잿빛 하늘과 짙게 깔린 운무로 시야에 보이는 것은 없고 눈 앞에 다가서는 곰취~헐 열심히 뜯다가도 시야가 확보되면 얼른 카메라 앵글을 갖다 대고 그러기를 몇 번 하는 사이 벌써 일출봉의 그림자가 우리의 눈 앞에 나타난다 ㅋㅋ 어느 적당한 곳에서 점심상을 차릴까 하였으나 어찌나 바람이 불기에 더더욱 한기까지 느껴 온다.
일순간에 연하선경의 아름다운 모습이 짙은 운무와 바람에 바라 볼 여유를 주지 않는다. 연하봉 북쪽 사면 적당한 곳에서 점심상을 폈다. 배도 고프고 춥기도 한지 울 갑장은 오돌오돌 떨고 있네 여~~ㅋㅋ 뜯어온 곰취에 삼겹살을 싸 먹는 이 맛 키~야. 감탄사 연발입니다. 마냥 좋답니다. 추워도 좋고 주변 풍광이 보이지 않으면 어떠냐고 그냥 좋답니다.
아름다운 연하선경의 길을 따라 가면서 마음 속으로 풍광을 바라 봅니다. 반야봉도 보이고 천왕봉도 보이고 세석도 보이고 내 마음 속 여유로움도 보입니다. 언제나 올 때마다 아름다움을 볼 수는 없지요. 그렇게 꽉 찬 아름다움 보다는 약간 부족함에서 오는 여유로움이 좋지요 아마 나를 위로하기 위한 내면적인 가식이라는 것도 알지요 하지만 이제 우리의 나이가 약간 헐렁함과 부족함에서 오는 여유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작은 진실 하나라도 찾고자 함이 내 진실입니다.
촛대봉 못 미쳐 청학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다 하니 입선이 대번에 그 쪽으로 가잖다 ㅎㅎ 조망이야 볼 수도 없고 하여 우리의 산행 코스가 변경이 되었다. 다행이 하산 길에 들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청학굴을 보여 달라고 하는 바람에 청학굴을 찾아 나선다. 이윽고 청학연못을 따라 내려선다. 그런데 앞으로 만날 일 없을 거라는 “좋아” 님 일행을 청학연못 못 미쳐서 또 만난다. 지금 이 시기에 청학연못을 볼 것은 없지만 그래도 잠시 쉼터로 정하면서……
우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멀리 하면서 내림 길을 재촉 합니다. 미끄럽기도 하고 땀과 비가 범벅이 되어 기분이 좀 찝찔하지만 그래도 어이 합니까? 내가 좋아하는 산행이고 내가 좋아하는 지리산인데 잠시 무명교를 지나고 이제 거림을 향한 널러한 고속도로에 진입을 했네요. 때로는 한마디 말도 없이 때로는 수다를 떨면서 하는 사이 하산 주로 먹지 못한 맥주잔을 부딪치면서 최근에 유행한 구호를 외칩니다. 우리 모두 “가~” “족같이” …… 함께 해주신 산친구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2010. 6. 25. "청산의 바람흔적" 은 도장골에서...
청산 전 치 옥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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