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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빈 마음을 채워가는 함박골 산행

by 청산전치옥 2009.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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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마음을 채워가는 함박골 산행

 

 

-일시: 2009.5.20

-어디를: 성삼재-노고단-반야봉-함박골-반선

-누구와: 나 홀로

 

 

 

나에게 홀로 산행은 어디 뚜렷한 목표지점이 없다.

목표가 없는 흐릿한 산행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만큼 마음의 부담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디를 가다 그냥 그곳이 좋으면 마냥 눌러 있어 좋고

이쪽이 아니다 싶으면 그 쪽으로 발 길을 돌려 갈 수 있는 산행이 좋다.

어디로 튈지 몰라 애마를 구례읍에 파킹을 하고 성삼재 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에 몸을 싣고 시암재 굽이를 돌고 있을 때

섬진의 이마는 하늘빛이 내려준 아침햇살을 받으며 벗겨지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녀가 머리를 풀어 헤치는 듯……

 

 

 

사방이 푸르름으로 가득한 지리 속에 들어오니 신록이 내 눈을 씻고

내 마음과 내 머리, 그리고 내 마음까지 씻어주는 것만 같았다.

아 싸한 지리산의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시며 이른 새벽에 홀로 길을 걷는다.

지저귀는 산새가 노래하는 노고단 길을 걸으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지리산이 좋다 라는 듯이 뚜벅뚜벅 길을 걸을 뿐이다.

이것이 無念無想인지도 모르다.

거창하게 無我(무아)의 경지를 떠나지 않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그냥 편안하게

빈 마음을 포근하고 편안하게 채워가고 싶었을 뿐이다.

 

 

 

 

무넹기와 노고단 송신탑 아래 조망 처 데크에서 한동안의 시간을 보냈다.

그냥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은 섬진강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에 도취될 뿐

하늘은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그래도 이곳 지리산 하늘이 좋다.

 

 

 

 

돼지령을 지나서부터 갑자기 졸음이 밀려온다.

마침 무엇에 홀린 듯 발걸음은 맥없이 비틀거리며 머리는 혼미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이것이 아니다 싶어 잠시 마른 낙엽 숲 사이로 몸을 맡긴다.

그리고 비스듬히 누워 한참을 보냈는가 싶었는데 벌써 20~30분을 자고 말았다.

아마 아침에 먹고 난 목 감기 약의 후유증이 아닌가 싶었다.

정신이 맑아져 오니 이제 한결 부드러움을 느끼며 청명한 기분이 든다.

 

 

 

 

 

노루목을 다 와가는데도 아직도 어디로 가야 할 목표가 정해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내심은 토끼봉 지나 산태골로 내려 설까?

아니면 반야를 찍고 하점골로, 그것도 아니라면 미지의 계곡 함박골로 갈까

하면서도 어느새 발걸음은 반야를 향하고 있었다.

반야를 오르면서 주변 진달래는 이미 지고 없어졌음을 알았고

철쭉은 때가 아닌 듯 이제야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을 어중간한 때라는 것을 느낀다.

 

 

 

 

 

이곳 반야봉에서 점심을 먹을까 생각을 하였으나 너무 이른 것 같아 그냥 지나친다.

아무 생각 없이 가는 것을 보니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는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아뿔싸!

내 발걸음은 이미 심원 삼거리를 지나 심원마을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았을 때는 이미 한참을 지나 고도 1470까지 내려 선 뒤부터다.

무심코 걸었던 결과의 후유증이라 생각하고 왔던 길을 향해 되 돌아 간다.

그도 그럴 것이 심원 삼거리 이정표가 뽑아 없어지고 말았으니……

 

 

 

 

 

이윽고 방향을 바꿔 얼마 전에 울 동부팀이 다녀갔다는 1535 전망바위에 닿는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결국 내려서야 할 코스를 이곳 함박골로 정해버렸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오르지 못했던 함박골의 악연을

이번에는 들 머리가 확실한 능선상에서 시작을 하지만

잠시 후 샘터를 지나면서부터 후회가 밀려온다.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되 돌아 올라갈까도 생각을 해 본다.

그 만큼 주변 잡목으로 엉클어진 모습에 전진도 후퇴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왕 들어선 몸, 앞으로 밀어 부치자며 발길을 내 딛는다.

잠시 고도를 1420까지 낮추니 이내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잡목과 너덜로 이뤄진 그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는 마침 동굴 속에 흐르는 물 같았다.

 

 

 

 

 

잠시,

계곡 합수부에서 ~ 지난번에 왔던 곳 아닌가 하면서 생각 해 본다.

언젠가 우리 일행들이 합수골 좌골을 선택해 반야 중봉으로 치고 올랐던 계곡이다.

결국 오늘 그 우측 계곡인 함박골 좌우를 경험하는 우연한 기회를 갖는다.

이제부터는 낯익은 코스라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주변 폭포의 사진도 담고 잔뜩 물먹은 이끼도 담으며 룰루랄랄……

 

 

 

 

내려서면서부터 수 많은 폭포들을 감상하며 때로는 손각대로

또는 주변 지형지물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몇 컷을 찍어 보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윽고 고도 1000을 내려 오면서 이끼폭포와 마주한다.

사실 오늘 이끼폭포에 기대를 하고 왔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수량이 현격히 부족한 오늘의 이끼폭포는 내 생각과도 영 딴판이다.

 

 

 

 

 

내가 산행을 하면서 풍경사진을 찍지만

폭포사진은 풍경사진 중에서도 빠질 수 없을 정도로 매력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풍경사진이 다 그렇듯 꾸밈없는 자연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폭포를 앵글에 담으려니 보통 힘 드는 것이 아니었다.

재작년인가.

아내와 함께했던 이곳 이끼폭포에서

지금의 녹색 카펫처럼 아름다운 이끼로 덮인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수들의 향연을 보면서

태곳적 신비는 물론이거니와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며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2007년 아내와 함께했던 이끼폭포에서 사진

 

 

너무 시간이 지체된 것 같아 서둘러 하산을 재촉한다.

뱀사골 계곡물은 제법 그럴듯하게 수량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산행 전에 느껴졌던 허허로운 내 빈 마음이 이렇게 넘쳐 흐르고 있듯이……

 

2009.5.20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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